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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분석

발등의 불, 쌀 시장 개방 협상

미국과는 ‘한판 붙자’ 그러나 중국만은 속수무책

  • 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발등의 불, 쌀 시장 개방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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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의 불, 쌀 시장 개방 협상

쌀 수입 개방 확대로 인해 고품질쌀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UR 협상의 ‘악몽’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는 이번 쌀 협상에서 DDA 협상을 염두에 두고 가능한 한 많은 양보를 했는데 DDA 협상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타결돼 ‘안 열어도 될 시장을 열어버렸다’는 비난을 뒤집어쓰는 상황일 것이다. 향후 국제 쌀 가격이 어느 정도까지 오를 것을 예상하고 의무수입물량을 늘리는 대신 관세화를 선택했는데 막상 쌀 가격이 오르지 않아 낮은 관세로 수입쌀이 쏟아져 들어오게 되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두 경우 모두 그 책임은 고스란히 협상단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쌀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공무원들 사이에서 ‘결국 이번 쌀 협상은 누군가는 전사(戰死)해야 끝나는 싸움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협상이 어떻게 끝나건 간에 나중에 누군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 오게 되리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농림부 주변에서는 정부가 WTO에 협상 개시를 통보한 직후인 2월 인사에서 이번 협상의 수석대표로 유력하던 국제농업국장을 기획관리실장으로 영전시키면서 신임 국제농업국장에 공무원교육원 파견중이던 윤 모 국장을 임명한 사실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큰 전투를 앞두고 장수를 갈아치운 모양이 된 데다 정부 협상 대표를 누구도 선뜻 맡기 어려워하는 상황이어서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이번 쌀 협상에서 지난번 UR 협상처럼 향후 10년간 관세화와 관련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이 아니라 2006~07년으로 예상되는 DDA 협상 타결시까지 잠정안에만 합의하고 DDA 협상 결과가 나온 뒤 쌀 수출국들과 다시 한번 협상에 나서는 것이 최선이라는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이번에 모든 결론을 다 내려고 하다가는 오히려 자충수를 두게 될지 모른다는 지적인 셈이다.

개방의 폭을 조율할 협상안을 짜는 것이 고차함수에 해당한다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쌀 시장을 노리는 각 이해당사국별 요구수준을 가늠해보는 것은 이보다는 수월한 편이다. 정부는 10개국 정도가 우리나라를 상대로 쌀 협상을 요구해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핵심적 이해관계를 가진 나라는 아무래도 미국 중국 태국 정도.



‘DDA 타결시까지만 합의’ 案도

우선 우리와 같은 시기에 관세화 유예 조치를 받았다가 지난 1999년 자발적으로 관세화를 선택한 일본의 경우를 보자. 관세화 유예기간이던 1999년 4월 관세화로 선회한 일본은 kg당 402엔의 종량세를 부과했는데, 이를 종가세로 환산하면 무려 1200%가 넘는 것이었다. 관세화를 수용해 쌀 시장을 개방하면서도 이렇게 높은 관세를 매겨 자국 쌀 산업을 보호할 수 있었던 비밀은 관세 계산방식에 있었다.

일본의 관세계산 방식

쌀의 관세율을 결정할 때 가장 값싼 태국산 인디카계 쇄미(碎米)와 국내 도매가격 간의 차이를 관세 상당치로 계산해 1200%가 넘는 관세 부과 효과를 얻었던 것. 관세 상당치는 국내 쌀의 도매가격과 수입쌀 간의 가격차를 기준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어떠한 국내외 가격을 사용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일본은 관세 상당치 계산의 기준이 되는 국제가격을 적용하는 쌀을 가장 값이 싸고 식용으로 쓰기 어려운 쇄미(broken rice)로 함으로써 의도적으로 관세 상당치를 높여버린 것이다. 말하자면 관세 상당치 계산방식을 규정해놓은 WTO 협정문상의 허점을 교묘하게 활용해 수입 보호장벽을 마련해놓은 셈.

물론 일본이 이렇게 높은 관세를 부과하자 일본 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협상을 벌여온 호주나 태국 등 수출국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여기서 하나 흥미로운 대목은 정작 최대 쌀 수출국인 미국이 일본의 과도한 관세 부과에 대해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는 점. 지금까지도 국제 쌀 협상의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이 대목에 대해 농업 전문가들은 대부분 ‘미국과 일본 사이에 무언가 이면합의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을 내놓는다. 물론 미국이나 일본 모두 이면합의 사실을 결코 확인해주지는 않고 있다. 이를 인정할 경우 당장 특정한 회원국에 수입 물량을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특혜를 주었다는 이유로 WTO 규정상 최혜국 대우조치(MFN)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최혜국 대우조치란 모든 국가를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WTO의 기본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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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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