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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논단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특종보도는 6월항쟁, 6·29 선언의 밑거름

진보적 언론학자들의 진실 왜곡에 할말 있다

  • 글: 남시욱 언론인·세종대 석좌교수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특종보도는 6월항쟁, 6·29 선언의 밑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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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사건보도가 이날 치안본부 발표로 일단락되지 않은 것은 이 사건이 워낙 중대하기 때문이었다. 대다수 신문들은 고문경찰관 2명의 구속 이후 사건 속보와 함께 연일 하늘을 찌를 듯한 국민의 분노를 전하느라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예컨대 ‘동아일보’의 경우 20일자 1면에 신민당 민추협 신구교 등의 범야기구인 ‘고문 및 용공조작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이날부터 26일까지 1주간을 박종철군 추모기간으로 선포하는 한편 이 기간 동안 각종 항의집회를 갖기로 한 소식을 1단 기사로 자세히 보도했다.

또 서울대에서는 500여명의 학생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제가 열려 침묵시위가 벌어졌으며, 200여명의 고려대 학생들이 분향소를 설치하고 시위한 사실도 보도되었다. ‘동아일보’는 박종철 사건 발표 이후 국회 및 정치권과 재야 학원 종교계의 움직임 등 관련기사를 박종철군 추도회가 열린 그해 2월7일까지 약 20일간 매일 연거푸 1면 톱기사 또는 중간 톱기사로 실었다. 대서특필 행진은 조선과 중앙 한국 경향 할 것 없이 나머지 신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박종철 사건은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그해 5월 들어 이 사건은 다시 한번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박군 고문사건 관련자가 단 두 명이 아니라는 풍설이 검찰 주변에서 나돌았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구속 기소된 고문경관 중 조한경(趙漢慶) 경위의 가족은 2월 조 경위가 상사로부터 강요받아 범인을 2명으로 축소하기로 동의했다고 검찰에 폭로했다. 검찰은 이 사실을 확인하고도 어물어물넘어갔다.

그러는 사이 마침내 5월18일 저녁 명동성당에서 열린 광주항쟁 7주년 기념 추모미사 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김승훈(金勝勳) 신부가 박종철 사건의 진상이 조작되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19일자 ‘동아일보’ 등 신문의 사회면에 실린 김 신부의 성명은 “박군을 고문해 죽음에 이르게 한 진짜 범인은 현재 구속 기소되어 재판에 계류중인 조한경 경위와 강진규(姜鎭圭) 경사가 아니라 학원문화 1반 소속 황정웅 경위와 방근공 경사, 이정오 경장 등 3명으로 현재 경찰관 신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일민주당은 이 발표를 중시하여 당 차원에서 진상을 조사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튿날 이를 부인했다. 특히 검찰당국자는 “고문치사의 경우 법정형이 최고 무기징역까지 규정되어 있는데 누가 자신이 진범이 아니면서 진범이라고 허위자백을 하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당국자는 한마디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그는 “공범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은 몰라도, 진범이 조작되었다는 주장은 전혀 터무니없는 말”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과연 이 당국자의 말대로 박종철 사건 관련자는 모두 5명이라는 사실이 며칠 후 검찰수사로 밝혀졌다.



검찰은 더 이상 내막을 덮어둘 수가 없어 21일 진상을 발표했다. 정구영(鄭銶永) 서울지검 검사장은 범인이 이미 구속된 2명 이외에도 3명이 더 있으며 이들을 구속했다고 발표하면서 5명의 수사관이 짜고 범인을 축소 조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범인 축소조작으로 국민의 분노 폭발

이러한 정 검사장의 발표는 22일자 조간 및 석간신문에 일제히 1면 톱기사로 대서특필되었다. 그런데 이날자 ‘동아일보’의 기사는 다른 신문의 기사와 달랐다. ‘동아일보’는 검찰에서 발표한 사실 이외에, 경찰의 범인축소결정이 관련 상사들의 모임에서 모의 결정되었다는 독자적 취재내용을 보도했다. 기사엔 ‘관련상사 모임에서 범인 축소조작 모의’라는 충격적 제목을 달았다. ‘동아일보’는 드디어 23일자 1면 톱기사에서 ‘검찰이 범인축소조작혐의자로 박처원(朴處源) 대공처장 등을 지목하고 이들을 금명 소환할 것이며 모의사실이 드러나면 구속할 것’이라는 내용도 보도해 세상을 또 한번 놀라게 했다.

‘동아일보’의 두 번째 특종이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박 처장 등이 처음부터 범인축소모의에 가담했으며, 치안본부의 박종철고문치사사건 첫 발표가 있기 하루 전인 지난 1월18일 새벽 고문관련자 5명 중 2명만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작했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범인 축소조작에 상부의 지시나 개입이 없었다는 검찰 발표를 완전히 뒤집은 것이었다. ‘동아일보’는 이어 검찰이 범인축소조작 사실을 5월초에야 알게 되었다고 밝힌 발표가 허위라는 사실도 폭로했다. 김성기 법무장관과 서동권 검찰총장은 이미 2개월 전부터 경찰의 범인 은폐조작사건을 알고 있었으나 그동안 이를 묵인해왔다는 것이다. 경찰뿐 아니라 검찰의 신뢰 또한 땅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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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남시욱 언론인·세종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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