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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취재

현대중공업의 현대전자 보증계약은 불법

무지, 무원칙, 무대책으로 2억달러 날렸다

  • 글: 이형삼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hans@donga.com

현대중공업의 현대전자 보증계약은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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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현대전자 보증계약은 불법

현대중공업의 지급보증계약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

하지만 이러한 거래에서는 대부분 거래의 양 당사자가 풋옵션과 동시에 콜옵션으로 권리와 의무를 교환하기 때문에 옵션 프리미엄이 상쇄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가를 주고받기 때문에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설사 대가가 없는 거래라 해도 법은 거래소 시장에서의 거래를 정의한 것이므로 장외거래와는 무관하다고 한다. 또한 주식 우선매수청구권은 선물계약처럼 미리 시기나 가격을 정하는 게 아니라 일방이 주식을 팔 때 그 당시 시가로 상대방에게 매수를 먼저 제시하는 것이라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것.

더욱이 현대중공업은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것은 물론 당국의 승인(외환 지급보증을 하려면 재경부 장관 또는 한국은행 총재의 허가가 필요하다)도 받지 않고 현대전자를 위해 지급보증을 했다. 관련 사실을 공시하지도 않았다.

또한 현대전자와 CIBC의 계약을 따로 떼어놓고 보면 현대중공업과 CIBC의 계약은 보증계약이라기보다는 채권계약에 가깝다. 보증계약은 채무자가 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될 경우 보증자가 대신 책임을 지는 것이고, 채권계약은 언제 얼마를 지급하기로 계약 당사자끼리 1대 1로 약정하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CIBC에 외화약속어음(P-노트·Promissory Note)을 발행해줬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고서는 CIBC가 현대전자의 신용만 믿고 돈을 내줬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채권자는 주채권채무관계를 발생시키는 계약이 문제가 되는 경우 그와 연관된 보증계약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해 대개 보증자에게도 채권계약을 요구한다. 예컨대 미성년자와 계약을 하고 계약대금 지급을 타인이 보증한 경우 나중에 미성년자와의 계약이 법적으로 취소될 수도 있으므로 보증인에게 약속어음을 끊어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CIBC도 풋옵션 계약 이행시점의 환전지급 승인 문제 등을 감안해 보증자인 현대중공업으로부터 P-노트를 받아 챙겼을 것이 분명하다. P-노트를 발행하면 약속한 날짜에 무조건 지급할 의무가 생기며, 만일 지급하지 않으면 곧바로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된다.

현대중공업이 이렇듯 일방적이고 적극적인 의무밖에 없는 채권계약을 하면서도 이사회 결의와 당국의 승인을 미필했다면 CIBC와의 계약을 불법으로 볼 여지는 더욱 커진다. 관련 임원들이 배임행위를 저질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지급 안 돼야 정상

현대중공업과 CIBC의 계약을 불법으로 본다면 외국환은행은 그런 불법 계약에 의한 환전지급 요청을 당연히 거절하는 게 옳다. 외국환은행에서 외화 환전송금을 하려면 관련서류를 제출해 지급사유를 밝혀야 한다. 은행측은 송금자가 외국환 관련법에 따른 신고, 허가절차를 밟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더구나 현대중공업처럼 거액의 외환을 지급하는 경우라면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외국환관리법은 ‘국내법령에 반하는 행위와 관련된 지급을 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의 대납금 2억2000만달러는 무슨 영문인지 고스란히 CIBC로 전달됐다. 외국환 업무의 최종 책임은 한국은행에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수출·수입·용역 등 경상거래에 따른 환전지급의 경우 증명서만 구비하면 별도의 신고·허가가 불필요하지만, 자본거래에서는 대부분 이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도 외국환은행이 환전지급을 했다면 그 원인이 된 거래가 신고·허가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한 듯하다”고 납득하기 어려운 대답을 내놨다.

“거주자의 주식을 비거주자가 매입하면서 일정한 조건으로 환매계약을 하는 경우 부작용이 많았다. 특히 벤처붐이 한창이던 무렵에는 자금을 끌어들이는 데 급급한 나머지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원금의 두 배를 물어주고 주식을 되사기로 하는 등 외국 자본과 불공평한 풋옵션 계약을 맺는 벤처기업들이 허다했다. 일부는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주가를 띄우기 위해 자신이 해외에 빼돌린 돈으로 주식을 사면서 외국인이 사는 것처럼 위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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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형삼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h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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