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호

다시 불붙은 핵무장론

점차 힘 얻는 독자 핵무장론과 그 대안

자체 핵무장이냐 전술핵 재배치냐

  • 권재현 기자|confetti@donga.com

    입력2017-08-2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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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개월 안 1조 원으로 독자 핵무장 가능”(서균렬 교수)
    • “조건부라면 국제사회 제재·양해 가능”(정성장 실장)
    • “이스라엘식 ‘잠재적 핵무장’에 나서야”(김태우 교수)
    • “미 예비 전술핵 중 일부 배치가 가장 합리적”(전성훈 연구원)
    북한이 핵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에 성공함에 따라 이에 맞서기 위해 한국의 핵무장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핵무장론자는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실장과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등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했다. 동맹국에 핵우산을 제공하는 대가로 비확산정책을 펴온 미국이 이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므로 한국이 겪게 될 안보적, 외교적, 경제적 타격이 크다는 현실론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대선 과정에서 북핵에 맞서기 위해 한국 핵무장을 용인할 수도 있다고 발언한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해 11월 8일 치러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되면서 핵무장론자가 점차 늘기 시작했다. 예비역 군 장성들은 물론 남경필 원유철 정몽준 김문수 등 현실정치인 사이에서도 이 같은 주장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이 올해 7월 4일과 28일 잇따라 ICBM 실험발사에 성공하면서 핵무장론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1991년 11월 노태우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에 관한 선언’이 발표된 이후 지속됐던 ‘핵의 진공상태’가 사실상 26년 만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의 7월 15일자 조선일보 칼럼 ‘남북한 동시 핵무장만이 출구인가’가 대표적이다. 이 칼럼은 이렇게 끝맺는다. “한반도 비핵화에 기초한 평화가 최선이지만 북한의 핵무장으로 그건 불가능하다. 결국 출구는 단 하나뿐이다. 이제 진정한 한반도 평화 체제는 남북의 동시 핵무장 위에서만 가능해졌다.” 제목은 의문형이지만 본문은 남한의 핵무장이 불가피하다고 단언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사설을 통해 핵무장론을 지지하고 나섰고 주류 언론에서도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와 함께 핵무장 잠재력 확보 방안도 준비해야 한다는 논조가 늘고 있다. ‘신동아’는 지난해 3월호에서 ‘핵무장론 불붙다’는 특집기사로 이를 심층보도한 데 이어 이를 둘러싼 외교안보 전문가들 의견을 다시 점검해봤다.



    “일본은 3일 안에 핵무장 가능”

    핵무장론의 기술적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크게 둘이다. 2015년 4월 작성된 미국의 퍼거슨 보고서와 2016년 1월 한국 언론에 보도된 서균렬 서울대 교수의 분석이다. 퍼거슨 보고서는 찰스 퍼거슨 미국과학자협회(FAS) 회장이 비확산그룹에 제출한 비공개 보고서 ‘한국이 어떻게 핵무기를 획득하고 배치할 수 있는가’를 말한다. 한국은 원자력발전소 24기를 운영하는 세계 5위권의 원자핵강국이다. 원전 가동 과정에서 플루토늄이 소량 포함된 사용 후 핵연료, 즉 폐연료봉이 나온다. 특히 중수로 방식인 월성 1~4호기에서 경수로 방식인 다른 원전에 비해 플루토늄 함량이 높은 폐연료봉이 나온다. 퍼거슨 보고서는 이렇게 비축된 폐연료봉이 2014년 말 현재 26t에 달하는데 이를 무기급 플루토늄으로 전환할 경우 4330개의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서균렬 교수는 “대통령이 결단만 내리면 18개월 안에 핵무장을 끝낼 수 있다”며 “1조 원가량의 예산을 들이면 18개월 뒤부터는 핵무기 양산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 시간표는 최근 더 단축됐다. 서 교수는 지난해 9월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생존을 위한 핵무장국민연대’ 출범식에서 “원폭 제작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면 플루토늄탄 완성에 6개월, 북한이 실험한 수소증강폭탄 완성에 추가로 6개월, 전술핵 배치와 핵실험까지 포함해 다시 6개월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실험 없이 원폭 1개를 제조하는 데 드는 시간을 6개월까지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 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이를 자세히 설명했다. 월성 중수로에 보관 중인 플루토늄 추출과 재처리에 3개월, 테니스공 크기의 기폭장치 제조에 추가 2개월, 플루토늄탄 최종 제조에 다시 1개월이 걸린다고 했다. 과거엔 플루토늄 재처리공장 건설에 6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봤지만 기술 발달로 사무실 크기의 소규모 공장에서도 재처리가 가능해져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전술핵 여유분 150개”

