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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심리학자가 본 노무현의 ‘눈물의 정치학’

“약발 다한 ‘盧의 눈물’… 국민은 ‘남몰래 흐르는 눈물’ 원한다”

  • 글: 이훈구 연세대 교수·사회심리학 hoonkoo@yonsei.ac.kr

사회심리학자가 본 노무현의 ‘눈물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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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노 대통령의 눈물은 약발이 다한 느낌이다. 물론 아직 노사모는 그의 눈물에 감읍하겠지만 국민 대다수는 더 이상 감동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그 눈물의 저변을 의심할 뿐이다. 우리는 갖은 역경에 처했어도 한줌의 양심을 저버리지 않고 살아온 선량한 서민의 눈물에 크게 감동받는다. 그러나 자신의 부정과 비리 의혹에 땅을 치고, 가슴을 치고, 피눈물을 흘리며 석고대죄하기는커녕 티코형 범죄 운운하면서 그 비리를 순화하려는 대통령에게는 더 이상 따뜻한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그의 눈물이 안약을 넣은 가짜 눈물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한국인은 정에 약한 민족이다. 그래서 노 대통령이 낙루하면 적지 않은 국민이 몸둘 바를 모른다. 그러나 외국의 국가지도자가 눈물을 흘리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미국의 경우 헤프게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 1972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지명전에서 선두를 달리던 에드먼드 머스키 상원의원은 부인을 헐뜯은 신문기사를 비난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다. 머스키는 자기가 눈물을 흘린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언론은 그가 정서적으로 불안하다고 평가했고, 결국 그는 중도하차할 수밖에 없었다.

마찬가지로 케네디 대통령이 총격으로 사망하여 그를 추모하기 위한 추도식이 거행됐을 때 케네디 가문은 눈물을 억제했다. 아버지가 사망한 줄도 모르고 천진난만하게 재롱을 떠는 그의 아들 존의 행동에 국민은 더욱 오열했다.

국가지도자는 국가적 재앙이나 어려움에 처했을 때 눈물을 보이기보다 오히려 이를 이겨나가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안심하고 동요하지 않는다. 즉 국가지도자는 나약하고 감정적이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정서적 선거전략으로 당선된 것을 의식하고 계속 눈물이란 코드의 정치적 전술을 사용한다면 국민으로부터 냉대를 받을 것이다.

노 대통령이 취임 후 인기가 급강하한 원인은 “대통령이 힘들어 못해먹겠다”라고 직설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임명한 장관이 국회 동의를 받지 못한 것, 언론들이 계속해서 대통령을 깎아내린 것, 특검비리 거부안을 재차 국회에서 통과시킨 것 등등을 헤아려보면 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할 바 아니나 그래도 대통령의 할말은 아니라고 본다. 그의 지도자로서의 능력, 그의 공약을 믿고 대통령으로 선출한 국민이 이 말을 듣고 얼마나 실망하고 불안해할까?



대통령은 아무리 어렵고 억울해도 감정에 복바쳐 눈물을 흘려선 안 된다. 아버지가 살기 힘들다고 자식 앞에서 눈물을 흘릴 때 자식은 아버지를 동정하기에 앞서 불안감에 떨 수밖에 없다. 아버지나 대통령은 공개석상에서 눈물을 자제해야 한다. 비록 그것이 개인적이고 억울한 것이라 해도 눈물을 억제하고 뒤에서 남몰래 눈물을 흘려야 한다. 대통령이 할 일은 눈물을 참고 반대로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다.

이젠 국민도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그러나 만일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 대선자금 비리에 개입했다면 그때는 단연코 석고대죄하고 피눈물을 흘려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것도 찔끔찔끔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무릎을 꿇고 닭똥 같은 눈물을 펑펑 쏟아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이 죄를 용서하고 사면할 수 있다.

이제 국민도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대통령을 선출할 때 단순히 그가 나와 비슷한 환경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그가 나와 같은 역경에 처했다고 해서, 또 그가 가슴 아픈 사람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다고 해서 무조건 그를 지도자로 선정해선 안 된다. 후보자가 비전을 갖고 있는지, 정치수행능력이 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도덕적으로 하자가 없는지 등등을 세심히 따져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지도자는 눈물을 자주 흘리기보다는 남몰래 눈물을 흘려야 한다. 도니체티의 ‘사랑의 묘약’에 나오는 유명한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을 내가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신동아 2004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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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훈구 연세대 교수·사회심리학 hoonko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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