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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제청 파문’ 계기로 본 판사의 세계

철저한 서열제, 잘 나가는 ‘왕당파’

  • 글: 한겨레 경제부 기자 ryuyigeun@hani.co.kr

‘대법관 제청 파문’ 계기로 본 판사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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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제청 파문’ 계기로 본 판사의 세계

승진하지 못하더라도 법원에 남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는 한, 절반의 판사는 ‘예비 변호사’이다.

관용차량 유지비와 운전사 비용 등 고등부장판사 한 명당 매달 25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 한 고등부장판사는 “드물게 감정(鑑定)을 나갈 때 차량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대개 출퇴근 용도로만 쓴다”며 “차관급 대우를 고집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고등부장은 법원 내 기득권자이기 때문에, 그들이 기득권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한 고등부장판사는 “고등부장 승진을 포함한 법관인사 개혁이 필요한 때”라는 의견을 보였다. 또 다른 고등부장판사는 “고등부장을 기득권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며 “고등부장제 폐지 등 사법개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이미 법원 안에 폭넓게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현 고등부장 승진이나 법원행정처 심의관 발탁, 대법원 재판연구관 선발은 법관 근무평정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고등부장 승진 이전까지는 판사 개인에게 어떤 문제가 있더라도 연수원(60%)과 사법고시 성적(40%)에 따른 서열대로 근무지를 옮긴다. 다만 대법원 행정처나 행정법원 등을 지원할 때는 근무평정이 따라 붙는다.

근무평정은 수십여 가지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원장이 부장판사의 의견을 들으면서 직접 작성한다. 고등부장 인사도 근무평정에 따라 대법원장이 하게 돼 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올해 고등부장으로 승진한 연수원 11기뿐만 아니라 그에 앞선 8∼10기 판사들의 근무평정과 서열이 거의 일치하고 있다. 실제 지난 2월 고등부장으로 승진한 11기 8명은 전부 서열 순서대로 이뤄졌다.



이 제도는 지난 1995년 3월1일부터 시행돼왔는데, 이에 앞서 1990년도에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응답한 법관들의 76%가 근무평정 실시에 반대했다. 지난해 3월 서울지법 문흥수 부장판사는 “현행 근무성적평정에 의한 법관 인사제도가 인격권, 행복추구권, 평등권,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문부장은 이번 9월 고등부장 승진인사에서 배제됐다. 연수원 성적 등에 따른 서열을 고려할 때 문 부장판사는 승진대상 0순위였지만, 근무평정이 그리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문부장은 “대법관 자리에 다양한 법관들을 임명하기 위해 기수와 서열을 파괴해야 하지만 일반 법관은 인사에 신경 쓰지 않고 재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신분이 안정돼 본연의 재판업무를 소신껏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법개혁의 첨병노릇을 해온 문부장이 기수·서열의 보장에 따른 인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기모순처럼 비쳐졌다. 그는 줄기차게 고등부장 승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서열’을 “연령이나 가나다 순으로 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할 때는 과연 그가 주장해온 사법개혁이 무엇인지 아리송해진다.

서울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판사들 중에는 자질이 떨어지는 판사들도 있게 마련이다. 최소한도의 평가를 통해 이들을 솎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법관들에 대한 평가는 필요하다는 말이다.

서울고법의 다른 판사는 “연수원 성적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고등부장 승진에 필요한 법관경력인 22년 동안이나 판사생활을 하게 할 수 있느냐”며 “근무평정과 같은 평가가 고등부장 승진 이전에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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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겨레 경제부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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