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호

충격! 여대생 성매매 현장보고서

“교수님 반가워요, 저랑 꼭 ‘2차’ 가실 거죠?”

  • 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03-11-26 14: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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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격! 여대생 성매매 현장보고서
    “키스, 애무, 오럴은?”“OK.”“애널은?”“No.”“페이는 얼마?”“20만∼25만원.”“좋아요. 11시 정각에 신사역 ○○호텔 앞에서 만나요.”

    꼭 30분 만이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만난 남자와 대화를 나눈 지 30분 만에 ‘ㅈㄱ(조건 만남)’을 하기로 약속했다. 지금이 밤 10시, 약속시간까지는 한 시간쯤 남았다. 화장을 고치며 오늘 만날 사람이 돈도 제대로 주고 매너도 좋은 남자이길 바란다.

    올해 대학원에 들어간 김희정(23·가명)씨. 공부하는 게 좋아 집안 사정이 어려운 데도 굳이 대학원을 가겠다고 고집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이렇게 스스로를 버려가며 공부를 해야 하느냐는 자괴심이 든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집안이 넉넉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가난하지도 않았다. 쇼핑을 좋아해 종종 카드 빚을 지긴 했지만, 과외, 학원강사 등의 아르바이트를 해서 곧잘 갚아나갔다.

    하지만 올봄 대학원에 들어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작은 공장을 운영하던 아버지의 사업이 갑작스레 기울면서 등록금조차 내기 어려워졌다. 부모에겐 “과외를 여러 탕 뛰면 등록금은 벌 수 있다”고 했지만, 불경기라 그런지 과외자리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집어든 생활정보지에서 유흥업소 광고를 보게 됐다. ‘월수 500 보장’이라는 문구에 솔깃한 그는 고민 끝에 룸살롱 문을 두드렸다. 처음엔 ‘2차’를 거절했지만, 며칠 안 가 마음을 고쳐먹었다. 한 번 2차를 하면 25만원 이상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2차를 못 나갈 게 뭐 있겠어’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술을 잘 못 마시는 데다, 부모와 함께 살면서 매일 늦게 귀가해야 한다는 게 문제였다. 한 달 만에 ‘나가요’ 생활을 청산한 김씨는 다시 레스토랑 서빙과 학원강사 등을 하며 ‘푼돈’을 벌었다.

    그런데 지난 8월 생각지도 못했던 카드 값 30만원이 청구됐다. 할부로 구입한 줄 알았던 옷을 일시불로 계산했던 것. 30만원. 룸살롱에서라면 2차 한 번이면 쥘 수 있는 돈이었다.

    온라인 성매매 ‘ㅈㄱ’ 성행

    그러던 중 우연히 한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 로그인했더니 수많은 쪽지가 밀려들었다. 쪽지의 내용은 한결같이 ‘ㅈㄱ 원함’이었다. ㅈㄱ은 ‘조건 만남’의 줄임말로 온라인 성매매를 의미한다. 그 전에도 채팅 사이트에 로그인했다가 ‘ㅈㄱ’을 원한다는 쪽지를 받은 적이 있지만, 그때마다 ‘진짜 조건 만남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제 정신으로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을까’ 하고 혀를 차며 지나쳤었다.

    하지만 돈이 급해서인지 이번엔 ‘한번 해볼까’ 싶었다. 그래서 쪽지 중에서 가장 매너가 좋아 보이는 쪽지창에 답을 남겼다. 그때도 만남이 이뤄지기까지 1시간이 채 안 걸렸다. 가격흥정은 물론 원하는 체위와 강도까지 온라인상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괜히 ‘조건 만남’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었다.

    그렇게 처음 만난 조건 파트너는 인상이 좋고 매너도 깔끔했다. 그냥 소개팅한 남자와 ‘원 나잇 스탠드’하는 기분이었다. 적지 않은 돈까지 생겼으니 나쁠 게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대학원까지 다니는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 ‘이러다 정말 인생 망치는 것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쉬운 돈벌이’의 유혹에서 빠져나오기란 정말 힘들었다. 그러다 또 이번에 두 번째 조건 만남을 가지려 했던 것이다.

