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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부문서, 누가 EU에 빼돌렸나

  • 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정부 내부문서, 누가 EU에 빼돌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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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부문서, 누가 EU에 빼돌렸나

독일 인피니온의 제소에 따라 하이닉스에 상계관세를 부과한 유럽연합은 우리 정부 문서를 근거로 상계관세율을 인상했다. 사진은 하이닉스 인수 협상을 위해 내한했던 인피니온 관계자들.

이처럼 정작 이 문서를 최초 입수한 미국이 이를 보조금의 증거로 들고 나오지 않은 반면 유럽연합이 이를 문제삼고 나서는 데는 절차상의 문제도 작용했다는 것이 업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미국측은 상계관세 예비판정을 내린 뒤 한국 정부와 금융기관을 실사했지만 유럽연합측은 한국 정부기관과 은행에 대한 실사를 모두 마치고 예비판정을 내렸다. 유럽연합에서는 실사 이후 이 문서를 발견하게 되자 ‘왜 실사과정에서 이런 문서를 내놓지 않았느냐’며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마이크론측이 정부 문서를 빼돌린 것을 알고도 문서 유출 경위조차 파악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산자부 관계자는 “문서 유출 자체가 범죄 요건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쉬쉬’하는 데 급급

따라서 현재로서는 정부건 수출보험공사건 간에 이 문서의 유출 경위에 대해 막연한 추정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재 정부와 업계 주변에서는 이 문서를 마이크론측이 가장 먼저 미 상무부에 증거자료로 제출했다는 점을 들어 지난 2001년 하이닉스와 마이크론간의 전략적 제휴 협상 당시 마이크론의 법률자문을 맡았던 국내 로펌을 의심하는 분위기이다. 수출보험공사 관계자 역시 정부 문서를 빼내 마이크론측에 넘겨준 당사자로 이 로펌을 지목했다. 그러나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짐작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직접 거론하기는 조심스럽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일부 의원들이 하이닉스 관련 자료를 요청한 바 있어 이때 국회로 넘어간 정부 문서가 마이크론 쪽으로 흘러들어갔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간에 정부가 유사한 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경위 파악에 적극적으로 나섰더라면 충분히 유출 경로를 알아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마이크론이 미 상무부에 제출한 정부 문서에는 당시 수출보험공사 관계자의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 있는 등 문서 유통 경로를 추정할 수 있는 단서들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서 유출 경위가 밝혀질 경우 정부 내에서 이에 따른 책임 논란이 일 것을 우려해 일부러 쉬쉬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및 EU와의 정부간 협상에서 수석부처의 역할을 맡고 있는 외교통상부도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다음은 외교통상부 고위 관계자와의 일문일답.

- 국내 업체들이 상계관세로 제소된 상황에서 어떤 경로를 통해 정부 문서가 상대국 손에 넘어가게 됐는가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미국이나 유럽연합 모두 언론 보도 내용까지 증거자료로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하기 어려운 사연도 있다.”

- 문서 유출 경위를 파악하질 않았나?

“(…)우리가 수사기관도 아니고….”

- 다른 부처와 이 문제와 관련해 협의한 적은 있나?

“(어중간한 말을 할 생각은 없지만) 다른 부처에서도 모르겠다고 하는데 별로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 문서 유출 경위가 전혀 파악되지 않았던 것 아닌가.

“경위 파악 여부를 포함해서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 외교부는 통상협상에서 수석부처로서 권한과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권한과 책임이 있는 것도 아니다. 글쎄,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 중국과의 마늘협상 때처럼 외교부와 경제부처들 간에 갈등이 있는 것은 아닌가?

“마늘협상 때와는 다르다. 마늘협상은 누가 지시했느냐 하는 경위와 협상과정의 문제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그쪽(경제부처)에서도 알고 있는 내용이다. 외교부에서 별도로 뭘 조치하라고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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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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