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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평|김정일 리포트

북한체제의 속살 들여다본 생생한 정보와 분석

  • 글: 정낙근 국제전략정보연 통일전략실장·정치학 박사 jeongnk1@hanmail.net

북한체제의 속살 들여다본 생생한 정보와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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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김일성이 사망하자 남한을 비롯한 서방세계에서는 김정일의 군부 장악 여부를 놓고 논란이 많았다. 지금도 북한군부의 강경파·온건파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저자의 주장은 단호하다. 먼저 김일성이 사망한 시기에 김정일은 ‘확실히’ 군부를 틀어쥐고 있었으며 지금도 확실히 장악하고 있다고 단언한다.

북한에서 군은 곧 ‘당의 군대’다. 군은 전적으로 당의 지도 통제 아래 놓여 있다. 실제로 군의 최고정치기구인 총정치국은 중앙당 조직지도부의 지시와 감독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당의 조직지도부는 군인들의 진급과 보직을 포함한 군 인사를 통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또한 군에 대한 검열권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김정일은 1973년 당의 조직지도부장이 된 후 군을 상당 부분 장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또 1980년에는 김정일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되었는데, 이것은 북한의 군 관련기구 중 핵심적이고 중요한 지위다. 당 중앙군사위는 당 중앙위 산하가 아닌 독립된 기관으로, 당의 군사정책·군수산업·군대지휘 등 군과 관련한 가장 핵심적인 사업을 하는 곳이다. 이같은 사실로 볼 때 저자는 김정일의 군 장악과정에서 중요한 분기점은 당 중앙군사위 위원으로 임명된 시기라고 주장한다.

1991년 김일성은 김정일에게 인민군 최고사령관 자리를 넘겨주었다. 다음해인 1992년에는 사회주의 헌법을 개정하여 1993년 4월 김정일을 국방위원장으로 추대하게 된다. 국방위원회는 인민군뿐만 아니라 국가안전보위부도 지휘 통제하도록 개편됨으로써, 명실공히 국방위원장인 김정일이 군통수권을 행사하도록 했다. 이로써 김정일은 북한의 전체 무장력과 모든 정보기관을 장악하게 되었다. 1994년이면 김정일이 조직지도부장이 된 지 20년이고 당 중앙군사위 위원이 된 지도 14년이 흐른 시점으로, 김정일의 군부 완전장악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군부 내 강경파와 온건파의 존재 및 그들간 갈등에 대해서도 저자는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군 내부동향은 김정일이 당내 기구를 통해 알 수 있고, 특히 반김정일이라는 ‘사상문제’에 걸려들면 자신뿐 아니라 온 가족의 희생을 감수해야만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북한군에는 오로지 ‘김정일파’만이 존재한다는 논지다. 남북협상 과정에서 북한당국이 간혹 군부 강경파를 들먹이는 것은 김정일 자신의 책임은 회피하면서 남한의 주장을 들어주지 않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한다.



김정일에게 ‘안녕히’라는 인사조차 못하는 심정

저자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김정일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다음 두 가지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나는 김정일이 과연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고 중국식 개혁·개방의 체제로 나아갈 것인가. 다른 하나는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고 끝내 국제사회의 힘에 의해 체제전환 또는 붕괴될 것인가.

이에 대해 저자는 김정일이 대량살상무기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전쟁을 선택할 만큼 배짱도 없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반면 김정일 스스로 북한체제를 개혁 개방으로 몰고 갈 가능성도 매우 낮은 편으로 보고 있다. 자신이 만들어놓은 체제를 스스로 허물고 완전히 뜯어고친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대고 있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김정일에게 기대할 것이 없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 저자의 대답은 명쾌하다. 남한을 비롯하여 미국·일본·중국·러시아가 김정일 체제를 중국식 개혁·개방체제로 갈 수 있도록 추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당히 원론적이고 점잖은 답이다. 그렇지만 ‘김정일 비서에게’라는 편지형식의 서문을 읽어보면 저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당신(김정일)이 만들어놓은 체제가 개혁·개방에 박차를 가하는 현재의 중국처럼 되거나, 아니면 더 진보된 체제로 전환하는 길을 걷게 될 것”이라며 강한 암시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통상 편지 말미에 쓰는 ‘안녕히’라는 의례적인 인사조차 못함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김정일을 ‘위로’하고 있다.

‘김정일 리포트’를 읽으면서 최근 미국과 중국 등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북한의 ‘regime change’란 말이 강하게 와 닿는다.

신동아 200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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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낙근 국제전략정보연 통일전략실장·정치학 박사 jeongnk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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