    사실 이번 조건 파트너 남성은 기자의 취재원이었다. 여기자가 직접 김씨와 접촉하기는 어려울 듯해서 이 남성에게 조건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기자는 취재원이 약속을 잡은 장소로 나가 김씨를 만났다.

    그는 날씬한 체구에 예쁘장한 외모였지만, 특별히 튀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옷차림이나 말투 등으로 볼 때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대생이었다. 기자가 신분을 밝히고 사정을 설명하자 그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신상을 노출시키지 않겠다고 거듭 약속하자 겨우 입을 열었다.

    “사실 여자로서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잖아요. 게다가 학생이 이런 일을 한다는 건 망신스럽죠. 하지만 뭐든지 처음이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룸살롱에서도 처음 2차를 나갔다 와서는 펑펑 울었어요. 하지만 그 후로는 2차 지명을 못 받으면 아쉬웠어요. 한번만 눈 질끈 감으면 30만원이 들어오니까요. 조건 만남도 비슷해요. 특히 첫 번째 파트너가 괜찮은 사람이어서 그런지 별로 거부감이 안 생겼어요.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도 가벼운 마음으로 나왔어요. 조건 만남은 룸살롱처럼 매일 출퇴근하지 않고 돈이 필요할 때만 저 스스로 선택해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술을 안 마셔도 되고요.”

    대학교수가 꿈이라는 그는 앞으로도 돈이 필요하면 조건 만남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좋은 일은 아니지만, 이만큼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너 폰섹스 해봤니?”

    “우리 야한 얘기하자. 나 지금 옷 벗고 있는데 너도 벗어. 너 폰섹스 해봤니?”

    “그럼요. 아주 좋아해요. 먼저 말해요. 시키는 대로 할게요.”

    서울 강남구의 한 전화방에서 만난 여대생 강수민(22·가명)씨는 성인전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한 달밖에 안됐지만 전화 받는 투가 꽤 노련하다.

    “2시간 정도 전화를 받으면 1만원 정도 들어와요. 전화하는 남자들은 다들 야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죠. 오늘도 15통인가 받았는데 1통 빼놓고는 다 폰섹스를 하자고 했어요. 처음에는 너무 놀랐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옷 벗었냐’고 물으면 자연스레 ‘그렇다’고 대답하고, 신음소리 내달라면 내주죠. 전화를 길게 하면 할수록 돈을 많이 받는데, 제가 야하게 나가야 남자들이 오래 전화를 하거든요.”

    전화방은 사무실 근무와 재택 근무가 모두 가능하다. 강씨는 “부모님이 눈치챌까봐 귀찮아도 사무실에 나와 일하는 쪽을 택했다”고 했다. 출근하면 사방이 막힌 작은 방에 들어가 컴퓨터와 수신용 헤드폰이 놓인 책상에서 일한다. 그는 “전화를 기다릴 때는 MSN 메신저로 친구들이랑 채팅도 하고 인터넷 서핑도 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다”면서 “가끔은 여기서 리포트를 작성하기도 한다”며 웃었다. “일종의 퇴폐 아르바이트가 아니냐”고 묻자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했다.

    “전화만 하는 건데요, 뭐. 술집에 나가는 것보다야 훨씬 건전하지 않나요?”

    이 업체 김모(30) 대리는 “하루에 6시간씩 전화를 받으면 한 달에 최소 100만원을 벌 수 있고, 18시간 이상 받으면 300만원도 거뜬히 번다”고 했다.

    “수업이 끝나는 늦은 오후부터는 대학생들도 꽤 많이 아르바이트를 하러 옵니다. 방학 때는 특히 많이 찾아오죠. 처음 시작한 친구들은 짓궂은 전화가 오면 당황하는데, 그냥 무시해버리면 돼요. 통화한 고객과 만나게 되는 경우는 전혀 없으니까요. 개인 신상이 노출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돈은 필요한데 술집 같은 데 나가는 건 꺼리는 대학생들이 많이 오죠.”

