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호

‘기림산방’ 김종수 원장의 頭寒足熱 건강법

따뜻한 물과 음식, 호흡수련 반복하면 무병무탈

  • 글: 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입력2003-09-26 16: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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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림산방’ 김종수 원장의 頭寒足熱 건강법

    아내와 함께 따뜻한 차를 마시며 담소하는 김종수 원장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강원도 정선 깊은 산골 ‘기림산방(氣林山房: 바른 기운이 숲을 이루는 산속의 집)’에 기거하며 건강수련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김종수(52) 원장이 최근 ‘따뜻하면 살고 차가워지면 죽는다’(중앙생활사)는 책을 펴내 화제가 되고 있다. 도시에서의 직장생활을 등지고 십수년 간 기 수련과 함께 무병장수하는 건강한 삶에 대해 연구해 온 그는 수백 차례의 건강강연과 일간지 연재 등을 통해 풀어놓은 독특한 건강론을 이 한 권의 책에 고스란히 녹여놓았다.

    “건강이란 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과거의 올바른 생활문화와 정신문화가 만든 것이고,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 역시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생활문화, 정신문화가 만든 것이지 결코 우연이 아니다”는 확신으로 100세 장수노인 300명을 직접 찾아다니며 확인, 결론에 도달한 것이 바로 ‘바른 생활문화에서 나오는 건강론’이다.

    지난 13년 간 5000여 명이 다녀가고 학생, 주부, 의사, 공무원, 회사원, 경영자 등 500여 명의 수련생을 배출한 기림산방을 찾아 김원장이 역설하는 건강법에 대해 알아봤다.

    ‘두한족열’과 ‘수승화강’

    -몸은 따뜻하게, 머리는 차갑게 해야 건강하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라 생각합니다. 새삼 오래된 건강법을 들고 나온 이유가 궁금합니다.



    “많은 사람이 알고는 있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 그 원리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 몸을 따뜻하게 하고 머리를 차갑게 하는 것인지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있으나마나한 것이 돼버렸습니다. 오히려 요즘 사람들은 몸을 차갑게, 머리를 뜨겁게 하는 거꾸로 된 생활방식을 따르고 있는데, 여기서 모든 질병이 생겨납니다. 몸은 따뜻하게 머리는 차갑게, 이 속에 모든 건강비결이 녹아 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그 원리를 일깨우고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책을 냈습니다.

    -몸을 차갑게, 머리를 뜨겁게 하는 거꾸로 된 생활방식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합니까.

    “냉장고를 사용하고, 에어컨을 켜고, 걷는 것 싫어해서 자동차를 타고, 인터넷 하느라 밤을 새는 이런 것들이 전부 거꾸로 된 생활방식입니다. 다시 말해 찬 것을 먹고 찬 기운으로 몸을 차갑게 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운동을 피하고, 밤잠을 설쳐 몸을 피곤하게 하는 것이 전부 몸을 차갑게 하는 겁니다. 현대인은 일상생활에서 몸을 차갑게 해 병을 만들고, 어렵게 번 돈을 병원에 갖다바치는 생활을 반복합니다. 이런 악순환을 계속하는 건 결과적으로 인생을 헛발질하며 사는 겁니다.”

    -‘따뜻하면 살고 차가워지면 죽는다’는 건강법을 전하는 책 제목으론 다소 과격하게 들립니다. 앞서 원리에 대해 말했는데, 왜 몸은 따뜻하게 하고 머리는 차갑게 해야 좋은 겁니까.