    핵무기는 전략핵과 전술핵으로 나뉜다. 전략핵이란 ICBM, 폭격기, 잠수함을 이용해 장거리 공격이 가능하고 파괴력이 수백 kt~mt에 달하는 핵탄두를 의미한다. 전술핵은 지대지미사일과 150mm 자주포로 발사할 수 있는 지상 발사 소형 핵탄두와 핵지뢰, 핵배낭 등을 말한다. 토마호크 미사일에 탑재해 발사하는 260기의 해군용 전술핵도 있다. 이들 전술핵탄두의 파괴력은 수십 kt을 넘지 않는다. 

    그동안 우리 학계에선 조지 W 부시 행정부 이후 이들 전술핵 대부분은 폐기 또는 도태된 것으로 파악해왔다. 게다가 미국 서부에서 발사하면 1시간 만에 북한을 타격할 수 있는 ICBM 미니트맨Ⅲ도 있고 오키나와나 괌에서 20~40분 만에 날아올 수 있는 핵전폭기가 있는 마당에 굳이 전술핵을 한반도에 배치할 군사적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전 연구원은 미국이 지상 발사와 해상 발사 핵탄두를 대부분 폐기한 것은 사실이지만 공군용 전술핵탄두는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유럽에 배치된 150개의 전술핵탄두가 대부분 이런 공군용이며 미국 본토에도 150개의 예비 전술핵탄두를 갖추고 있다는 것. 게다가 미국이 2015년 7월 핵탄두 실험에 성공한 세계 최초의 정밀유도 핵탄두(B61-12)는 최소형이 3kt급이어서 얼마든지 전술핵으로 활용가능하다. F16전투기와 F35전투기에 각각 두 발씩 장착할 수 있는 이 핵탄두의 파괴력은 4.5~7.5 kt이다. 미국은 3~50kt까지 조절 가능한 B61-12를 2020년까지 400~480개를 생산할 계획이다.

    미국은 1991년 오히려 전쟁 위협이 큰 한반도에서 전술핵탄두를 모두 철수하면서 상대적으로 전쟁 가능성이 낮은 서유럽에는 지금도 150개의 전술핵탄두를 배치하고 있다. 지상과 해상 전술핵 폐기를 주도했던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지역맞춤형 억지체계’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지역별 위협의 특성을 고려해 군사적 대응을 펼쳐가겠다는 말이다. 전 연구원은 “이 논리에 따르면 사실상 핵 위협이 사라진 서유럽에서 아직도 전술핵을 유지하면서 북한의 상시적 핵 위협에 노출된 한국에서는 전략자산의 일시적 전개와 같은 무력시위만 펼치고 있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며 “한반도에서 공포와 균형을 안정되게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은 미국의 전술핵탄두를 재배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북한의 ICBM이 미국 동부까지 갈 수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레드 라인’을 넘었네, 아니네 하는데 그건 미국인이나 할 만한 한가한 소리”라며 “한반도 전역이 북핵 위협에 노출됐다는 위기의식이 있다면 지금 탈핵이니 원전 가동 중지니 하는 말을 꺼낼 때가 아니다”고 일침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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