    성인전화 아르바이트는 비교적 부담이 적은 편에 든다. 그만큼 돈벌이도 시원치 않다. 그래서 더 많은 돈을 벌기 원하는 대학생들은 주점 바텐더나 한정식집 시중, 노래방 도우미 등으로 나가기도 한다. 이 업소들은 공식적으로 성매매를 의미하는 2차가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학 홈페이지에도 술집 광고 등장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노래방. 저녁 9시가 넘자 ‘노래방 도우미’를 찾는 손님들이 생겨났다. 그러자 노래방 주인 조모(37)씨는 곧장 ‘보도방’에 전화를 걸었다. “20대 초반 ‘뿅 가는’ 아가씨 둘!”이라고 주문한 지 5분 만에 두 아가씨가 도착했다. 두 사람은 손님 방에 들어가 선곡을 해주고 노래를 부르며 같이 춤을 추기도 했다. 저녁 8시부터 3시간여 동안 손님 가운데 네 그룹이 도우미를 요구했다.

    “노래방에 도우미들이 상주하진 않아요. 그랬다간 영락없이 불법영업에 걸리니까. 그 대신 보도방 사무실이나 차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전화를 받으면 바로 달려옵니다. 보통 한 시간에 2만∼3만원씩 받는데, 한 달 꼬박 하면 300만원 이상 벌어요.”

    조씨는 노래방 도우미 중 여대생이 절반 이상이라고 했다.

    “그냥 노래 불러주고 분위기만 띄워주면 되는 일이라 학생들도 쉽게 시작해요. 무엇보다 2차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손님 중에 가슴이나 엉덩이를 만지고 심지어는 속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는 사람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에요. 처음 일하는 아이들은 이걸 못 견디고 뛰쳐나오죠. 하지만 제가 ‘손님 접대하며 돈 벌겠다면서 자존심이 대수냐. 그 정도는 참아내야지’ 하고 달래면 대개는 수긍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갑니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노래방 도우미 대다수가 30대 주부였다고 한다. 하지만 젊은 여자를 찾는 손님이 늘면서 요즘은 20대 초반의 여성들이 주를 이룬다. ‘벼룩시장’ 등 생활정보지의 노래방 도우미 광고에도 ‘대학생 환영’이라는 문구를 흔히 볼 수 있다.

    한 무리의 손님들을 접대하고 방을 나온 두 명의 도우미와 자리를 함께했다. 한 명은 모델 일을 하는 대학 졸업생이었고, 한 명은 지방 출신 대학생이었다.

    “고향의 부모님이 사업에 실패해 빚을 많이 졌어요. 그래서 제가 벌어 학교를 다녀야 했죠. 우연히 친구가 노래방 도우미를 한다는 걸 알았어요. 매일 출퇴근하는 것도 아니고 시간 있을 때마다 하면 된다고 해서 친구 따라 시작했죠. 그리 나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윤락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생각처럼 돈을 많이 모으진 못했어요. 돈이 생기니 씀씀이도 커져서 카드도 많이 쓰게 되더라구요. 사실 몇 군데 성형수술도 했어요.”

    강남 지역 주점의 바텐더는 여대생들이 대다수를 차지한 지 오래다. 논현동 B바의 경우 5명의 바텐더 중 3명이 대학생이다. 바에서 손님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대화를 나누는 게 이들이 하는 일. 업소에 따라 1만∼3만원의 바 차지가 붙기도 하고, 손님들이 바텐더에게 팁을 주기도 한다. 매달 고정적으로 버는 돈은 130만원 정도.

    B바에서 일하는 이경민(22·가명)씨는 대학 홈페이지 취업정보란을 검색하다 이곳을 발견했다고 한다. S대, D여대 등 서울 지역 일류대학 홈페이지에도 이들 술집의 구인광고가 버젓이 올라 아르바이트 구하기와 취업에 목말라있는 여대생들을 유혹한다.