    “동물은 물론 인간의 몸은 따뜻한 기운이 강할 때 순환이 잘돼 잉태하고 성장하며 생명이 유지됩니다. 반대로 찬 기운이 있으면 질병과 노화가 생기고 죽음이 옵니다. 그래서 죽은 사람의 몸에 싸늘한 기운이 도는 겁니다. 우주와 대자연 속에는 ‘따뜻한 기운’과 ‘차가운 기운’이라는 두 개의 기운이 존재하는데, 이 두 기운이 서로 맞물려 조화를 이룹니다. 따라서 모든 식물은 따뜻한 기운이 있으면 싹이 나고 성장하여 열매를 맺지만, 차가운 기운이 성하면 추풍낙엽이 돼버립니다. 이처럼 우주만물은 따뜻한 기운과 차가운 기운, 이 두 기운의 흐름에 의해 변화됩니다.

    일찍이 이런 자연의 이치를 간파한 우리 선인들은 이를 ‘음양(陰陽)’의 조화라 했습니다. 사람의 몸에도 이 두 개의 기운이 존재해야 건강하다는 것을 깨닫고 사람의 몸을 작은 우주와 같다 하여 ‘소우주(小宇宙)’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건강하려면 몸이 따뜻하고 머리가 차가워야 한다는 뜻인 ‘두한족열(頭寒足熱)’과 ‘수승화강(水陞火降)’이란 단어를 만들고, 우리 전통의 생활 속에 두한족열과 수승화강의 생활문화, 정신문화, 건강문화를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따뜻한 봄에 모든 생명이 살아나고 가을과 겨울에 추워지면 잎이 마르고 죽어서 떨어지는데 이는 조물주가 만들어놓은 자연의 이치로 누구도 거스를 수 없습니다. 생사(生死)의 근본원인이 따뜻하고 차가운 데 있습니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인 이상 이같은 자연의 이치에 역행해서 살 수 없습니다.”

    김원장은 “사람의 몸은 배가 따뜻한 만큼 머리가 차가워지고, 배가 차가워진 만큼 머리가 뜨거워지는데 이 변화는 최첨단 컴퓨터시스템보다 더 정확한 자연의 이치”라고 설명한다. ‘건강한 사람의 바람직한 기운의 균형상태’가 바로 몸은 따뜻하고 머리는 차가운 상태라는 것이다.

    -바람직한 기운의 균형상태로 몸의 건강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앞서 찬 음식, 찬바람, 밤을 새는 습관 등이 좋지 않다고 하셨습니다만.

    “몸을 따뜻하게 하면 자연스레 머리는 차가워진다고 앞서 설명했습니다. 몸을 따뜻하게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 일상생활에서 찬 음식을 삼가야 합니다. 찬 음식이 위에 들어가면 위가 음식을 데우기 위해 기운을 쓰게 됩니다. 기운을 빼앗긴다는 것이 바로 배를 차갑게 한다는 뜻입니다. 에어컨 바람을 쐬면 피부가 차가워지는데 적정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뱃속의 열을 빼앗게 됩니다. 밤을 새거나 과로해서 몸이 피곤하면 기운이 떨어지는 걸 느낍니다. 이것 역시 몸이 차가워졌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몸에 열이 많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시원한 곳과 찬 음료를 많이 찾습니다. 열로 몸이 더워지면 식혀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흔히 몸에 열이 날 때도 찬 수건으로 몸을 식혀주지 않습니까.

    “몸에 열이 날 때 찬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는 건 잘못된 겁니다. 앞서 설명한 몸의 기운의 원리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몸에 열이 많다는 건 뱃속에 있어야 할 따뜻한 기운이 몸 밖으로 나오면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몸에 열이 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을 열체질이라 하는데, 열체질인 사람은 속이 냉한 대신 열이 밖에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열체질은 흔히 가슴에도 열이 차 있어 심장과 폐에 이상이 생겨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피부 발진으로 태열과 여드름 등 지방성 피부질환이 생기고 순환이 잘 안 됩니다. 또 혈관의 압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고혈압, 당뇨가 생기고 안압이 높아지며 시력이 감퇴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가슴에 열이 있어 더위를 잘 타며 갈증을 잘 느끼고 그래서 차가운 물을 자주 마시게 됩니다. 찬물을 마시면 당장 목과 가슴은 시원하겠지만 오장육부가 차가워져 기능이 점점 떨어지고 약해집니다. 특히 신장과 방광이 약해집니다. 또 몸의 기운, 즉 따뜻한 기운이 바깥쪽으로 자꾸 빠져나가기 때문에 음식을 잘 먹는 사람은 각종 영양분이 바깥쪽으로 몰리게 돼 비만이 되고 몸매의 균형이 흐트러집니다.”

