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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핵폭풍’ 막전막후

‘발상전환’ 비주류, ‘미국중시’ 주류에 KO승!

  • 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외교부 핵폭풍’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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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일련의 행동은 당연히 회담을 준비한 윤영관 장관과 한승주 주미대사, 외교부 북미라인의 작품. 그러나 ‘저자세 외교’에 대한 국내비판이 고조되고 특히 7월 열린 한중정상회담에서 중국측의 불만이 전달되자, 노 대통령이 회의자리에서 “당신들이 시키는 대로 다 했더니 일이 어째 잘 안 풀리는 것 같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보였다는 전언이 회자됐다.

이 무렵부터 청와대 관계자들은 “북미국 중심의 대외의존적인 외교부를 바로잡으라는 의미에서 온건개혁파로 알려진 윤 장관을 보냈더니, 오히려 내부분위기에 동화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전하기 시작했다. 노 대통령 본인도 지난해 기자들과의 비공식간담회에서 “윤 장관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외교부에 가더니 너무 한 쪽과만 사이 좋게 지내려 한다는 얘기가 있더라”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지난 연말부터 청와대 주변에서는 외교안보라인 경질설이 파다했고, 최근에는 용산기지 이전협상 등이 마무리되는 2월과 총선 이후인 4월, 두 차례에 나누어 ‘멤버 교체’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이를 위해 청와대에서 조용히 대안을 물색하고 있다는 징후도 포착됐다.

윤영관 장관이 경질대상 리스트에 오른 가장 큰 이유는 조직장악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인 윤장관이 같은 과 선후배들이 주축인 북미라인에 끌려가고 있다”는 것이 일부 정부 관계자들의 목소리였다. ‘선비 스타일인 학자 출신의 장관으로는 개혁작업에 한계가 있음이 확인됐으니, 대신 뚝심 있는 정치인 출신 인사가 장관을 맡아야 한다’는 논리로 몇몇 유력 정치인들 이름이 거명되기도 했다.

‘거대한 변혁기’



분명한 것은 이번 파동이 참여정부의 ‘자주외교’ 방침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를 수행할 수 없는 장관은 더 이상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음을 선언한 셈이기 때문. 이전협상 등 비판이 제기돼 온 주요현안과 관련해 국방부와 외교부 등 이른바 ‘동맹파’로 분류되는 부서들은 물론, 주요지침을 작성했던 것으로 알려진 NSC 역시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한편 외교부 사정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이번 파문의 의미가 단순히 정부 내 정책 집행자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사용한 ‘의존적’과 ‘자주적’이라는 표현이 모두 미국을 전제하는 것인 만큼, 미국과 연관해 해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용산기지 이전협상을 담판지을 6차 미래동맹회의가 열리는 날 아침에 핵심부서 장관이, 그것도 ‘자주적 외교노선’을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물러났다. 청와대가 의도했든 아니든, 최소한 워싱턴 강경파들은 한국이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해석할 것이다.

이전협상을 둘러싼 갈등의 뿌리에는 향후 대한민국 외교의 전개방향에 대한 비전의 차이가 놓여 있다. 외교부 북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주류파가 ‘안정과 발전을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미국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반면, 비주류와 청와대는 ‘이제는 근본적 발상 전환을 통해 새로운 외교를 만들 때가 왔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번 파문만 보면 후자가 압도한 것 같지만, 이전협상 등 한미간 다양한 현안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파문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비주류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해방 이래 우리 외교파트의 절대 강자였던 북미라인이 칼바람 앞에 섰고, 이를 통해 ‘자주노선’이라는 분명한 방향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지금은 그 거대한 변혁기다.”

신동아 2004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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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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