    “남자 손님 옆에 앉아서 술도 따르고 짓궂은 농담도 받아줘야 해요. 무엇보다도 술을 마셔야 한다는 게 고역이죠. 보통 새벽 2∼3시까지 일하다 보니 오전 수업에 빠질 때가 많아요.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니까 하는 거죠.”

    그는 술집에서 만난 손님과 잠자리를 가진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2차의 개념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냥 손님과 ‘눈이 맞아서’ 데이트를 한 것일 뿐, 돈을 받은 것도 아니고 데이트 비용만 남자가 지불했다는 것.

    한정식집에서는 접대 아르바이트생으로 대학생이나 대학 졸업생을 선호한다.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이 한정식집을 찾는데, 서비스 차원에서 이들과 대화가 통할 만한 아가씨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휴학생인 김미진(23·가명)씨는 지난 2월부터 서울 광화문에 있는 한정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인터넷 취업사이트에서 구인광고를 본 김씨는 처음에는 그저 식당 서빙으로 알았다. 일을 시작한 후에야 손님에게 음식을 챙겨주고 술도 따라주는 등 접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저녁에만 일해요. 낮에는 사무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요. 한정식 집에서는 한 방에 들어가면 기본으로 5만원을 받아요. 종종 팁을 받기도 하죠. 하루 걸러 한 번씩 나가고 하루에 두 방만 들어가도 한 달에 150만원은 벌어요. 식사를 마친 후에는 손님들과 노래방에 같이 가기도 해요. 아저씨들이 좋아하는 흘러간 노래들을 지겹도록 들어야 하는 게 괴롭긴 해도 5만원 이상 팁을 주니까 버티는 거죠. 경기가 좋을 때는 한 달에 300만원도 벌었대요. 그에 비해 사무실에서는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는 데도 50만원밖에 안 줘요. 기자 언니라면 어떤 아르바이트를 택하겠어요?”

    그러나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대뜸 “야, 너 술 따라봐” 하며 종 부리듯 하거나 은근슬쩍 가슴이나 치마 속을 더듬는 손님을 만나면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었다. 특히 몇 십만원을 쥐어주며 “호텔에 가자”고 능글맞게 웃는 손님을 보면 구역질이 났다고 한다.

    “밥집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술집 여자 취급을 하면 속상하죠. 그래도 우리 집은 다른 한정식집에 비하면 점잖은 편이에요. 어떤 집에서는 손님들이 ‘계곡주’를 마신대요. 아가씨들 가슴에 술을 부은 후 입을 대고 마시는 거죠. 한정식집 손님들 중엔 ‘사회지도층’도 많다는데, 행동을 보면 과연 그럴까 의심스러워요.”

    다들 ‘쉽게 버는 돈’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며칠 전 새벽 그는 위경련으로 응급실에 실려갔다. 의사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위에 탈이 난 거라고 했다. 손님들이 따라주는 독한 술을 매일같이 한두 잔씩 받아먹은 게 화근이었다.

    “부모님은 친구들이랑 술 마시다 그렇게 된 줄 아세요. 얼마나 죄송했는지 몰라요. 같이 일하는 언니는 입버릇처럼 ‘돈 벌면 장기(臟器)를 다 바꿀 거야’라고 해요. 여기서 일하면서 몸이 많이 안 좋아졌죠. 몇 달 전엔 이 일에 회의가 들어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한번 앉아보지도 못하고 일했는데, 겨우 7만원을 주더군요. 그래서 하룻만에 그만두고 다시 여기로 왔어요. 이제 다른 아르바이트는 못하겠더라고요.”

    지금까지 300만원을 모았다는 김씨는 그 돈으로 내년 여름방학에 유럽 배낭여행을 가겠다고 했다. 그는 “남자친구에겐 호프집에서 일한다고 거짓말을 했다”며 “이 일을 하고부터는 남자에 대한 흥미도, 결혼에 대한 환상도 사라졌다”고 한다.

    “남자들은 정말 치마만 둘렀다면 침부터 흘리더군요. 이젠 영화나 멜로 드라마의 남자주인공을 보면 코웃음부터 나와요.”

