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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삶

‘문화판 욕쟁이’ 바탕골예술관 대표 박의순

“벗으면 될걸 고백하면 될걸 왜 복잡하게 사나”

  • 글: 김서령 자유기고가 psyche325@hanmail.net

‘문화판 욕쟁이’ 바탕골예술관 대표 박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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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판 욕쟁이’ 바탕골예술관 대표 박의순

양평 바탕골예술관을 찾은 이들에게 도자기에 대해 설명하는 박의순씨.

그 과정에서 박 대표의 욕 실력은 엄청나게 늘었다. 안기부 직원이 왔다 가면 뒤에 대고 주먹쥐고 감자를 먹였다. 그의 이 동작은 남들과는 반대다. 오른손을 왼손이 만든 구멍 속에 쑥 집어넣어 감자를 먹이는 대신 구멍 밖으로 힘차게 빼내는 방식이다.

“이웃에 살던 샘터의 김재순씨가 그걸 보고 무슨 짓이냐고 물어요. 그 양반 점잖은 분이잖아요. 아니 ‘X할 놈’이라 그러면 그게 뭔 욕이에요? 되레 좋은 거잖아. 그래서 ‘X도 못할 놈’이라고 이렇게 빼내는 거라 했지. 그랬더니 그분이 막 웃어.”

그러나 나중에 팔도 욕을 모은 욕파티를 준비하면서 욕의 어원과 본질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할 기회가 생겼다. 흔하게 쓰는 ‘X할 놈’의 의미를 제대로 알게 됐다. 그 후부터 박 대표의 욕이 달라졌다.

“그 말 앞에 ‘제애미’라는 말이 생략되었다잖아? 제 에미하고 붙어먹는 건 어느 시대, 어느 나라나 다 큰 욕이 되나봐. 그거 지독한 악담이잖아. 나는 욕을 해도 악담은 안 해요. 우라질 놈, 오살할 년, 염병할 놈. 서울 욕에 그런 게 많아요. 지독한 욕이지. 나는 그런 거는 싫어. 그래서 나중에는 내가 욕을 바꿨어요. 씨팔 좃팔 대신에 좀 길기는 해도 ‘제에미 밑구멍으로 다시 밀어넣을 놈’이러지. 하하하… 김재순씨가 ‘무슨 그런 욕이 있어?’ 하데. ‘아니 얼마나 좋아요. 본향으로 다시 보내주겠다는 거 아녜요’ 했지.”

그의 욕은 아닌게아니라 거칠기보다는 애교스럽다. 이를 악물고 상대를 악담하고 씹어뱉는 게 아니라 마음을 크게 열고 응어리를 시원하게 풀어 헤치는 욕이다. 그래 듣는 사람 속까지 확 터지게 해준다.



청와대, 안기부, 시청, 구청 또 누구누구 기억도 나지 않는 여러 사람과 승강이를 벌이면서도 9일장은 성황리에 치러졌다. 관객들은 입장료 대신 굿에 쓰인 소품들을 돈 내고 샀다. 그 행위예술판에 온몸으로 동참했던 한 사람은 지금도 당시 공연을 엄청나게 신선하고 놀라웠던 경험으로 기억한다. 많은 비용을 들여 설치한 모니터로는 광주사태 현장을 찍은 비디오 대신 찰리 채플린의 코미디를 틀었다. 아무리 새매 같은 박 대표라도 물러설 때는 물러설 줄을 았았던 것이다.

죽음에 대해, 개인의 아픔과 시대의 아픔과 인류의 아픔에 대해 극명하게 말해줄 ‘광주’ 대신 엉뚱하게도 찰리 채플린이 나와 온종일 흑백으로 돌아다니는 화면 앞에서 박 대표는 헛웃음을 웃었다. 허탈하게. 크게. 검은 상복을 입은 채로. 무당 같은 신명을 잠시 멈추고서. 그걸 보고 구상 선생은 말했다. “우리 모두가 박 여사의 원숭이네.” 이상하게 박 대표는 그 말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연극 ‘매춘’ 소동

이듬해 봄 바탕골은 다시 사건에 휘말렸다. 바탕골이 준비한 ‘매춘1’ 공연이 공연윤리위원회 대본심의에 걸려 ‘원고 부분수정’ 판결을 받은 것이다. 박 대표는 이 판정에 불복하고 공연을 강행했다. 서울시는 공연법에 의거하여 극장을 관할경찰서에 고발조치했다. 이에 박 대표는 변호사를 사서 맞섰다. 공연윤리위원회와 소극장 대표가 본격적인 법정싸움에 돌입한 것이다. 당시 ‘동아일보’가 이 사건을 사설로 다뤘다. 사전심의제도 자체가 없어진 오늘, 격세지감을 주는 이 기사를 다시 읽어보자(당시 표기법 그대로 옮겼다).

극단 ‘바탕골’이 지난 4일부터 공연하고 있는 연극 ‘賣春’이 공연법위반 및 외설시비로 물의를 빚고 있다. 극단 ‘바탕골’은 동숭동 대학가에 있는 200석 규모의 연극전문 소극장인데 방학을 맞은 청소년 관객들로 연일 초만원을 이루고 있고 또 지난 5일에는 주부 20여명이 ‘퇴폐공연중지’를 주장하며 극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당초 이 시비는 공연윤리위원회의 대본심의에서 내용 중 외설 음란부분에 대한 부분개작판정을 받은 것을 극단이 이에 불복, 공연을 강행한 데서 비롯됐다. 公演法에는 대본에 대한 公倫의 사전심의를 거쳐 당해 시도에 공연신고를 하는 법적 절차를 받도록 돼 있다. 이를 위반하면 시도는 공연중지 혹은 공연장 폐쇄조치를 할 수 있다. 서울시가 관할경찰서에 이를 고발 조치한 것은 바로 이 公演法에 근거한 것이다.

지난해 여름 이후 각계의 자율화 물결을 타고 문화예술의 창작의 자유도 그 폭이 많이 넓어진 것이 사실이다. 우선 수십년간 묶여 있던 대중가요의 금지곡이 대량으로 풀렸고 禁書의 해제도 대폭 이루어졌다. 공륜서 관장하고 있는 영화 연극 가요 무용 등 공연예술분야의 사전대본심의 중에서 영화의 대본심의도 풀렸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연극대본이나 노랫말의 사전심사는 현행공연법의 개정 없이는 철폐할 수 없는 것인데 지난번 대통령선거에서 이의 재발에 대한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새 공화국 새 국회에서 이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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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서령 자유기고가 psyche32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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