    몸 기운 상태에 따라 체질 변해

    -열체질이 속이 냉한 상태라면, 몸이 차갑다고 느끼는 사람은 어떤 상태인가요. 흔히 체질은 타고나기 때문에 바꿀 수 없다고 하는데, 열체질도 타고나는 것입니까. 선천적으로 건강한 체질이 있는가 하면 약한 체질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 사람이 ‘두한족열’ 상태를 유지하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제마 선생의 사상체질론을 말하지만, 과거의 생활문화와 현저하게 달라진 요즘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도 있고,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경험에서 얻은 결론으로 차가운 기운과 따뜻한 기운, 이 두 기운에 의해 나타나는 체질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몸의 기운의 상태에 따라 체질은 달라집니다. 다시 말해 우리 몸의 기운의 차이에 따라 건강체질, 열체질, 냉체질로 나눌 수 있습니다. 건강체질은 머리는 차고 몸은 따뜻한 두한족열 상태가 유지돼 몸의 순환이 잘되는 균형 잡힌 몸을 말합니다. 하루종일 일하고 피곤해지면 머리가 뜨겁고 몸이 차가워집니다.

    그러나 충분하게 수면하고 피로를 풀면 다시 두한족열 상태가 되어 몸과 마음, 정신과 생각, 그리고 영혼까지 건강을 유지합니다. 즉 사람이 건강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일을 하며 기운을 쓰고 피로를 풀며 기운을 보충하는 생활을 지속한다는 것입니다. 건강체질은 바로 이러한 자연의 이치에 잘 순응하며 살아가는 사람을 말합니다. 반면 모든 병의 시초는 배가 차가워지면서 머리가 뜨거워지고, 몸의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 고열이 나며 감기, 배탈, 설사 증상이 나타나는 것인데 열체질이 여기에 속하며 앞서 설명한 바와 같습니다.

    냉체질은 따뜻한 기운이 몸에서 다 빠져나간 다음에 나타나는 체질입니다. 머리에는 아직 약간의 열이 남아 있지만 정신과 영혼이 맑지 못하고 마음과 생각은 급하고 산만한 것이 특징입니다. 냉체질의 피부는 차가워지고 순환이 안 돼 점점 변색되며 탄력과 윤기가 없어 건성피부가 되고 몸이 마르면서 저체중이 되기 쉽습니다.

    또한 비듬, 굳은살, 버짐, 곰팡이, 건선 등으로 인한 피부질환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냉체질이 심해지면 여름에도 내복과 두꺼운 양말을 신어야 할 정도로 손발이 차가워지고 추위를 잘 타게 됩니다. 그리고 몸의 모든 기능이 약해지고 굳어갑니다. 체질은 나이에 상관없이 기(氣, 기운)의 상태에 따라 나타납니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배를 따뜻하게 해주면 마비됐던 기능이 서서히 살아나면서 기운이 생겨 누구나 건강체질이 될 수 있습니다.”

    ‘기림산방’ 김종수 원장의 頭寒足熱 건강법

    매일 아침 1000번씩 하는 호흡수련은 정신을 맑게 하고 집중력을 증가시킨다.

    대학시절 산악동아리 활동을 하며 술을 가까이한 김원장은 직장생활을 할 때도 술을 즐기는 습관을 버리지 못해 몸이 많이 상했다. 그 때문에 4∼5년 전 ‘위 천공’이란 진단을 받았지만 수술을 받지 않고 자신이 터득한 건강법으로 몸을 다스리고 있다.

