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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계획도시를 가다 ⑧|캐나다 스트랫퍼드

‘낭만’을 설계한 지방도시의 새 모델

  • 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낭만’을 설계한 지방도시의 새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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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을 설계한 지방도시의 새 모델

‘연극의 도시’ 스트랫퍼드시에서 2003년 열린 뮤지컬 공연.

스트랫퍼드 주거지역엔 몇 개의 편의점을 제외하면 상가가 전혀 없다. 시의회 조례로 상가 건축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스트랫퍼드엔 6층 이상 건물이 없다. 이 역시 시 조례를 통해 인위적으로 그렇게 한 것이다. 스트랫퍼드 시청 관계자는 “스트랫퍼드만의 특색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토론토 같은 대도시에는 고층 빌딩이 많다. 그러나 스트랫퍼드가 토론토를 닮을 필요는 없다.” 시청과 의회가 있는 한 스트랫퍼드 도심도 건물들의 높이가 낮고 일정하다. 이는 이 도시를 ‘셰익스피어 시대의 연극 도시’로 각인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주거지역의 경우 3층 이상 주택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역시 시 조례를 통해 3층 이상 주택을 건축할 경우 건축비가 올라가도록 했기 때문이다. 시는 또 주거지역을 더욱 세분화해 어떤 지역은 방 5개짜리 B&B가 영업할 수 있지만 어떤 지역은 방 3개짜리 B&B만이 영업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주거지역의 심미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처다. 몇 년 전 스트랫퍼드에선 주거단지 내 도로변 주차문제가 이슈가된 적이 있다. 시의회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대다수 주민대표들은 “승용차가 주거환경을 저해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 결과 주택 건축시 주차장 확보 규정이 크게 강화됐다.

스트랫퍼드에서도 빈부격차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스트랫퍼드시청에 따르면 자신의 수입으로 주거공간을 마련하기 힘든 사람들이 전체 인구의 7분의 1을 차지할 정도라고 한다. 시는 이들에게 저층 아파트형 주택을 제공하는 공익사업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스트랫퍼드엔 ‘슬럼가’가 없다. 스트랫퍼드 관광청의 캐시 레버그 마케팅 협력관은 “시는 주거지역에 나무를 심는 사업에 매년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고 말했다.

철도 노선을 두고 시민들이 격론을 벌인 적도 있다. 도심을 흐르는 에이번 강변을 따라 설치하느냐, 아니면 도심 외곽으로 돌리느냐는 문제였다. 스트랫퍼드 시민들은 도심 외곽 노선을 택했다. 에이번 강변 노선을 선택할 경우 상당한 경제적 실익을 얻을 수 있지만, 주거지역과 공원지역의 경관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결정한 것이다. 스트랫퍼드시 도시계획의 궁극적 목표는 쾌적한 삶의 추구에 맞춰져 있다. 친환경적 주거지역을 유지하는 것이 시의 최우선 정책이다.



한국에서 주택이나 건물의 층수 제한, 도시계획수립 등은 중앙정부와 국회가 제정하는 건축 관련 법률과 관련 행정조항에 의해 전국적으로 일률 적용된다. 한국의 중앙정부는 ‘난개발이 될 것’이라는 이유로 지방자치단체에 건축관련 행정 권한의 전권을 위임해주지 않는다. 여기엔 지방자치단체의 능력과 도덕성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은 중앙정부가 전권을 쥐고 있음에도 곳곳에서 난개발이 이뤄지고 있고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낭만’을 설계한 지방도시의 새 모델

스트랫퍼드는 여름휴가 때 특히 관광객들이 많이 몰린다.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현재 캐나다 외무부에서 근무중인 닐 스윙(34)씨는 “한국의 도시들은 캐나다의 도시들에 비해 주거지역과 상업지역 간 거리가 너무 가깝다. 거의 혼재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살면서 주거단지의 개인적 공간과 쾌적성을 지켜줄 제도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많이 느꼈다”고 덧붙였다.

스트랫퍼드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캐나다에선 이 같은 건축 관련 행정권이 지방자치단체에 위임되어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이에 따라 각 도시마다 특색 있는 스카이라인과 형태를 갖고 있다. 시의회의 결정과 시의회의 조례는 법률만큼이나 막강해서, 도시의 시민들은 자신들이 결정한 바대로 자신이 살고 있는 고장을 변화시킬 수 있다. 한국 중앙정부의 논리와는 달리, 오히려 시의회의 강력한 통제를 받는 지방자치단체는 난개발을 억제해 삶의 질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도시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낭만’은 도시의 궁극 목표

도시에 실질적 자치권을 주어야 개성 있는 도시가 생기며 그것이 그 도시의 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논리가 캐나다에선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문영석 강남대 캐나다학과 교수는 “캐나다의 도시들은 주거, 상업, 공단, 교통 등 도시의 각 기능을 명확하게 분화시켜, 서로 방해하지 않도록 도시설계를 한다”고 말했다.

스트랫퍼드에서 B&B를 운영하고 있는 마리아 애덤스(여·58)씨는 10여년 전 이 도시에서 평생 기억할 만한 낭만적 순간을 맞았다. 연극을 좋아하는 애덤스씨는 스트랫퍼드 연극축제를 관람한 뒤 혼자 바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옆자리의 비슷한 또래 남자가 말을 걸어 왔다. 두 사람은 연극을 무척 좋아한다는 점, 배우자를 암으로 잃고 혼자 살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밤새 연극 이야기를 하고, 에이번 강변을 거닐었다. 두 사람은 마침내 결혼을 했으며 스트랫퍼드에서 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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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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