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입체분석|‘인기폭발’ 강금실

강금실 장관이 山中 찻집에서 털어놓은 인간적 고백

“사랑… 기회가 온다면 마다하지 않겠다”

  • 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강금실 장관이 山中 찻집에서 털어놓은 인간적 고백

3/12
“나는 왜 빚만 있고 재산이 하나도 없을까. 참 특이한 일이죠. 경제활동을 그렇게 오래했는데. 신기하죠, 저 말이에요.”

-그런데도 사회생활 하는 데는 전혀 지장 없지 않습니까.

“지장은 없죠.(웃음) 화사하게 호화롭게 살고 있죠.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원.”

-많은 채무자들한테 희망을 주는 분이지요.

“호의호식에 호화롭게 사는데, 어떻게 재산은 하나도 없지.”



-매달 꼬박꼬박 갚고 있나요.

“은행 이자 부담하고 있죠. 원금은 못 줄이고 있고.”

-참 태평하시네요.

“(웃음) 성격이 태평하니 이렇게 됐겠죠, 그쵸? 내가 봐도 신기하긴 해. 어떻게 이 나이에 고급생활 하면서 재산이 하나도 없을까.”

-그게 어쨌든 전 남편 빚이라는 건데,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과도 그런 문제가 생기면 헤어지게 되나 보죠?

“사랑은 하는데 돈 때문에 헤어진 게 아니구요, 그 문제를 겪는 과정에 사랑이 깨져나간 거죠.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거지. 사랑한다면 그렇게 행동할 수 없죠. 고통을 주는 거죠, 상대방한테. 내가 깨달은 것은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에게 고통을 줄 수 없다는 거예요. 결혼 전 연애할 때도 사랑과 고통의 문제가 해결이 안 됐는데, 사랑한다면 고통을 줄 수 없는 거예요. 고통스러울 때는 이미 사랑이 아닌 거예요.”

“사랑한다면 고통 줄 수 없어”

강 장관은 “아 이게 사랑이 아니구나, 깨달았을 때 이혼을 했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가해를 할 수 없는 거예요, 사랑이라는 건. 많은 사람이 사랑하기 때문에 고통을 감수한다고 착각하는 거지. 그걸 깨달았어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서로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다는 게.

“종교적 생활 하는 사람들 봐요. 고통을 주지 않잖아요. 종교적 사랑이 충만하면 남한테 해도 안 끼치고.”

-남자라면 지긋지긋하십니까.

“아뇨. 한 사람과의 사랑이 실패한 문제지, 남자이기 때문에 싫다는 건 아니잖아요.(웃음)”

-살다 보면 생기는 문제니 사랑하고 있을 때는 예상할 수 없는 것 아닌가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온전치 못한 사랑 속에서 살다 가는 거죠. 사랑이라는 게 있긴 있는데 가슴속에 온전하게 느끼지 못하잖아요. 보통은 그러다 가는 거 아니에요? 사랑이 찾아올 때는 행운이 온 거지.”

-외로움을 느낄 때는 어떻게 극복하십니까.

“그거 어떡해야 하나. 어떡해요?(웃음) 원래 다 고독한 것 아닌가.”

-누구나 고독하죠.

“그냥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아요.”

-대개는 관계에 의해 고독을 나누거나 덜거나 하죠.

“저는 깊이 천착하는 편이에요. 없애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그 속에 파고들어 어디까지 가나 하면서. 그것이 인간의 원 상태라면 피하기보다는 수용해야죠. 그런 상태가 좋더라구. 자연스러운 상태이기 때문에 편안함을 주죠.”

시오노 나나미는 ‘남자들에게’라는 책에서 ‘자기 냄새를 피울 줄 아는 남자’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줄 아는 남자’를 매력 있는 남자로 규정했다. 이 얘기를 꺼내며 강 장관에게 물어봤다. 어떤 남자가 매력적이냐고.

“따로 생각해둔 바는 없지만 만나서 매력을 느낄 때는 있죠. 자기 나름대로 갖고 있는 완결성이랄까. 나는 순수한 사람이 좋더라. 마음이 맑은 사람 만나면 기분이 좋구. 그렇지 않은 사람은 만나도 재미없고, 시큰둥하고, 헤어져도 기분이 안 좋고.”

-전에 사랑했던 남자분들은 어땠어요.

“딱히 뭐 만족스럽지는 않았는데.(웃음). 사랑했다기보다도 사랑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 진짜 사랑을 하셔야겠네요.

“앞으로 기회가 있다면. 마다할 리가 없다니까. 제일 중요한 건데.”

-혼자 계시는 게 불편한 것 같지 않네요.

“아주 편안하고 좋아요. 공간이 넓어지니 너무너무 좋더라구요. 특히 목욕탕을 혼자 쓰니 좋아. 집에 목욕탕이 2개 있는데, 전에는 언니가 하나를 쓰고, 다른 하나를 남편과 같이 썼거든요. 근데 혼자 쓰니 너무 좋은 거예요. 방도 혼자 쓰고.”

인간적 정서에서의 흑백논리

독신인 강 장관의 언니는 1994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강 장관 부부와 죽 한 집에서 생활해왔다. 강 장관은 인터뷰 시작 전 미술관 경내를 둘러볼 때 독립하고 싶은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동네(부암동)에 한번 와보고 나서는 반했어요. 새소리 들리고 공기도 좋아 혼자 전세로 오고 싶은데 언니가 반대해요. 떨어져 지내기 싫다고.”

-학교 다닐 때나 판사 할 때 여성차별을 겪어본 적이 있나요?

“없다고 할 수 없죠. 심하게 겪은 건 아니지만. 그런데 저는 있을 수밖에 없어 있는 차별에 대해선 분노하지 말자는 입장이에요. 성차별을 인정하자는 게 아니라 성차별이 있다는 사실 자체에 화낼 필요는 없다는 거죠. 분노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냉정해져야지. 아까 말한 인간적 정서에서의 흑백논리와도 관련된 얘기예요. 피해를 입은 입장에서 분노하지 않고 증오하지 않는 건 몹시 힘들죠. 그걸 이겨내면 이긴 거예요. 그 상태에서 벗어나면.”

-지금은 양상이 좀 바뀌었지만 초기 페미니즘 운동은 남성들을 적으로 규정하는 등 과격한 면이 있었죠.

“운동의 발전사로 봐야죠. 처음엔 분노하죠. 증오하고. 싸워나가고. 다치고. 그러다 평화가 찾아오고. 제 얘기도 분노하고 증오하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그것을 극복하는 지점까지 가야 한다는 거죠.”

3/12
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목록 닫기

강금실 장관이 山中 찻집에서 털어놓은 인간적 고백

댓글 창 닫기

2023/0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