    서울 강남구의 A휴게텔. 밤 10시가 넘으면서 넥타이를 맨 남자 손님들이 속속 들어섰다. 카운터에 붙은 조그만 방에서 기다리고 있던 앳된 외모의 여성들은 칸막이와 커튼으로 구분된 마사지실을 분주하게 드나들었다.

    A휴게텔은 ‘여대생 안마’로 유명한 곳. 지난 5∼6월까지만 해도 ‘여대생 마사지’라는 문구가 들어간 라이터와 전단지를 만들어 뿌렸을 정도로 여대생 안마를 ‘특화’시켰다. 요즘은 경찰의 집중 단속 때문에 적극적인 홍보를 삼가고 있다. 이곳 매니저는 “대학 앞에서 전단지를 뿌려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한다”며 “100% 대학생만을 쓴다”고 말했다. 요즘은 굳이 홍보하지 않아도 인터넷 등을 통해 여대생들이 먼저 알고 찾아온다고 한다.

    모대학 2학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윤정(21·가명)씨는 “시간이 자유로운 데다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돈을 많이 벌기 때문에 여기서 일한다”고 말했다. 수업이 끝난 저녁 시간에 주로 일하며, 수업이 많거나 시험기간일 때는 나오지 않는다는 것.

    대개 주 4회 정도 출근해 하루 5∼6명의 손님을 받는다. 손님이 내는 이용료 6만원 중 이들에게 떨어지는 돈은 2만∼3만원. 하루에 4명만 받아도 10만원은 거뜬하다. 매일 일이 끝나면 바로 현금을 지급받는다.

    “예전에 나레이터 도우미를 한 적이 있어요. 하루종일 춤추고 얼굴 팔며 일했는 데도 6만원인가 주더군요. 그런데 여기서 일하면 얼굴 팔릴 일도 없고, 4시간 정도 간단한 마사지와 피부관리만 해주면 10만원을 받아요. 내년에 어학연수를 가려고 하는데, 여기서 일하면서 경비를 꽤 많이 모았어요.”

    그러나 ‘여대생 안마’는 단지 스포츠마사지나 피부관리에만 그치지 않는다. 남성 고객들을 위한 ‘특별 서비스’가 제공된다. A업소 매니저는 “얘들이 미쳤다고 6만원 받고 윤락을 하겠냐”고 잡아뗐다. 물론 직접적인 성행위가 이뤄지는 곳은 드물다. 하지만 이런 휴게텔에서는 대부분 ‘핸플(핸드플레이)’이라 불리는 퇴폐행위가 이뤄진다.

    이곳에서 일하는 여대생들은 이에 대해 “몸을 파는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냐”고 반문한다. “돈을 더 줄 테니 섹스를 하자”고 요구하는 손님을 만나면 매우 불쾌하다는 것.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강남지역에서만 안마시술소 35곳, 성인휴게텔 15곳, 스포츠마사지 업소 14곳이 성업 중이다. 그중 대다수는 지난 6월에서 8월 사이에 생겨났다. 현행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르면 휴게텔과 스포츠마사지 업소는 관할세무서에 신고만 하면 영업이 가능한 자유업종. 따라서 윤락행위를 적발하지 못하는 한 이들 업소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음란·퇴폐영업을 단속하기란 쉽지 않다.

    카드 빚과 명품 유혹이 원흉

    이처럼 ‘2차’가 없는 업소에서 일하는 여대생들은 대개 성매매는 하지 않는다는 나름의 ‘소신’을 갖고 있었다. 그렇다면 2차가 일반화된 룸살롱 등 1종 유흥주점엔 여대생이 드물까. 그렇지도 않다. 요즘은 이들 업소에서도 일명 여대생 ‘나가요 걸’이 세일즈 포인트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여대생들이 득실거린다.

    기자는 여대생으로 가장해 여성취업 전문 직업소개소를 찾았다.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 소장과 직접 상담을 했다. “카드 빚 때문에 큰돈이 급히 필요하다”고 하자 소장은 대뜸 “2차는 나갈 수 있냐”고 물었다. “룸살롱에서 일하면서 2차를 뛰면 최소 월 500만원은 벌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기자가 “대학생이라 곤란하다”며 주저하는 척하자 소장은 수첩을 들이밀며 “여기 있는 언니들 모두가 대학생”이라고 했다.