    “위 천공이 갑자기 생긴 건 아니고 그 전부터 위와 장이 몹시 좋지 않았는데, 아마 그 때문에 서서히 구멍이 난 것 같습니다. 직장생활을 할 때 위와 장에 좋다는 약은 다 구해 먹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60세 할머니가 50일 간 단식을 했더니 생리를 다시 시작하더라는 말을 우연히 전해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단식을 하면 몸이 원래 상태로 좋아지지 않을까 해서 단식을 처음 해봤습니다. 그때는 두한족열의 원리를 모를 때여서 차가운 생수만 마시며 단식을 했습니다.

    20일 동안 단식했더니 몸은 날아갈 듯 가뿐해졌는데 뱃속에 사르르한 통증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그게 바로 ‘냉(冷)’이었습니다. 그때 이후 단식을 할 때는 뜨거운 물이나 차를 마십니다. 그러면 배고픈 증상도 없이 몸이 편하고 요요현상도 생기지 않습니다. 단 단식을 할 때는 염분을 섭취해주는 게 좋습니다.”

    김원장은 염분이 살균작용과 순환작용, 해독작용을 하기 때문에 단식할 때 염분을 섭취하면 체내의 세균과 바이러스를 살균해주고, 신진대사와 호르몬 분비 등 각종 체액을 잘 순환시켜줄 뿐만 아니라 굳어 있던 각종 세포를 분해해 적(?)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적’은 생소한 단어입니다.

    “적이란 병 역()자와 쌓일 적(積)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를 화낼 적(?)이라고 합니다. 성질이 급하여 화를 자주 내면 몸의 뜨거운 기운이 머리로 올라가고 머리의 차가운 기운이 몸으로 내려와서 누적되고 굳어져버리는데 이게 바로 적입니다. 적은 몸 속의 오장육부를 굳게 하여 기능을 잃게 하고, 죽은 세포를 만들어 세균과 바이러스가 덤벼들게 하여 염(炎)과 암(癌)을 만듭니다. 또 차가운 장부에 지방이 축적돼 비만이 되고, 사타구니로 차가운 기운이 퍼져 습(濕)과 냉(冷)을 만들어 습진과 냉·대하가 되며 다리로 차가운 기운이 내려와 중풍과 통풍을 만들어 통증과 마비가 생기게 합니다.

    한마디로 몸이 차가워지면 적이 쌓이는데 건강한 사람은 차가운 기운과 따뜻한 기운의 순환이 잘돼 적이 쌓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피로한 상태가 장기간 누적되면 적이 생깁니다. 적은 몸의 경우 차가운 기운이 오랫동안 쌓이면 생기고, 머리의 경우 뜨거운 기운이 오랫동안 쌓이면 생깁니다. 그래서 적이 쌓인 곳은 순환이 안 돼 차갑고 딱딱하게 굳어 있습니다.

    적은 누가 만져봐도 알 수 있습니다. 기운이 약한 사람은 자기 손으로 당장 아랫배, 윗배 등을 오가면서 만져보면 차갑고 딱딱한 적의 존재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적이 많이 쌓이게 되면 결국 각종 질병으로 시달리다 마침내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몸을 따뜻하게 하면 적이 쌓이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미 몸에 쌓인 적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단전호흡은 적을 풀어주는 좋은 방법입니다. 찬 음식을 멀리하고, 따뜻한 차를 계속 마셔 몸의 따뜻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오랫동안 쌓인 적을 푸는 방법이 됩니다. 앞서 말한 방식으로 단식을 하는 것도 오랫동안 몸 속에 쌓인 적을 빼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서너 시간 동안 1000번의 호흡을 하는 것으로 몸을 수련하는 김원장이 말하는 단전호흡법은 널리 알려진 단전호흡과 조금 다르다. 우선 단전호흡은 속기운을 키워준다. 기운에는 겉기운(외공)과 속기운(내공)이 있는데, 운동을 통해 뼈와 근육에 탄력이 생기면서 강해진 것은 속에 있는 기운이 겉으로 가서 몰려 있는 현상으로 이를 외공이라 한다. 반대로 속의 기운을 내공이라 한다. 외공은 운동을 통해 쌓을 수 있고 순발력을 키워주지만, 내공은 호흡수련을 통해서만 쌓을 수 있고 지구력을 키워준다.

