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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비자금 주역 손길승·이영로·최도술 3각 커넥션

  • 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SK 비자금 주역 손길승·이영로·최도술 3각 커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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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의 검찰 수사결과대로라면 손회장으로부터 건네받은 11억원의 최대 수혜자는 최도술씨와 선봉술씨다. 이씨는 CD를 현금과 수표로 바꿔주면서 일정한 자금세탁 역할을 했다.

주변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이씨(45회)는 노대통령(53회)의 부산상고 8년 대선배다. 이씨가 단순한 자금세탁 역할만 할 위치도 아니거니와, 검찰의 발표처럼 최씨 또는 선씨가 대선 빚을 갚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직접 요청할 수 있는 상대도 아니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오래 전부터 이씨를 알고 지낸다는 한 지인은 “노대통령도 대선 정국이 시작되기 전인 2001년 말까지는 장전동 D일식집으로 이씨를 자주 찾았다. 노대통령은 지난 해 선거 기간 중에도 이씨로부터 물심양면으로 상당한 도움을 받았던 것으로 안다. 사무장이었던 최씨 입장에서 이씨는 쉽게 대할 수 없는 어른이었다”고 말했다.

주변 관계자들에 따르면 부산은행 국제금융부장 시절 이씨는 자금사정이 어려웠던 모 업체에 당시로서는 거액인 2억원을 대출해주고 그 일로 결국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인연으로 이씨는 대출받은 업체의 계열사인 K사를 맡아 운영하다가 H금융 등 제2금융권에 진출했다고 한다.

이후 이씨는 M&A에 눈을 떠 S금융을 인수 합병해 또 다른 H금융을 설립하고, 다시 이를 재일교포에게 매각하면서 상당한 부를 축적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권뿐 아니라 부산지역 정·재계 인사들과도 상당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해 3월까지 부산상공회의소(부산상의) 회장을 맡았던 (주)넥센 강병중 명예회장 등 부산상의 임원이나 회원사 대표들과도 식사 모임을 갖는 등 부산지역에서는 유력 인사로 통한다.



이씨의 한 지인은 “그의 이력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씨는 기업 M&A에 능할 뿐 아니라 자금세탁에 일가견이 있다”면서 “다만 그동안 일부 언론에 알려진 것처럼 엄청난 부를 축적해놓고도 가·차명으로 재산을 숨길 정도로 부도덕한 사람은 아니다. 없어서 못 주지 있으면 남에게 주는 사람이다”라고 대변했다.

반면 최씨는 노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지만 변호사 시절에는 사무장, 선거기간에는 총무국장 또는 지구당 사무국장 정도의 역할을 하는 데 그쳤다. 다만 오랜 사무장 경력으로 세무와 회계분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안다. 노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부산지역 조세소송 건을 싹쓸이할 수 있었던 데는 그의 넓은 인맥도 무관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씨의 인맥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지난 대선에서 두 사람의 역할이다. 대선 당시 최씨는 노대통령의 부산선대본부 사무국장을 맡았었다.

최도술의 배신인가 실수인가

민주당 한 관계자는 “부산선대본부에서 일했던 민주당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부산지역 공식, 비공식 대선자금을 최도술씨가 혼자 다 관리했다”며 “그 사람 이외에는 아는 사람도 없었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최씨가 입을 열지 않는 한 부산선대본부로 흘러 들어간 대선자금은 검찰도 추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부산상고 총동창회 부회장 등을 맡았던 이씨는 부산지역 동창들과 평소 알고 지내던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대선자금을 동원하는 데 매우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전해들었다”며 “이번 SK 비자금 11억원을 대선 빚 청산을 위해 최씨에게 준 것도 부산선대본부 대선자금 내부 현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부산지역 기업인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이씨가 기업인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세탁해주면 최씨는 나름의 전문성을 살려 ‘뒤끝 없는’ 확실한 회계처리를 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마무리가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평소 절친하던 손회장으로부터 받은 자금이라 이씨가 별탈 없을 거라 생각했던 게 화근이었다는 것. 실제로 평소의 관계를 상정하면 이 자금이 이씨 부인의 계좌에만 있었어도 이처럼 확대되지는 않을 사건이었다. 손회장의 푸념처럼 그 자금이 최씨와 선씨 등으로 건너갔던 것이 문제였다.

한편 지역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최씨가 지난 대선을 전후해 김성철 현 부산상의 회장으로부터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해석이 등장하고 있다. 김씨가 회장에 선출된 것은 올해 3월.

부산상의 한 회원사 사장은 “부산상의는 회장 자리를 놓고 여러 계파로 나뉘어 다투고 있었는데 김회장은 오래 전부터 여러 차례 도전했다. 문제는 김회장이 운영하는 국제종합토건이 화의(和議)중인 회사라는 것이었다”며 “따라서 최씨가 김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면 그건 대가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이어 “부산상의 내부 계파싸움이 심해 선거가 끝나면 후유증이 심각하다”며 “그런데 회장직을 놓고 다퉜던 강병중 전 회장과 이영로씨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최씨가 김회장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의 ‘뒤처리 미숙’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손회장에게 미안할 법한 이씨가 반대로 최씨에게는 상당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과연 이씨의 속내는 어떨까. 그의 입은 언제쯤 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동아 2003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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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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