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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달라진 기업연수 풍속도

사회봉사·100km 지옥행군·연극 공연·‘미션 임파서블’

  • 글: 이가연 자유기고가

확 달라진 기업연수 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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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아직도 현해탄을 넘어오면서 본 제주도 전경을 잊지 못한다. 부산항 외항에 정박하려 할 때 조그마한 모터보트(터크보트)가 줄 하나로 그토록 큰 말타호를 반 바퀴 돌리는 모습도 기억에 오래 남았다. “배를 직접 타보고 나서, 제가 하는 업무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제 배 구조를 몰라서 사고 상황을 헷갈리는 일은 없겠죠.”

연수담당자 추유신 부장은 “승선 교육은 국제화 체험도 될 뿐만 아니라 육상직원과 해상직원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런 행사가 아니면 두 부류의 직원들은 서로 만날 기회가 없어 자칫 괴리감이 생길 수 있다는 것. 1인당 교육비용은 120만원 정도로, 해외 연수 치고는 저렴한 편이다. 한진해운 선박을 이용하기 때문에 교통비가 들지 않아서다.

신입사원 연수를 해외에서 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예를 들어 동국제강은 대졸 신입사원 17명 중 성적이 뛰어난 6명을 뽑아 체코, 프랑스, 독일 등 유럽국가에 보내기도 했다.

추부장은 “요즘 웬만한 신입사원들은 대학 때 해외 연수를 다녀옵니다. 그래서 해외 연수는 메리트가 크지 않아요. 실무와 연계해 현장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해외실습의 매력이죠”라고 말했다.

한진그룹이 선상 실습을 시작한 것은 1988년도부터. 전에는 부산에서 인천까지 가는 식으로 국내 항로를 이용했는데 최근 국제 항로로 영역을 넓혔다.



현재 한진그룹은 4000TEU급 ‘마르세이유호’와 ‘말타호’, 5300TEU급 ‘베이징호’ 등 3척에 교육에 필요한 시설을 설치해 교육선으로 활용하고 있다. 교육생은 매년 400여 명에 달한다.

한진그룹은 1996년 외항선에 여성을 태우지 않는 금기를 깨고 업계 최초로 여직원을 승선시킨 적이 있는데, 올해 신입사원 50여 명 가운데 여성이 50%이상을 차지해 사상 최다 여성 승선을 기록했다.

【포스코의 벽화 만들기】

8월11일 포스코 신입사원 오정열(30)씨는 포항 인근에 있는 포스코 인재개발원에서 연수를 받고 있었다. 그는 8월6일에 입소한 하기 연수생 32명 중 한 명이다. 입소하고 나서 첫 일주일은 수동적인 강당 교육이 이어졌지만, 11일부터는 신입사원들이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결과물을 도출하는 ‘미션 임파서블’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11일 오씨와 동기들은 대형 벽화 제작을 시작했다. 벽화라고는 하지만 땅에서 45。 각도로 비스듬히 누운 입체 조형물로 가로 2.7m 세로 3m에 달했다. 회사에서 제시한 과제는 14일까지 이 보드 위에 포스코의 과거-현재-미래를 표현하는 작품을 만들라는 것.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속출했지만, 포스코의 TV CF와 비슷하게 만들기로 했다.

“아래 부분에 포스코 역사와 관련된 사진을 모아 타임테이블 같은 걸 만드는 거야” “과거는 그렇게 하고 미래는?” “가상 신문을 만들면 어떨까? 미래 기사를 담은 신문” “오케이, 그럼 현재는 포스코 공장 모형을 넣으면 되겠네.”

오씨 팀은 바닥은 바다와 모래로, 윗부분은 산과 언덕으로, 가운데는 나무와 공장으로 표현하기로 했다. 연수생들은 작품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서 각 팀이 분업하기로 했다. 한 팀에 6명 정도 속했다.

“아이디어가 너무 많아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게 힘들더군요.” ‘학생장’을 맡았던 오정열씨가 털어놓은 애로사항이다.

이날 저녁이 되어서야 공장 모형에 들어갈 내용이 정해졌다. 우선 제철소 건물 사진을 크게 찍어서 넣은 뒤 생산라인 원료로는 연수생 얼굴 사진을 넣고 하트 모양으로 표현한다. 이 하트가 컨베이어 벨트를 통과해 공장을 지나가면 별 모양의 미래 제품이 생산되어 나온다는 줄거리였다.

포스코 교육담당 김윤희씨의 말. “벽화 제작이 끝나면 회사의 과거와 미래를 총괄하는 노래를 만들게 됩니다. 오정열씨 조 외에 다른 조들이 만드는 도형도 대개 비슷해요.”

연극 제작은 유행 프로그램

교육생들이 표현한 벽화 스타일은 다음과 같다. 과거는 모래로 표현하고, 그 모래 위에 포스코가 세워진다. 요즘 포스코에서는 ‘시그마6 운동’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굴뚝에서 시그마6 형상이 나타나곤 한다. 환경친화적인 기업을 강조하는 데에 물과 나무는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이에 대해 김윤희씨는 “나무를 통해 미래의 주역은 자기들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 같아요.”라고 풀이한다.

연수생들의 두 번째 과제는 포스코 정신을 표현하는 CF 만들기. CF라고 해서 진짜 동영상 영화를 찍는 것은 아니고 연극 시나리오로 대체한다. 연극을 만들어 공연하는 것도 대기업 연수의 새로운 형태다. 예를 들어 삼성 그룹은 신입사원으로 하여금 ‘드라마 삼성’을 공연하게 해 삼성의 역사를 자연스레 각인시킨다. 일정에 따르면 연극 공연 다음에는 홍보 전단지 만들기가 이어진다.

예년에는 이런 프로젝트가 없었다. 토론 프로그램은 있었지만 이렇게 포스코라는 회사를 소재로 고민하고 생산물을 발표하는 ‘미션 임파서블’ 프로그램은 올해가 처음이라는 것.

그 효과는 이전과 판이하게 나타났다. 첫 번째 과제를 수행하려면 반드시 회사의 역사와 전통을 스스로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따로 강사가 나서 설명할 필요가 없다. 김윤희씨는 “연수를 해 보면 1주가 다르고 2주가 다르고 4주가 다르다”고 말한다. 4주차쯤 되어 퇴소할 때 눈물을 흘리는 원생이 종종 있다고. 이는 집단 최면 효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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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가연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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