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심층 분석

발등의 불, 쌀 시장 개방 협상

미국과는 ‘한판 붙자’ 그러나 중국만은 속수무책

  • 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발등의 불, 쌀 시장 개방 협상

4/6
통상 전문가들이 이런 ‘이면 합의 의혹’을 내놓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일본이 각국으로부터 수입해 들여온 쌀 수입 물량 중 민간 수입에 해당하는 동시매매입찰(SBS)분 중 미국산의 비중은 계속 줄어들었지만 전체 대일 수출 물량은 줄지 않고 계속해서 일정한 선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결국 총 MMA 물량의 20%에 해당하는 민간 수입 물량은 계속 줄어드는데 전체 물량이 줄지 않았다는 것은 국영 무역 부문에서 미국의 대일 수출 물량을 보장해주는 모종의 합의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강한 추측을 낳게 하는 것이다.

물론 시장개방 협상 때마다 한국을 상대로 강력한 통상압력을 행사해온 미국의 쌀 시장 개방 요구는 이번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 특히 1995년 우리가 MMA 방식으로 쌀 시장을 개방한 이후에도 중국 쌀에 밀려 한국 시장을 제대로 뚫지 못한 미국의 불만은 이번 쌀 협상을 통해 크게 불거질 것이다. 우리가 쌀 시장을 개방한 1995년부터 2000년까지 국내에 들어온 쌀은 미국산보다 10% 이상 값싼 중국산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한국이 MMA 방식으로 쌀 시장을 일단 열었지만 미국산 고품질 쌀을 한국 소비자들이 접할 기회 자체가 봉쇄당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고 있다. 주한미국대사관 관계자는 아예 “한국의 시장 개방 방식은 MMA(최소시장 접근방식 : Minimum Market Access)가 아니라 MWA(최소창고 접근방식 : Minimum Warehouse Access)가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수입쌀을 들여와놓고도 시장에 푸는 것이 아니라 창고에 가둬두고 있는 한국측 조치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이런 설명을 덧붙였다.

“만약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쿼터를 주고 수입한 뒤 한국차를 시장에 내놓지 않고 창고에 넣어두었다가 폐차 시점에 가서야 고철로만 활용한다면 한국 정부는 어떻게 하겠는가? WTO의 기본 정신은 시장 접근을 공평하게 허용해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을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불만에 앞서 미국 쌀의 가격 경쟁력이 중국산에 뒤떨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예를 들어 일본 수입쌀 시장만 보더라도 미국산 쌀의 점유율은 1995년 53.4%로 중국산 점유율 22.3%의 두 배를 훨씬 뛰어넘었으나 1998년부터 양국간 점유율이 역전되기 시작해 2003년에는 미국산 쌀의 점유율이 18.2%에 불과, 중국산 점유율 78.8%를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미국, 관세화 고집 안 할 수도

결국 이러한 사실은 아주 중요한 한 가지를 암시한다. 미국이 한국 쌀 시장에 대해 관세화를 통한 개방을 얻어내더라도 중국 쌀에 밀려 실질적 시장 진입이 어렵다면 끝까지 ‘관세화 관철’을 고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통상 전문가들도 미국이 처음에는 ‘예외 없는 관세화’라는 WTO의 원칙을 내세워 관세화 전환을 요구하겠지만 협상이 진행되면서 실익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서면 미국은 우리가 적정 수준의 수출 물량을 보장해줄 경우 관세화 유예 연장도 고려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관세화 유예’를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 정부로서는 ‘호재’임에 틀림이 없다. 통상 전문가들은 이러한 미국의 속셈을 적절히 활용하는 협상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주문하고 있다. 주한미국대사관 농무참사관실 관계자 역시 한국측 전문가들의 이러한 견해에 대해 “흥미로운 지적”이라며 관심을 나타냈다.

중국 분위기는 ‘비타협적’

게다가 이번 쌀 협상에서 한국을 골치아프게 만들 상대국은 미국보다는 오히려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중국 쌀은 이미 UR 협상의 결과로 우리가 사들여오는 의무수입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한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최근 동북3성 지역의 쌀 생산을 크게 늘리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농촌경제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중국내에서 한국 사람들이 먹는 자포니카 쌀을 주로 생산하는 헤이룽장성(黑龍江省), 랴오닝성(遼寧省), 지린성(吉林省) 등 동북3성의 쌀 생산량은 모두 1700만t. 우리나라 전체 소비량의 3배가 넘는 규모이다. 이 중 45~50만t이 수출되고 있는데, 지난해의 경우 우리나라에만 11만t 이상을 수출했다. 특히 중국은 이른바 안남미라고 불리는 인디카 쌀이 아니라 자포니카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이나 일본 시장을 목표로 쌀의 고급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한국 시장에 대한 중국 쌀의 수출 잠재력은 가공할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4/6
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목록 닫기

발등의 불, 쌀 시장 개방 협상

댓글 창 닫기

2022/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