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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편가르기, 여론조작에 얼룩진 근시안 원전정책 30년

‘방폐장 갈등’ 속 부안과 原電지역을 가다

  • 글: 강지남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layra@donga.com

거짓말, 편가르기, 여론조작에 얼룩진 근시안 원전정책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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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편가르기, 여론조작에 얼룩진 근시안 원전정책 30년

아이 어른 구별할 것없이 방폐장 유치반대에 나선 부안 주민들. 정부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주민간 ‘핵 분열’은 지속될 전망이다.

방폐장 유치 백지화 이후에도 주민들이 아물지 않는 상처로 고통받아야 했다는 점 또한 과거 방폐장 후보 지역들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이다. 찬성측과 반대측 주민들의 갈등은 백지화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었고, 생계를 팽개치고 시위를 벌인 탓에 경제적 타격 또한 만만치 않았다. 덕적도 주민들의 경우 그 무렵 인천까지의 왕복 뱃삯만 해도 3만원이어서 서울에 한번 나갔다 오려면 10만원이 들었다.

당시 반대시위에 적극 참여했던 덕적도 주민 사명복씨는 “찬성과 반대로 나뉜 주민들 사이는 지금도 여전히 서먹하다”며 “술이라도 한잔 하다 보면 그때 얘기가 나오면서 말싸움이 벌어지고, 경조사가 있어도 끼리끼리만 챙겨준다”고 전했다. 경제적 손실도 컸다. 사씨는 낚싯배를 운영하며 고기를 잡아 횟집 등에 팔곤 했는데, 본업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단골손님이 모두 끊긴 후였다. 그는 지난 가을 경북 포항에 내려가 건설현장에서 날품을 팔고 있다. 그는 “남은 빚 갚을 돈을 마련할 때까지 고향에 돌아가지 않을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안면도는 정부가 방폐장 유치를 철회한 이후에도 2년 동안 방폐장 유치 문제와 씨름을 벌여야 했다. 한국원자력연구소 등이 백지화 이후 금품을 살포하고 유치서명 작전을 벌이는 등 본격적으로 주민 회유에 나섰기 때문이다. “유치 찬성 도장을 받아오면 돈은 물론 술도 사주고 여관에 여자까지 넣어주더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이 같은 은밀한 ‘공작’은 1993년 1월, 유치활동을 벌인 주민 김남영씨의 양심선언을 통해 폭로됐다.

김씨는 이 자리에서 “유치 추진위원들이 원자력연구소로부터 월 90만원 이상의 직장 보장과 자금 지원 등을 약속받았고, 위원장 격인 강모씨는 주택과 평생직장, 자녀교육비 등을 보장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주민들의 도장을 이용해 임의로 신청서를 작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300여세대가 방폐장 유치에 찬성하는 것처럼 내세웠으나 이는 주민들의 의사와 동떨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정부가 안면도에서 사기를 친 것도 모자라 부안에서 또 같은 짓을 저지르고 있다”며 정부에 대한 불신을 강하게 드러냈다.



“처음에는 정부가 방폐물을 안전하게 관리할 뿐 아니라 안면도에 지역발전금도 주겠다고, 또 예정부지에 있는 나무 한 그루까지 보상해주겠다고 해서 망설이지 않고 찬성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정부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어요. 경제적 지원이나 보상도 약속과 달랐습니다. 또한 선진국에서조차 방폐장의 안전 문제 때문에 반대 여론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게다가 제게도 주민들로부터 어떻게든 찬성 도장을 받아오라는 주문까지 했습니다. 결국 정부가 시골 주민들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이죠.”

그는 “안면도 주민들이 입은 유·무형의 피해에 대해 손해보상청구를 한다면 액수가 엄청날 것”이라고 했다. 주민들이 찬반으로 갈려 첨예하게 대립하던 당시 그는 집으로 몰려온 1000여명의 반대측 주민들로부터 협박당했고 가족들은 인분을 뒤집어쓰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김씨는 “당시 주민들의 행동을 이해한다”며 “모든 것은 정부의 잘못”이라고 잘라 말했다.

1986년 시작한 방폐장 사업이 안면도와 굴업도를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 퇴짜를 맞게 되자 정부는 경제적 지원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사업이 실패를 거듭해가자 경제적 지원 규모는 더 커졌다. 부안의 경우 지역개발자금 3000억원 지급, 20년간 2조원을 지역개발에 투입, 양성자가속기사업 유치 추진, 한수원 본사 이전, 2개의 골프장 건설, 부안군 일대 해상에 바다목장 조성 등의 조건들이 제시됐다.

그러나 대다수 부안 주민들은 이러한 정부의 지원책을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유치신청 초기에 소문으로 나돌던 위도 가구당 3억∼5억원 현금 보상설이 단지 뜬소문이었음이 밝혀졌고, 유치를 추진하는 위도발전협의회(회장 정영복)는 당초 2003년 10월 말까지 정부로부터 현금을 받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방폐장 유치에 반대하는 위도지킴이의 서대석 공동대표는 “주민이 1만8000여명밖에 되지 않는 위도에 종합병원이 세워진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이냐”고 반문했다.

현재 우리나라 전기 사용자들은 전기 요금의 4.5%를 전력산업기반조성기금으로 부담하고 있다. 이 기금의 일부는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는 고리·영광·월성·울진 등 4개 원전(原電)지역에 지원금으로 지급된다. 이밖에도 신규원전이 건설될 경우 건설비의 일정 비율을 특별지원금으로 지급한다. 그렇다면 원전 지역 주민들은 원전에 따른 경제적 부(富)의 효과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정부와 한수원은 방폐장 유치 후보지에 제시할 수 있는 원전정책 성공모델을 과연 가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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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지남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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