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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민간단체 핵 사찰’ 자청해 미 대선까지 지연전술

외무성 온건파 주도권 장악, 개방파 경제관료 내각 포진

  • 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北, ‘민간단체 핵 사찰’ 자청해 미 대선까지 지연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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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민간단체 핵 사찰’ 자청해 미 대선까지 지연전술

9월9일 오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공화국 창건 55주년 기념 열병식’

탈북한 외무성 관리들에 따르면 핵 문제와 관련한 정책결정과정에서의 마찰은 대략 두 차례에 걸쳐 빚어진다. 우선 외무성이 인민무력부나 원자력공업부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입장 차이. ‘개방파’ 외교관료들과 ‘강경파’ 군부의 대립이라는 구도는 여기서 나타난다. 또 한 차례의 마찰은 밑에서 보고된 안을 놓고 서기실에서 벌이는 의견충돌. 서기실 또한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까닭에 경제부흥에 중심을 두는 이들과 체제안보에 무게를 두는 이들 간에 이견이 생길 수 있다.

주로 70대 이상의 노장인 강경파들은 ‘핵 보유만이 조선의 살길’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지만 50대 이하의 젊은 관료들은 입장이 다르다. 미국을 불신하기는 마찬가지나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그 실체는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개방파들은 모험주의에 가까운 적대정책 대신 경제발전을 노리는 편승전략을 택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등의 온건파가 김영춘 인민군 총참모장 등의 강경파를 대신해 주도권을 잡았다는 최근의 전언에 따르면 정책생산과정에서는 외무성이, 서기실 검토과정에서는 ‘경제 중시파’의 발언권이 강해졌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노장파 군 지휘관들의 열세와 젊은 전문관료들의 득세로 요약할 수 있는 것. 이러한 변화는 지난 8월 치러진 제11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나 9월3일 열린 1차회의의 결정사항을 보면 보다 분명해진다. 이 인사조치를 상징하는 핵심 키워드는 ‘세대교체’와 ‘경제중시’. 이같은 경향은 최고인민회의, 군, 내각에서 두루 발견된다.

먼저 11기 대의원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군부에서는 리하일, 박기서 차수 등 노장파 야전 사령관들이 탈락하고 당에서 통제할 수 있는 소장파 정치위원들이 그 자리를 메웠다.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송호경 부위원장,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정운업 회장 등 대남업무를 담당하는 인사들은 전진배치됐다. 전체적으로 보면 선출된 대의원 686명 가운데 55세 이하가 전체의 52.3%를 차지하고 있다.

9월3일 1차회의에서 임명된 박봉주 총리 등 경제전문가로 짜여진 새 내각도 이전보다 10년 이상 젊어진 50~60대가 주를 이룬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는 경제계획을 총괄하는 국가계획위원회를 비롯해 주요 공업부문의 장관급 책임자가 모두 교체되어 경제 부흥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의지가 확인되었다.



국방위원회의 경우는 연형묵 노동당 자강도위원회 책임비서가 부위원장으로 승진하고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이 위원으로 내려앉았다. 연형묵은 1992년 정무원 총리를 지내며 남북고위급회담 등에 참석하다가 자강도 책임비서로 문책성 좌천(앞서나간 ‘경제개방’ 주장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을 당했던 인물. 이후 군수공업 기지가 밀집해 있는 자강도의 경제를 성공적으로 부흥시킨 덕분에 ‘북한 군수경제의 민수경제 전환’이라는 난제를 맡을 적임자로 떠오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러한 총체적 변화들은 북한이 ‘미국과의 강경대립’보다는 ‘편승전략’을 선택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허문영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분석한다. “기본적으로 적화통일을 포기할 수는 없겠지만, 현재 상황에서 우선순위는 ‘경제 부흥을 통한 생존 그 자체’라는 데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인식은 당연히 향후 북한의 핵문제 해결방향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더이상 경제를 희생시키면서까지 핵개발을 강행할 자세가 아님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관심의 초점은 향후 북한 외교파트가 핵문제 및 미국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택할 것인가에 집중된다. 이와 관련해 ‘신동아’는 북한 외무성 관계자들, 구체적으로는 싱크탱크 역할을 맡고 있는 군축평화연구소 당국자들이 ‘제3자에 의한 핵 검증’을 마지막 카드로 준비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대신 제3의 국제기구에 핵개발 의혹을 검증받는다는 것이다.

그 주체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은 영국 런던에 사무국을 두고 있는 군축·평화회의기구 ‘퍼그워시 회의(Pugwash Conference)’. 지난 8월 이 단체의 고위인사가 평양을 방문해, 내년 봄에 핵문제 등 동북아 안보문제에 관한 워크숍을 열기로 외무성 관계자들과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북한측은 워크숍에 참가하는 각국의 핵 과학자 20~30명에게 영변 핵시설 등 ‘주요 의혹대상’을 공개하는 ‘민간사찰’ 방안에도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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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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