    김원장에 따르면 몸이 차가워지면 배에 기운이 없고 등이 굽게 된다. 배에 기운이 없다는 것은 속, 다시 말해 오장육부에 기운이 없다는 뜻인데 이는 내공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운이 없는 상태의 생활이 누적되면 적이 쌓인다.

    “단전호흡을 할 때 숨을 길게 토하면 아랫배 깊숙이 힘이 가게 되는데, 몸에 적이 쌓인 사람은 호흡시 적이 소변을 누는 신장, 방광, 요도 쪽으로 몰려 오히려 찬 기운이 퍼집니다. 대신 기운은 항문 쪽으로 몰리기 쉽습니다. 배에 따뜻한 기운을 모으려면 단전호흡과는 다른 방식으로 호흡해야 합니다.”

    -다른 방식의 호흡법이라면, 어떤 자세로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단전호흡을 할 때처럼 등을 펴고 가부좌를 하되, 양 무릎의 간격을 넓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 양 무릎을 어깨너비 정도가 되도록, 다시 말해 양 허벅지가 11자가 되도록 벌린 다음 허리를 곧게 펴고 숨을 들이마십니다. 그리고 숨을 길게 토하는 것이 중요한데 최대한 숨을 길게 토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배에 힘이 들어가게 됩니다. 이 상태에서 ‘소변을 멀리 힘있게 오래 눈다’는 생각으로 마지막 남은 숨까지 토해냅니다.

    이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숨을 길게 토해낼 때 자칫 등이 굽어지기 쉬운데 등이 굽으면 경락이 막히게 되므로 숨을 토할 때마다 뒷머리와 등이 쭉 펴지도록 해야 합니다. 또 정신을 집중하기 위해 마음속으로 숫자를 천천히 헤아립니다. 이 방식으로 매일 꾸준히 호흡하면 무기력했던 신장과 방광, 전립선과 요도, 그리고 골반 등에 힘이 생겨 기능이 살아납니다. 몸의 기운이 제대로 순환되면서 적으로 막혔던 명문혈(命門穴, 기운이 드나드는 통로)도 풀리고 무거웠던 머리도 맑아집니다.”

    -바쁜 직장생활을 하는 도시인이 아침마다 일어나서 서너 시간 동안 호흡을 하기란 불가능합니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예를 들어 저녁에 한다든지.

    “제가 말한 호흡법은 적을 풀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도 있지만 정신을 맑게 해줍니다. 정신이 맑아지면 마음이 차분해져 기억력과 정확한 판단력, 엄청난 집중력과 지구력이 생기게 됩니다. 이런 맑은 정신으로 하루를 시작해야 생활이 건강해집니다. 서너 시간이 무리라면 매일 아침 30분이라도 게으름 부리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원장은 재작년까지 기림산방을 찾는 수련생을 대상으로 호흡과 단식 등을 통한 수련 프로그램을 매회 4박5일 일정으로 운영했다.

    “처음엔 9박10일 과정이었는데 바쁜 도시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 기간을 줄였습니다. 그런데 기초지식을 배워가기만 할 뿐 실생활에서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이 드물었습니다. 말짱 헛일이다 싶어 지난해부터 4박5일의 기초일정이 끝나면 원하는 사람에 한해 2주간 수련을 쌓게 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몸에 쌓인 적을 빼내면 일상생활로 돌아가서도 그동안 익힌 대로 수련을 실천하기가 쉽습니다.”

