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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핵잠수함 보유, 무엇이 문제인가

‘대양해군’ 추구하다 핵무장 의혹 부른다

  • 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한국 핵잠수함 보유,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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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3~5% 연료봉을 사용하는 핵잠수함용 원자로를 개발한다면 1년에 한번 꼴로 연료봉을 교체해야 한다. 원자로 용기를 해체하고 새 연료봉을 넣는 과정에서 방사능 유출사고가 일어나기 쉬우므로 많은 안전설비가 필요한데, 공간이 매우 협소한 잠수함의 경우는 완벽한 준비를 갖추기 어려워서 교체주기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3~5% 우라늄을 연료로 쓰는 잠수함을 만드는 것은 고려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발전소용이라고 속이고 잠수함 연료를 들여오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핵잠수함을 추진한다면 이는 곧 농축시설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공산이 크다. 물론 농축시설 건설 자체는 NPT가 금지하고 있는 사안이 아니지만, 비핵화선언을 위반하게 되는 것임은 물론 한국의 핵무장 시나리오도 기정사실이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무츠, 일본의 영리한 우회로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핵무장 의혹을 받지 않으면서 핵잠수함을 보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뒤집어 말하면 핵잠수함을 추진하려면 그 같은 상황을 각오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우리 정부나 군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핵무장까지 염두에 둔 핵잠수함 보유를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지금까지의 행보는 극히 어리석은 것이었다. 핵무장의 필요성 여부는 그 자체로 또 다른 논쟁거리지만, 핵잠수함 보유를 위해서는 보다 ‘영리한’ 방법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1968년부터 원자력선 무츠(Mutsu)를 만들어 1992년 3월부터 1년간 실험항해했다. 소규모 원자로를 장착한 이 배는 공식적으로 ‘원자력의 해양이용방안 연구를 위한 실험선’이었다. 물론 평화적 이용에 해당하는 이 배의 원자로는 IAEA의 감시하에 투명하게 가동됐다. 핵물질 전용이나 핵무장 논란도 크게 불거지지 않았다.

이후 일본은 이 원자력선을 실용화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엄청난 예산을 탕진할 것이 뻔한 이 배를 일본은 왜 만들었던 것일까. 일본은 이 사업을 통해 배에 쓸 수 있는 소형원자로 기술이나 노하우를 습득한 것으로 보인다. 무츠에서의 경험을 통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핵잠수함을 건조·운영할 수 있는 원자력기술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어긋난 야심’이 불러올 타격

일부 원자력 전문가들은 보다 빠른 방법도 있다고 말한다. 원자력을 사용하는 러시아 쇄빙선을 도입해 그 원자로로 대형 컨테이너선을 제작하는 것이다. 러시아 쇄빙선은 고농축우라늄을 사용하므로 이 원자로를 저농축우라늄용으로 개조하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선박용 원자로를 새로 개발하는 것보다는 훨씬 빠를 것이다. 더욱이 이 배는 기존의 컨테이너선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력으로 태평양을 오갈 수 있으므로 수지타산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를 통해 잠수함용 원자로를 위한 실질적인 경험을 얻을 수 있음은 불문가지다.

앞서 설명한 대로 한국의 KAERI도 소형원자로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원자로는 아직까지 한번도 실물이 만들어진 적이 없다. 설계도와 논문 속에 머물고 있는 상태인 것. 한 해군 관계자는 “이번 핵잠수함 논란으로 주변국들이 한국의 관련연구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한다. 외국 정보기관과 전문가들은 이미 ‘삼엄한 경계상태’에 돌입했으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정말 핵잠수함을 원했다면 일본처럼 ‘영리한 우회로’를 택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가 실제로 핵잠수함 보유계획을 검토했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이제 우리의 관련연구 움직임은 둔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애초에 극단적인 상황을 각오하지 안고서는 완성할 수 없는 사업을 두고 일각에서 품었던 ‘어긋난 야심’ 때문에 애꿎은 원자력 연구만 타격을 입게 된 셈이다.

과연 이들 ‘핵잠수함 보유론자’들은 한국의 보유시도가 곧장 핵무장 의혹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충분히 고려했을까. 핵을 제대로 모르는 이들은 쉽게 핵잠수함 보유를 이야기하지만, 핵을 잘 아는 이들은 함부로 입밖에 내는 것조차 꺼린다. 한국 정부와 군, 언론과 군사전문가들은 이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신동아 2004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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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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