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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특집|폐허된 정치, 찢겨진 사회…한국은 몇시인가

각계 인사 9인 “난국, 이렇게 풀라”

각계 인사 9인 “난국, 이렇게 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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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 인사  9인 “난국, 이렇게 풀라”

정갑영<br>연세대 교수·경제학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가결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당연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정책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탄핵정국에 편승한 사회적 혼란과 집단 이기주의까지 가세한다면, 또 한번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사태가 벌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우선 참여정부가 출범한 이후 지난 1년간을 생각해보자. 정책의 혼선과 불확실성으로 경기회복이 지연됐고 여야의 정쟁으로 민생 법안이 제때 처리된 적이 없다. 구조조정과 개혁정책도 정쟁을 일삼는 국회 때문에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사례가 많다. 경제는 중진국 수준으로 발전했지만, 정치는 아직도 1960~70년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단기에 정치개혁이 급속히 이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은가.

왜 그렇게 정치만 후진적일까.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듯 정치인은 항상 정권쟁취만을 위해서 뛰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항상 국가적 이익보다는 자신의 표를 먼저 생각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정치권이 경제에 도움을 주며 국가를 위한 일념으로 활동한다고 믿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탄핵의 심리적 충격은 컸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경제는 안정을 되찾을 것이다. 실제로 탄핵 자체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보다 탄핵 이후의 사회적 갈등과 혼란의 심화, 이념논쟁의 첨예화 등이 더 큰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사회적 혼란만 나타나지 않는다면, 탄핵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탄핵이 경제의 구조적 특성을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국 경제가 선진화되려면 정치적 불안정 속에서도 경제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내각제를 유지하고 있는 선진국들이 잦은 정권교체에도 경제적 번영을 이루는 이유가 어디 있는가. 바로 경제를 정치로부터 분리시켜 독립적으로 운용하기 때문이다. 즉 경제문제를 정치논리로 푸는게 아니라, 정권에 관계없는 전문가가 시장논리로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현재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은 1987년에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사람이다. 정권은 수차례 바뀌었지만, 교수출신의 그린스펀은 올해까지 17년 동안 FRB 의장으로서 미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인물로 건재하다. 그의 전임자인 폴 볼커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써서 레이건 정부와 갈등이 많았다. 청문회에도 불려나가고, 레이건의 질책도 받았지만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미국의 제도가 보장해 준 자신의 권한으로 물가를 잘 관리하여 1990년대의 호황기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경제정책이 선진화되려면 먼저 정치권력이 갖고 있는 경제에 대한 ‘권력 프리미엄’을 대폭 축소시켜야 한다. 정부가 각종 사업에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경제에서는 자연스럽게 정치권력의 경제적 프리미엄이 커진다. 경제가 시장의 자율에 따라 움직이게 해야지, 정부가 개입하여 기업의 운명을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 이런 여건에서는 경제정책이 정치의 종속변수로 전락하고 만다. 경제에 대한 각종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 경제를 정치로부터 분리시켜야 한다. 대통령보다 시장이 더 큰 힘을 갖게 해야 한다.

둘째, 소수여당이 등장해도 일관된 정책을 실시할 수 있도록 정당간, 노사간 대협약이 필요하다. 사회가 다원화될수록 계층간 또는 이해집단간 갈등이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일부 선진국과 같이 경제문제는 누가 정권을 잡아도 일관된 원칙을 적용하고, 시장논리로 정책을 집행할 수 있도록 초당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대통령과 여당은 포용력을 발휘하고 야당은 타협의 정치문화를 정착시켜서, 경제성장을 위한 공동의 목표를 상호협력 속에 추진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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