    -앞서 말한 단식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우리 몸은 음식이 들어가야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그 에너지가 바로 기운이 아닌가요. 그런데 단식을 하면 오히려 기운을 없게 해 결과적으로 배를 차갑게 하는 것이 되지 않습니까.

    “몸이 따뜻할 때, 다시 말해 기운이 있고 건강할 때는 소화능력이 좋기 때문에 밥맛이 좋습니다. 그러나 몸이 차가운 상태가 되면 기운이 없고 밥맛도 쓰게 느껴집니다. 이는 배가 차가워져 소화·배출 능력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상태에서 억지로 음식을 먹으면 몸이 더욱 차갑게 되어 위와 장은 소화를 시키지 못하고 체랭(體冷) 상태가 됩니다. 몸에 들어간 음식은 차가워져 굳게 되어 숙변이 되고, 지방이 굳어 체지방이 되어 비만이나 고혈압 등 큰 병을 만들게 됩니다. 밥맛이 없을 때 한두 끼를 굶어보면 뱃속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밥맛이 없다는 것은 지금 소화시킬 능력이 없으니 음식이 들어오지 말라고 몸이 요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먹는 것을 중단하여 위와 장, 체내에 차가워져 굳어 있는 적과 노폐물들을 빼주어야 속이 따뜻해지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냉기 도는 음식 피하라

    김원장은 매일 아침 호흡수련을 하기에 앞서 통나무를 이용해 밤새 굳어진 근육을 풀어준다.

    “일상생활에선 몸을 앞으로 숙이는 자세를 취합니다. 그런데 통나무를 이용해 척추를 반대로 펴줌으로써 근육과 신경을 풀어주는 것이지요. 척추뿐 아니라 어깨와 목의 근육도 함께 풀어주면 한결 몸이 가벼워집니다. 통나무를 등에 댄 채 팔을 위로 뻗어 몸을 대(大)자로 한 상태에서 기지개를 켜는 것도 몸을 가뿐하게 합니다.”

    일명 ‘통나무 건강법’은 13년 전 처음 산 속에 홀로 들어와 손수 흙집을 지으면서 터득한 방법이다.

    “하루종일 통나무를 져 나르고 흙을 반죽해 집을 짓다보니까 등이 아프고 어깨가 결리는데 옆에 아무도 없으니 주물러달라고 할 사람이 없었습니다. 마침 방을 가로지르는 문턱이 있었는데, 아쉬운 대로 거기 대자로 누워 등을 아래위로 문지르니 시원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때 터득한 방법을 지금껏 생활화하고 있습니다.”

    1박2일 간 기림산방에 머물며 지켜본 김원장은 ‘냉기’가 도는 어떠한 음식도 입에 대지 않았다. 과일은 뜨거운 물에 담가 냉기가 가신 상태에서 먹고, 딱 한 번 반주로 마신 소주 한 잔마저 따뜻한 물 반, 술 반 상태로 마셨다.

    -항상 따뜻한 물과 음식을 먹고, 매일 호흡수련을 하는 것은 일반인이 보통 인내심으로 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누구든 맑은 정신으로 건강하게 살기 원합니다. 운동이다 건강검진이다 해서 시간과 노력, 돈을 투자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바른 생활문화는 몸의 건강뿐 아니라 마음과 생각, 정신, 영혼까지 건강하게 합니다. 머리가 뜨거워지면 마음이 조급해져 짜증과 신경질이 나고, 정신이 멍하고 맑지 못해 올바른 생각과 판단을 할 수 없습니다. 현대인에게 정신질환이 많은 이유도 바로 몸을 차갑게 하는 생활문화가 보편화돼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얘기한 건강한 생활문화는 일상생활에서 조금만 신경쓰면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많은 사람이 맑은 정신, ‘참나’의 상태로 건강하게 생활해나가는 가운데 우리의 올바른 정신문화가 꽃피는 시대가 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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