    성인전용 놀이문화 웹진 나가요닷컴(www.nagayo.com)의 목영두 대표이사는 “불과 3년 전만 해도 룸살롱에 가면 웨이터나 마담이 단골손님에게 ‘여대생도 있다’고 귀띔하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여대생이 너무 많아 희소가치가 없다. 특히 강남 룸살롱의 경우 50% 이상이 여대생”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추정에 따르면 여대생은 전체 ‘나가요 걸’의 30∼40%를 차지한다. 목영두 사장은 “카드 빚과 명품 유행이 여대생들을 룸살롱으로 끌어들인다”고 지적했다.

    “별다른 수입이 없는 학생이 명품 몇 개만 사다보면 순식간에 수백만원의 카드 빚을 지게 되죠. 부모한테 털어놓을 수도 없으니 슬그머니 술집을 찾는 겁니다. 그래서 요즘은 마담이 아가씨를 헌팅하러 나가는 일이 없어졌어요. 인터넷이나 생활정보지를 보고 알아서들 찾아오거든요. 찾아오는 여성이 워낙 많아 면접을 봐서 예쁘지 않거나 끼가 없으면 떨어뜨릴 정도죠.”

    그는 “요즘은 너도나도 다 대학생이다 보니 엘리트라는 자부심도 없다. 그래서 여대생들이 쉽게 자신을 버린다”고도 했다. 또한 “‘섹스 인 더 시티’와 같은 외국 드라마가 유행하면서 성에 대한 의식이 개방적으로 변해 젊은이들 사이에 성매매에 대한 죄책감이 없어지는 것 같다”는 해석도 덧붙였다.

    그는 며칠 전 지방의 모대학에 일을 보러 내려갔다가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업무를 마치고 그 학교 교수들과 룸살롱에 갔는데, 호스티스로 나온 아가씨가 그 대학 학생이었다는 것. 더 놀라운 것은 그 여대생의 태도였다.

    “그야말로 학생이 교수의 술시중을 드는 거잖아요. 그 사실을 알고 나서 저희 일행은 무척 불편했어요. 그런데 그 학생은 학생증까지 보여주면서 ‘교수님, 너무 반가워요’ 하며 반색을 하더군요. 그러면서 시험이 어떻고 리포트가 어떻고 하면서 스스럼없이 학교 얘기를 꺼내는 겁니다. 참 황당하데요. 그러더니 술자리가 끝나갈 무렵 ‘교수님, 저 2차 나가거든요. 꼭 지명해주세요’하는 바람에 모두 놀라 자빠질 뻔했습니다.”

    충격! 여대생 성매매 현장보고서

    불특정 남성들로부터 받은 ‘ㅈㄱ’을 하자는 내용의 쪽지들.

    ‘나가요 걸’은 ‘10% 아가씨’와 ‘20% 아가씨’로 나뉜다. ‘10%’는 2차를 하지 않는 아가씨이고 ‘20%’는 2차가 가능하다. 30년 가까이 웨이터 일을 하고 있는 ‘웨이터 윤대리’의 저자 윤민호씨는 “여대생들은 처음에는 대개 ‘10%’지만 대다수가 ‘20%’로 바뀐다”고 했다.

    “처음에는 2차를 안 나가려 하죠. 하지만 2차를 나간 동료들의 벌이가 자신보다 훨씬 많은 것을 보면 마음이 흔들리게 됩니다. 2차를 많이 나가는 ‘20%’ 아가씨의 경우 한 달에 1000만원 벌기도 어렵지 않거든요. 그래서 ‘나도 2차 한번 나가볼까’ 하며 흔들릴 때 마음에 드는 손님이 2차를 요구하면 못 이기는 척하며 나갑니다. 그런 식으로 한번 나가고 나면 그 후로는 스스로 2차 지명을 원하게 되죠.”

