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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

영화 ‘실미도’로 ‘반지의 제왕 3’와 맞붙는 ‘충무로 군주’ 강우석

“나는 아티스트 아닌 엔터테이너… 재미없는 영화는 영화도 아니다”

  • 글: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영화 ‘실미도’로 ‘반지의 제왕 3’와 맞붙는 ‘충무로 군주’ 강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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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실미도’로 ‘반지의 제왕 3’와 맞붙는 ‘충무로 군주’ 강우석

강우석 감독과 인터뷰하고 있는 황호택 논설위원.

-제작비는 주로 어디에 들어갑니까.

“배우 스태프 인건비입니다. 배우들이 무리하게 달라고 해요. 톱스타는 4억5000만원, 5억원 달라고 하고 추가로 인센티브를 요구합니다.”

-영화계 전체가 살쪄야 좋은 영화가 만들어질 텐데…. 개런티를 너무 많이 요구하는 배우들을 영화판에서 왕따시키려는 분위기는 없습니까.

“그 배우들이 필요하니까 말을 못 하죠. 어떻게든 그 배우를 출연시켜야 장사가 돼요. 자율적으로 규제하면 좋은데 음성적으로 돈 많이 주고 서로 데려가려고 하거든요. 나만 살고 보자는 거지요. 한 영화사에서 4억5000만원 주겠다고 하면 다른 영화사에서 6억원 줄게 하는 식입니다. 영화배우도 ‘이전 작품은 6억원 받았는데…’라고 나오는 거고 다른 배우는 ‘내가 왜 걔보다 못하냐’고 따집니다.”

-감독은 얼마나 받습니까.



“감독료는 세지 않아요. 감독은 일류라고 해야 한 1억원 받을 겁니다.”

주연 남녀배우를 5억원씩에 쓴다면 제작비와 광고비 40억원 가운데 10억원이 들어간다. 전체의 25%를 두 명이 가져가는 셈이다. 할리우드도 형편은 마찬가지다. ‘터미네이터 3’ 제작비가 1억5000만달러였는데 이중 아널드 슈워제네거 혼자서 개런티로 3500만달러를 챙겼다.

“미국도 끙끙 앓는 거예요. 스타만 돈 벌고 투자자는 죽어나갑니다. 제작자는 죽고 극장은 법니다. 스타와 극장이 다 가져가는 시스템입니다.”

-신인을 발굴해 쓰면 어떻습니까.

“신인배우 쓰면 관객들이 아예 쳐다보지도 않아요. 제목이 확 당기는 ‘여고괴담’ 또는 ‘장화, 홍련’ 같은 영화에는 신인배우를 쓸 수도 있겠지요.”

-개봉관 상영이 끝나면 비디오가 출시되는데 비디오 수입은 얼마나 됩니까.

“영화가 히트해야 비디오 수입도 같이 올라갑니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 TV 비디오 DVD 합해 25억원 가량 들어옵니다. 그런데 망한 영화는 2억5000만원도 안 돼요.”

-‘실미도’에 나오는 안성기 설경구씨는 어땠습니까.

“안성기씨는 돈에 초연한 배우입니다. 오히려 개런티 깎으라고 하는 사람이에요. 설경구도 돈 얘기 안 해요. 한석규 송강호 최민식 세 사람이 제일 세게 받을 걸요.”

‘실미도’엔 설경구 안성기 허준호 정재영 임원희 강신일 강성진 등 7명이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충무로의 ‘군주’가 아니면 한 영화에 이렇게 호화배역을 싹쓸이해오긴 어려울 것이다.

“남녀의 사랑 얘기는 못 찍는다”

영화계에 여배우 기근이 심각하다. 흥행력과 연기력을 동시에 인정받는 여배우층이 얇다. 여배우의 역할 비중이 큰 영화는 기획조차 되지 않는다. ‘고양이를 부탁해’ ‘피도 눈물도 없이’ 등 최근 선보인 ‘여배우 영화’들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하자 여배우 영화의 씨가 말라버린 형편이다. 실미도도 전형적인 남성 영화다. 여배우는 단역으로 두 차례 나온다. 사형수의 어머니역, 그리고 강간당하는 무의도 교사역이 고작이다.

-강 감독 영화를 보면 여성이 활발하게 역할을 하는 작품이 거의 없습니다.

“내 성격 때문이죠. 내가 멜로드라마를 안 좋아합니다. 남녀의 사랑 얘기는 못 찍습니다. 책을 보고 좋은 것을 발견하면 다른 사람에게 찍으라고 권유합니다. ‘마누라 죽이기’처럼 웃기는 건 하겠는데 여성 심리를 엮어 눈물 짓게 하는 것은 닭살 돋아서 못합니다.”

-38세에 결혼할 때까지 연애는 몇 번 해봤습니까.

“남들 한 정도겠죠. 영화에 미쳐 있었습니다. 사실 나는 영화랑 결혼하고 살았습니다.”

-여배우 중에서 한국영화의 자양을 풍성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을 두셋만 꼽으라면….

“심은하가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텔미썸딩’ ‘미술관 옆 동물원’에 나왔었죠. 마스크 좋고 연기 잘합니다. 유학 가서 미술 공부한다고 안 나오는데 이해할 수 없어요. 장진영도 좋습니다. 최근 ‘싱글즈’ ‘국화꽃 향기’에 주연으로 나왔습니다. 다음으로 이영애. 그러니까 장진영 이영애 전도연 정도를 꼽을 수 있습니다. 여배우 기근이에요. 남자들은 물이 좋거든요. 설경구 한석규 최민식 송강호 차승원 차태현…. 남자 배우는 자원이 풍부해 골라 쓸 수 있어요. 박중훈 배용준 이성재…. 그런데 여배우가 없어 웬만하면 신인을 쓰자고 하는 형편입니다. 여배우들은 어느 순간 스타가 되면 영화보다 사생활을 즐기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남자 생기면 결혼한다고 그만둬버리죠. 영화를 결혼하려고 하는 겁니까. 미국처럼 결혼한 뒤에도 영화배우로 쭉 활동하면 좋을 텐데요. 공인 의식이 부족해요. 여배우를 비하하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철저히 영화로 승부를 걸겠다는 정신이 없어요. 결혼해 은퇴하는 게 멋있다고 착각합니다. 그러려면 영화배우 뭐하러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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