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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추적

어느 존속살해 여자 무기수의 진실

보험금 노린 살인인가, 부실수사 희생양인가

  • 글: 고상만 대통령소속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 rights11@korea.com

어느 존속살해 여자 무기수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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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존속살해 여자 무기수의 진실

무기수 김서희가 필자에게 보낸 편지들. 원 안은 김서희 사건의 수사기록 표지.

김서희가 아버지 앞으로 보험을 든 것은 사실이었다. 2000년 1월경. 서희는 일본인 애인의 도움으로 문학 공부를 위한 유학을 준비했는데 그 날짜가 3월 말로 결정됐다. 하지만 그토록 바랐던 유학이 결정됐지만 서희의 마음은 가볍지 않았다. 그동안 가족들의 생계를 서희가 도와주었는데 자신이 이제 일본으로 떠나게 되면 가족들이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됐던 것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보험이었다. 마침 서울로 올라온 아버지에게 보험에 대한 의중을 물어보니 비싸지 않은 것으로 알아보라는 승낙도 있었다고 한다.

서희는 일본에 가서도 관리할 수 있도록 국제적인 보험사를 알아봤다. 하지만 아버지의 보험 가입은 쉽지 않았다. 3급 장애자는 보험 가입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결국 서희는 아버지가 정상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건강진단서가 필요 없는 교통보험에 가입하기로 하고 국내 각 보험회사 지점에 전화를 했다.

상담을 통해 각 회사 보험상품의 차이점을 알기 위해서였다. 상담원들은 자신의 회사가 가장 많은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것을 홍보하기 위해 최고 보장액(사망보험금)을 강조했다. 서희는 그들로부터 들은 여러 보험상품의 특징을 수첩에 기재했다. 이 메모는 추후 사망 보험금을 계산한 증거가 됐다.

한편 당시 IMF 외환위기 여파로 퇴출이 거론되고 있던 보험회사 담당직원들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 서희에게 방문상담을 하겠다고 제의했고, 며칠 후부터 8개 보험회사의 설계사들이 차례로 서희의 집을 방문했다. 문제는 서희가 그렇게 찾아온 설계사들을 매몰차게 물리치지 못한 점이다. 그녀는 집까지 찾아와 실적을 올리기 위해 매달리는 그들을 그냥 돌려보내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설계사들의 부탁을 다 들어주게 된다. 그렇게 든 보험이 바로 8개였다.

수사기관은 아무리 아버지를 생각했다고 해도 보험을 8개나 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그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의심 때문에 수사기관은 매우 중요한 두 가지 사실을 ‘고의적으로’ 무시했다. 서희는 보험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었다. 보험회사에서 잠시 보조 업무를 본 적도 있고 설계사 시험을 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서희는 보험의 맹점을 활용하기로 했다.



즉 장애 사실을 숨긴 채 정상인으로 가입한 것이다. 그런 후 가장 좋은 조건의 한두 개 보험만 남기고 해지할 생각이었다. 장애 사실을 숨긴 ‘고지의무 위반’을 통보하면 보험사가 해지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와 같은 방식으로 서희는 8개의 보험 중 이미 3개의 보험을 사건 발생 전까지 해약한 상태였다.

“제가 보험금이 있는 줄 알고 파렴치하게 피도 눈물도 없이 노렸다면 왜 보험을 하나 하나 해지했겠습니까? 또 보험금을 노렸다면 보험금이 거의 두 배나 더 많다는 일요일을 선택했겠지요.”(2001년 3월15일자 편지 중)

그러나 더 중요한 사실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고지의무 위반’ 보험의 경우 가입 후 2년 이내 거액의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하더라도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서희는 이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범행을 저지른 것일까?

서희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서희가 잠깐 근무했던 보험회사의 소장이었던 친척 김은정(가명)의 증언(참고인 진술조서)에 의해서다. 고지의무 위반 상태에서 2년 이내 사고 발생시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서희도 잘 알고 있었다는 진술이었다. 그러나 이미 수사기관이 그녀를 범인으로 ‘찍은’ 상황에서 이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서희는 할 수 있는 설명은 다 했다고 생각했지만 경찰은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나만 아니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빨리 영안실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앞서 경찰이 내미는 조서를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은 채 지장을 찍고 경찰서를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다음날 밤. 서희는 존속살해 혐의로 경찰에 전격 체포됐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것은 체포가 아니라 ‘신고에 의한 자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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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고상만 대통령소속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 rights11@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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