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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민주당 예비선거 돌풍의 주역 존 케리 연구

몽상가인가 현실주의자인가, 집념 강한 ‘두 얼굴의 사나이’

  • 글: 이흥환 미 KISON 연구원 hhlee0317@yahoo.co.kr

美 민주당 예비선거 돌풍의 주역 존 케리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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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통령후보였다가 중도 하차한 조지프 리버만 상원의원은 케리에 대해 ‘애매모호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공화당의 전략가인 리처드 갈렌은 “앨 고어가 민주당 후보로 나왔을 때 실망한 사람들이 이제는 또 다른 앨 고어(케리)가 나타났다고 비웃는다. 왜? 케리도 분명한 메시지가 없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케리의 참모들도 그에게 연설할 때 이리저리 말을 돌리지 말라고 강권하다시피 이야기한다. 정책 현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케리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민주당원 모임에서도 케리는 종종 뒷말을 듣는다. 미국 안보에 대한 선거 공약을 주제로 꺼내놓고는 의료보험에서부터 에너지 독립, 진보적 국제주의, 일자리 창출, 환경 보호 등 그의 평소 주제를 모두 꺼내 주욱 늘어놓곤 하기 때문이다.

실제 그의 연설은 지루하고 장황하다. 한 민주당 전략가는 참모들의 선거 전략 모임에서 참다못해 케리에게 쓴 소리를 했다.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하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는 부시를 꺾지 못한다. 부시는 한 가지 주제에만 매달리는 사람이다. 듣는 사람 귀를 망치로 내리치는 사람이다. 비록 그것이 틀렸다 해도 그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다.” 케리의 대답. “간단명료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지금 똑똑한 민주당원들 앞에서 얘기를 하고 있다.”

공화당도 이런 케리의 약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케리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 한번 붙어볼 만한 상대라고 말한다. 이길 확률이 절반일 때는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선거의 확실한 승리 전략이다. 결국 ‘한번 붙어볼 만한 상대’라는 말은 이길 자신 있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이다.



공화당이 보기에 케리는 딱 떨어지는 맛이 없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그런 평이 나오는 판이다. 케리는 민주당 후보 토론에서도 시원시원한 구석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정책 현안을 거론할 때도 그렇고, 말을 이끌어가는 방식도 그렇다. 오죽하면 대통령선거에 나온 사람이라기보다 상원의원에 한 번 더 당선되려는 사람이 하는 유세 같다는 말까지 나올까.

상대방과 토론을 할 때도 적극 공세형이라기보다 소극 대처형이고, 상대방을 날카롭게 제압하기보다는 감싸 안으면서 넘어가려 들 때가 더 많다.

물론 케리에게는 케리다운 카리스마가 있다. 누가 뭐래도 끝을 볼 사람은 바로 나라는 배짱이 있고, 함부로 대하기 어려운 무게가 느껴진다. 4선 상원의원의 정치 관록이기 이전에 도전과 성취의 삶에서 다져진 자신감이다.

뜻 모를 선거구호 ‘리얼 딜’

그에게는 늘 중복된 이미지가 따라다닌다. 야심과 야망의 정치인으로 몽상가로도 불리지만 한편으로 철저한 현실주의자로 불린다. 그를 오래 지켜본 정치 담당 기자들도 그에 대한 평에서는 상반된다.

‘매끄러운 정치인.’ 좋은 뜻으로만 하는 말은 아닌 듯 싶다. ‘너무 깔끔한 사람’. 점수는 주고 싶은데 너무 후했다가는 뒷소리 들을까 싶어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놓은 평이다. ‘야심가’. 아니라면 대통령선거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기회주의자.’ 워싱턴 정치판 경력 20년이 넘는 사람인데 안 해도 될 소리다.

하지만 기자들이 케리를 향해 정작 던지고 싶은 말은 ‘이 사람은 도대체 누구냐?’라는 의문이다. 케리의 선거 구호 가운데 ‘리얼 딜(Real Deal)’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말로 옮기기가 쉽지 않은데 사실 미국인들도 아직 정확한 의미를 모른다. 선거 분석가들은 “케리의 이 ‘리얼 딜’이 ‘정말(real)’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케리에게 직접 물어보았지만 아직까지 시원한 답을 얻지 못했다”고 푸념을 늘어놓고 있다. “나에 대해 너무 빨리 알려고 하지 말라.” 케리는 이미 대답을 했는지도 모른다.

신동아 2004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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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흥환 미 KISON 연구원 hhlee0317@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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