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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특집|폐허된 정치, 찢겨진 사회…한국은 몇시인가

각계 인사 9인 “난국, 이렇게 풀라”

각계 인사 9인 “난국, 이렇게 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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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 인사  9인 “난국, 이렇게 풀라”

복거일<br>소설가

탄핵소추는 느닷없이 왔다. 아무도, 심지어는 탄핵소추를 추진한 국회의원까지도,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리라고는 믿지 않았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너무나 중대한 일이라, 그것은 누구에게도 마지막까지 고민되는 일이다. 야당 지도자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대통령이 사과하면 탄핵소추를 거두겠다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노 대통령이 텔레비전 앞에 나서 믿기 어려울 만큼 무디어진 정치 감각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탄핵소추안은 실제로 그리 큰 운동량을 지니지 못했다.

그래서 일반 국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인들도 심리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채 탄핵소추를 맞았다. 당사자인 노 대통령도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듯했다. 당연히 국민들은 큰 심리적 충격과 혼란을 겪었다. 게다가 대통령이 탄핵소추를 받은 예가 전혀 없어, 이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는 데 참고할 만한 원칙도 없고 자료도 적다.

이제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은 앞으로 불거질 실제적 문제들에 대한 합리적 대책을 효율적으로 찾아내려 애써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국민들은 감정과 의견을 거칠게 드러내는 일을 자제해야 한다. 느닷없는 탄핵소추 사태를 맞아감정이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조직적 집회와 시위를 통해 극단적 감정과 의견을 거칠게 드러내는 일은 얘기가 다르다. 이 점과 관련해 일부 언론매체들이 드러내놓고 편파적 보도로 국민들의 감정을 부추기는 행태가 걱정스럽다.

탄핵은 권력을 실제로 행사하는 고위 공무원에 대한 견제장치다. 탄핵은 엄청난 권력을 휘두를 뿐 아니라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하는’ 대통령에 대해선 특히 큰 뜻을 지녔다. 따라서 탄핵을 실질적으로 ‘죽은’ 제도로 여기거나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헌정 중단’이라 부르는 일은 정당화될 수 없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므로 남용의 위험도 아주 작다.



그리고 이번 탄핵소추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린 노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판단에 근거해 적법한 절차를 밟아 처리됐다. 아울러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에 관한 사항들을 모두 심판할 터이다. 따라서 국민들이 이번 탄핵소추를 거칠게 비난할 근거는 없다. 열린우리당의 지도자들이 탄핵소추를 ‘쿠데타’라고 부르는 일 또한 정당화될 수 없다. 거듭 강조돼야 할 것은 탄핵소추에 대한 심정적 반응이 무엇이든, 노 대통령을 지지하든 반대하든, 국민들은 국회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탄핵을 즐기는 사람은 없을 터이다. 그것은 아주 거추장스럽고, 분열적이고,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비교적 탄핵이 흔하게 일어나는 미국에선 실제적 해결책이 나왔다. 탄핵안이 가결되어 조사 받게 된 공무원들은 대개 사직하고, 탄핵절차는 사직으로 인해 종결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가결될 경우에 그러한 해결책은 비현실적이고 바람직하지 않을 터이다. 그러나 그러한 해결책을 이용할 수 없다는 사실이 탄핵소추 자체를 비난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당장 중요한 것은 물론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외부의 영향력으로부터 되도록 자유로운 상태에서 심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재 재판관들에게 어떠한 주문도, 선거 전에 판결을 내려달라는 주문까지도 억제돼야 한다.

이번 탄핵소추는 우리 사회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웠다. 그래서 지금 국민들이 가져야 할 가장 큰 덕목은 사회 분위기를 정상에 가깝게 만들려는 노력이다. 그리고 새 내각은 책임감 있는 국민들이 이 덕목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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