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누가 뭐라 하든 앞동갈베도라치는 대단히 아름다운 어종이다. 누구라도 한번 보면 감탄과 의혹의 눈길을 보내게 된다. 그런데도 이렇게 아름다운 물고기가 우리나라에 있다는 사실을 여간해선 믿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의 바닷속엔 이보다 더 아름답고 명랑한 성격을 지닌 물고기가 많다. 아무튼 성깔깨나 있는 앞동갈베도라치는 사료로도 충분히 사육이 가능하며, 환경만 조성된다면 수조 속에서 치어도 구경할 수 있다.
[갯민숭달팽이는 ‘움직이는 꽃’]

파랑갯민숭달팽이(왼쪽)와 흰턱수염갯민숭달팽이
흔히 달팽이 하면 흐물흐물하고 징그러운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것은 뭍의 달팽이에 관한 일이고 바닷속 달팽이류는 정말 아름답다. 개중엔 화려한 것도 많다. 바로 갯민숭달팽이라는 무척추동물이다. 물론 다른 무척추동물도 많지만 움직이는 것 가운데 이만큼 화려한 것은 보지 못했다. 갯민숭달팽이는 수십여 종이나 된다. 여기서는 갯민숭달팽이류 중에서 화려함이 덜하지만 비교적 쉽게 볼 수 있고 채집 또한 수월한 파랑갯민숭달팽이와 아직은 이름이 명확하지 않아 필자가 국립중앙과학관 전시회때 편의상 작명한 흰턱수염갯민숭달팽이를 소개한다.
세상의 수많은 동물들은 자신을 보호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산다. 지렁이만 해도 땅속으로 숨는 재주를 갖고 있다. 하지만 갯민숭달팽이는 아무것도 걸친 게 없고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땅을 파는 재주도 없다. 말랑말랑한 몸을 화려하게 치장하고 바위나 수초에 붙어서 누군가 자신을 공격하면 몸을 구부리고 바닥으로 떨어져 다가오는 재앙을 기다릴 뿐이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듬뿍 선사한다. 파랑갯민숭달팽이의 크기는 몸을 움츠렸을 때와 움직이기 위해 몸을 폈을 때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4∼5cm쯤 된다. 몸은 위에서 아래로 납작한 편이며 연체동물의 특성대로 몸의 표면이 매끄럽다. 몸을 움직일 때는 꼬리 부분이 나타나는데 공간을 이동할 때 꼬리로 중심을 잡고 건너다닌다. 몸의 색상은 짙은 청색이고 그 표면과 테두리에 노란색 띠가 길게 쳐져 있다. 주둥이 위쪽에 뿔 모양의 밝은 주황색 촉수가 있고 몸의 후미에 갯민숭달팽이의 백미인 아가미 돌기가 밝은 주황색을 띠며 화려하게 펼쳐져 있다. 우리나라 남해와 제주 연안에 주로 서식하며, 조간대(潮間帶)의 바위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필자는 이들의 산란과정을 지켜봤는데, 편편한 벽면에다 하얀색 젤라틴막으로 싸인 알들을 스프링 형태로 만들어간다. 그리고 종 번식의 안전성을 위해 최소한 3∼4곳에다 산란을 하는데, 이런 작업을 2∼3일에 걸쳐서 한다. 알을 보호하는 젤라틴막은 접착력이 강해 아무리 파도가 세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요즘 우리 사회는 인구 감소로 상당한 고민을 한다. 모든 동물은 종족 번식을 위해 교미를 한다. 지금 우리는 동물적 종족의 번식은 무지한 이들의 짓이라고 폄하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풍조가 계속된다면 말 못하는 미물은 영원할지 몰라도 우리 인간은 소수의 동물로 전락하고 말지도 모른다. 때가 되면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덥고 추운 것은 자연의 이치다. 자신의 핏줄을 잉태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적인 것이란 생각이다.
아무튼 자신에 맞는 창과 방패 하나 없지만 산란 후 하루가 지나면 젤라틴막은 투명한 상태로 변하며 그로부터 만 하루가 경과하면 그 막을 뚫고 유생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갓 태어난 유생의 길이는 1∼2mm 내외이며 굵기는 0.05mm 정도다. 우윳빛을 지닌 유생은 활발한 먹이활동을 하는데 만약 굶주린 상태에서 자신보다 더 작은 유생을 만나면 먹잇감으로 생각하여 공격한다. 동물의 본능과 비정함은 크건 작건, 뭍이건 물속이나 똑같다. 유생은 1주일이 경과하면 육안으로 구별이 가능할 정도로 머리와 몸이 구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