    룸살롱에 자주 간다는 영화배우 지망생 강모(29)씨는 “룸살롱에서 일하는 대학생과 낮에 우연히 길거리에서 맞닥뜨린 적이 있는데, ‘어디 가니?’ 하고 물었더니 ‘소개팅 가요’라며 배시시 웃더라”며 “낮에는 여느 친구들처럼 대학생 생활을 만끽하고, 밤에는 룸살롱에서 용돈을 버는 이중생활을 하는 대학생이 많은 것 같다”고 들려줬다.

    하지만 윤민호씨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대부분의 여대생들이 처음에는 학교를 다니면서 ‘나가요’ 생활을 시작하지만, 술자리가 새벽까지 이어지는 데다가 2차까지 나가다 보면 학교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해 휴학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돈 버는 재미에 휴학을 계속하다 보면 결국 학교를 마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설사 학교를 졸업하더라도 상당수는 다시 유흥업소에 취직하게 된다는 것.

    “한 달에 500만원, 1000만원씩 벌던 아이들이 졸업하고 어렵사리 직장에 취직해서 200만원도 안 되는 돈을 받고 일할 수 있겠어요? 한번 이 길에 들어서면 빠져나가기 쉽지 않죠. 게다가 돈을 쉽게 버는 만큼 쉽게 쓰기 때문에 제대로 모으지도 못해요. ‘나가요’로 뛰다가 나이가 들어 새끼마담이 되면 잘 풀린 경우고 대부분은 미아리, 용주골 사창가나 장안평 안마시술소 같은 데로 빠집니다.”

    윤씨는 미아리, 청량리, 용주골 등지의 성매매 여성 중 10∼15%는 대학생이거나 대학졸업생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술집에서 일하다 나이가 들어 성매매 업소로 들어간 경우도 있지만, ‘술 안 마시며 돈 벌고 싶은’ 여대생들이 제발로 윤락업소를 찾기도 한다고.

    청량리 윤락업소에 나가는 하성은(23·가명)씨도 주점에서 바텐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전업’한 경우. 집안 사정으로 지방 전문대를 다니다 중퇴한 그는 “단지 술을 안 마셔도 된다는 이유에서 윤락업소를 찾았다”고 했다.

    “술집에서 일하면서 술을 너무 많이 마셔 건강을 해쳤어요. 그래서 그만뒀는데, 술 안 마시면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은 이것밖에 없더라고요. 저는 이 생활에 만족해요. 낮 타임만 뛰는데 주인 아줌마가 좋아서 퇴근시간 넘기면 ‘더 하라’고 강요하지 않아요.”

    이처럼 성매매만 하는 여대생들도 생겨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많은 여대생들이 온라인을 통해 성매매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 조건 만남도 이런 경우다.

    ‘長期 성매매’ 스폰 유행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벤처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조모(30)씨는 일명 ‘ㅈㄱ 마니아’다. 그는 조건 만남을 통해 꽤 많은 여성들을 만났고 그 중 상당수는 대학생이었다고 한다.

    “이젠 남자들도 미성년자와는 조건 만남을 가지지 않아요. 위험하니까요. 그래서 20세 정도가 가장 인기가 높고, 거기에다 대학생이라면 더욱 좋아하죠. 여대생들은 조건 제시도 정확하고 자기 몸값을 흥정하는 능력도 뛰어나요. ‘디스카운트’도 없죠.”

    조씨는 그렇게 만난 여성 가운데 강릉에서 상경해 서울 모 여대를 다닌다던 여대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의 이름은 모른다. ‘조건 세계’에선 이름을 말하지 않는 게 불문율. 조씨와 만난 여대생은 그날 자신의 자취집으로 가자고 했다. 그래서 아무도 없는 줄 알고 따라갔더니 같이 사는 친구가 거실에 앉아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친구와 인사를 하더니 자기 방으로 저를 데리고 들어갔어요. 친구는 거실에서 인터넷을 하고 있었는데, 제가 황당한 표정을 지으니까 ‘친구도 밖에서 조건 할 남자를 찾고 있어요. 신경 쓰지 말고 얼른 시작해요’라더군요.”

