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신동아 논단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특종보도는 6월항쟁, 6·29 선언의 밑거름

진보적 언론학자들의 진실 왜곡에 할말 있다

  • 글: 남시욱 언론인·세종대 석좌교수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특종보도는 6월항쟁, 6·29 선언의 밑거름

3/8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특종보도는 6월항쟁,  6·29 선언의 밑거름

물고문으로 질식 사망했다는 치안본부의 조사결과를 전한 1987년 1월 19일자 동아일보(위)와 12대 국회 내무위원회에서 박종철 고문사건과 관련해 질의하는 야당의원.

새로운 사실도 많이 보도됐다. ‘동아일보’는 박군 사망 당시 그를 담당했던 의사를 인터뷰하여 사건의 가닥을 잡은 것이다. ‘동아일보’가 박군이 고문으로 사망한 사실을 보도하는 데 결정적 증언을 해준 의사 오연상(吳演相·중앙대부속병원 용산병원)씨는 용기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박군이 조사받던 용산구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수사2단 조사실에 도착했더니 박군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 증언은 ‘심문 도중 수사관이 ‘쾅’ 하고 책상을 치자 박군이 ‘억’ 하며 쓰러져 중앙대 부속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는 경찰 발표와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었다. 오씨는 “조사실에서 박군을 살리기 위해 그의 기관지에 튜브를 집어넣어 인공호흡을 시키고 충격요법으로 캠플주사를 놓고 약 30분 동안 심장마사지를 계속했으나 박군의 심폐기능은 소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이날자 신문 사설에서도 이 사건을 다루면서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조사 받던 대학생의 죽음’이란 제하의 이 사설은 박군이 조사 시작 불과 30분 만에 ‘억’ 하며 책상 위에 쓰러졌다는 경찰 발표는 납득가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그의 사인이 “경찰 발표대로 쇼크사였는지, 딴 이유가 있어서였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히라”고 촉구했다.

‘동아일보’의 결정적인 특종기사는 17일자에 나왔다. 의사 오씨가 마침내 “박군은 복부팽만이 심했으며 폐에서는 사망시 들리는 수포음이 전체적으로 들렸다”면서 “그가 물을 많이 먹었다는 말을 수사관으로부터 들었다”고 털어놓은 것이다. 오씨는 또한 “비좁은 조사실 바닥에 물기가 있었다”고 덧붙여 박군이 물고문으로 질식 사망한 사실을 폭로했다.

이 보도는 국민들에게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15일 밤 실시된 박군 사체 부검결과가 나오려면 빨라야 18일은 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터져 나온 오씨의 증언기사의 위력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동아일보’는 이 기사 외에도 이날자 신문에 화장장에서 박군의 아버지가 “철아 잘 가그래이”하고 절규하는 모습을 묘사한 취재기자의 칼럼 ‘창’과 ‘하늘이여 땅이여 사람이여’라는 제목의 감동적인 김중배 칼럼을 실어 온 국민을 분노케 했다.

전 언론의 ‘융단 폭격’



박종철 사건은 ‘동아일보’의 물고문 기사를 계기로 동아 중앙뿐 아니라 조선 한국 경향 등 대부분의 신문에서 대서특필되기 시작했다. 온 나라는 박종철 사건으로 술렁거렸다. 야당인 신민당은 17일 오전에 열린 긴급확대간부회의에서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키로 결정했다. 이 당의 5인진상조사위원회는 이날 중앙당에 “박군은 고문 등의 가혹행위로 인해 사망에 이른 점이 인정된다”고 보고했다. 5인진상조사위는 박군이 연행 수시간 만에 급사할 신체조건이 아니었고 사망 당시 대변이 하의에 묻어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박군의 사인을 고문에 의한 가혹행위로 단정했다. 제2야당인 국민당은 임시국회 소집문제를 원내총무간에 협의토록 하고, 우선 상임위원회를 열자고 제의했다. 여러 시민단체는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미국무성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철저한 조사를 통해 잘못이 드러난다면 한국당국이 엄중하게 법을 적용시킬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19일 오전 10시 드디어 치안본부의 박종철 사건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동아 중앙 등 석간지는 이 날짜에, 조선 한국 등 조간지는 이튿날자 조간신문에서 지면을 온통 조사결과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특히 ‘동아일보’는 1면을 비롯해 6개 페이지에 걸쳐 박종철 사건을 다루었다. 하루 12페이지의 신문을 발행하던 때임을 감안하면 박군 관련 기사의 비중은 상당한 것이었다.

강민창(姜玟昌) 치안본부장은 이날 발표에서 박군이 치안본부 대공수사2단의 조사관인 2명의 경찰관에게서 물고문을 당해 질식해 사망한 사실이 경찰 자체조사 결과 밝혀졌다고 밝혔다. 이에 관련 경찰관 2명은 구속되었고, 이 사건에 대한 감독 책임을 물어 수사단 단장(경무관)을 직위해제했다.

치안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박종철 군은 목 부위의 압박에 의해 질식사했다. 수사관들은 박군을 연행한 뒤 위협수단으로 수사단 5층 취조실에서 박군의 머리를 욕조물에 한 차례 잠시 집어넣다 뺐으나 박군이 계속 진술을 거부하자 다시 박군의 머리를 욕조에 밀어넣는 과정에서 급소인 목부위가 욕조 턱에 눌려 질식 사망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인(死因)은 ‘경부(頸部) 압박에 의한 질식사’이며, 부검에서 나온 복부팽만은 조사관의 인공호흡과 초진의사의 호흡기 투입으로 인해 공기가 위장에 들어가 생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했다. 또한 폐조직 검사결과 폐에서는 수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 대목은 박군이 물고문으로 물을 많이 먹어 사망했다는 초진의사 오씨의 말과는 배치되는 것이었다.

3/8
글: 남시욱 언론인·세종대 석좌교수
목록 닫기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특종보도는 6월항쟁, 6·29 선언의 밑거름

댓글 창 닫기

2022/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