    조씨는 모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ㅈㄱ을 한다고 했다. 기자도 그 메신저 ID를 갖고 있었기에 자정 무렵 로그인을 해봤다. 정확히 1시간 동안 불특정 남성들로부터 40여 통의 쪽지를 받았다. 하나같이 ‘ㅈㄱ을 하자’는 내용이었다. 다시 남자동료의 ID로 로그인을 했더니 이번에는 ㅈㄱ을 원하는 여성들의 쪽지가 쏟아져 들어왔다. 수적으로는 남자들이 보낸 것보다 훨씬 적었지만, 내용은 꽤 구체적이었다.

    조씨는 “남성들의 경우 90% 이상이 장난이고, 실제로 조건 만남을 하러 나가는 경우가 별로 없다. 하지만 쪽지를 보내는 여성들은 대부분 실제로 조건 만남을 할 용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들이 날리는 쪽지는 수는 적지만 내용은 훨씬 더 구체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여성들은 바람을 맞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꺼번에 여러 명의 남자들과 같은 장소에서 만날 약속을 정한다고 했다. 그러면 가장 먼저 나타난 남자가 조건녀를 ‘차지’한다는 것.

    요즘 인터넷에서는 조건이 발전된 형태인 ‘스폰’이라는 신종 만남도 성행하고 있다. 스폰은 말 그대로 남성이 여성의 스폰서가 돼주는 것이다. 스폰의 조건은 ‘유학 가는 비용을 준다’ ‘대학 등록금 및 생활비를 대준다’는 등 스케일이 확연히 다르다. 그 대가로 여성은 장기간 섹스를 포함한 애인으로서의 서비스를 해주는 것. 말이 좋아 스폰이지 이 역시 ‘장기 성매매’와 다를 바 없다.

    창녀는 없고 매춘만 있다!

    조씨는 “앞으로는 창녀는 없고 매춘만 있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여대생들도 이런 트렌드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여관발이’라 불리는 출장마사지, 화상으로 전화 통화를 한 뒤 곧바로 매매춘으로 이어지는 화상전화방, 돈을 받고 며칠간 애인이 되어주는 에스코트 서비스 등에도 여대생들이 몰리고 있다.

    인터넷 성인방송 바나나TV의 금민석PD는 “요즘은 룸살롱에 비해 돈도 적게 받고 얼굴까지 알려지는 인터넷 자키를 하겠다는 여대생은 거의 없다”며 “반면 얼굴이 나오지 않고 돈만 받는다면 실제로 정사가 이뤄지는 포르노에도 출연하겠다는 여대생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서울 YMCA 성문화센터 이명화 관장은 “성매매에 나서는 여대생들은 오히려 지나친 순결의식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여대생이 매춘에 나선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들의 성의식이 문제라는 식으로 접근하지만, 실제 성매매를 하는 여대생들 중에서 ‘좋아서 했다’고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단지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니까 하는 거죠. 예전처럼 생계형 매춘은 사라졌지만, 요즘같은 물질만능사회에서는 상대적인 빈곤감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잖아요. 그들은 ‘나는 이미 순결을 잃었기 때문에 이젠 몸을 함부로 다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니 어떻게 보면 이들이 오히려 순결주의자일 수도 있습니다.”

    현장을 취재해보니 남성들이 성을 살 수 있는 곳은 정말 너무나도 많았다. 이는 젊은 여성이 몸뚱아리 하나로 돈을 벌기가 그만큼 쉽다는 뜻이 된다. 혹자는 지성과 순수의 상징이라는 여대생들이 무분별한 신용카드 사용과 명품 선호 때문에 스스로를 타락시켰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과연 그뿐일까. 도무지 절제를 모르는 남성들의 성 탐닉, 이를 부채질하며 돈벌이에 혈안이 된 퇴폐업소, 성을 팔고 사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무기력한 여대생들을 성매매의 늪에 빠져들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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