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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시대 구가하는 한국 영화감독의 힘

  • 글: 장병원 Film2.0 취재팀장 jangping@film2.co.kr

전성시대 구가하는 한국 영화감독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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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시대 구가하는 한국 영화감독의 힘

한국 영화계를 이끈 대표적인 감독들. 왼쪽부터 강제규, 강우석, 임권택, 박찬욱, 류승완, 김기덕.

80년대 뉴 웨이브가 우리 사회의 민감한 정치적 이슈와 연관돼 있었다면 1990년대 뉴 웨이브를 규정하는 핵심은 일상성을 통한 다양화에 있었다. 특히 감독들의 다양한 개성이 나타나고 장르의 다변화가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하지만 이 시기 한국영화계의 가장 큰 변화는 수십 년간 충무로를 이끌던 전통적인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됐다는 점이었다. 여기서 붕괴는 절멸이 아니라 새로운 건설을 위해 필요한 창조적인 파괴를 의미한다.

1990년대에는 영화 자본의 성격, 제작 시스템, 산업의 기반, 관객의 태도 등 영화를 둘러싼 전분야에서 동시다발적이고 총체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문화계의 다른 어떤 분야보다 광범위하고 혁신적으로 일어난 변화 속에서 강우석과 강제규, 홍상수와 김기덕 같은 감독들이 나올 수 있었다.

21세기 한국에서 영화감독들의 위상 변화는 놀랍기만 하다. 대한민국은 영화감독 출신의 문화부 장관이 있으며 영화감독이 스타가 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영화왕국이라는 할리우드에서조차 소수의 스타 감독들만이 대중들의 기억에 남을 뿐 배우들에 비해 감독들의 존재는 미미하다. 최근 한국영화계에는 감독의 이름을 전면에 거는 작품이 많아지고 있다. 스타 감독의 등장은 영화감독에 대한 인식뿐 아니라 감독들 스스로의 태도 또한 바꿔 놓고 있다.

영화산업의 팽창과 다양한 장르의 개발에 따라 생긴 첫 번째 변화는 감독의 역할 모델의 분화(分化)다. 수십 년 전부터 고도의 분업화 시스템이 정착된 할리우드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전성기의 할리우드에는 본영화 상영 전 막간을 이용한 동시상영 시스템이 관례화돼 있었는데, 이 막간용 영화를 책임졌던 B급 영화감독들이 후일 영화 역사가들에 의해 중요한 존재로 재발견되었다. 이처럼 선진화된 영화산업구조를 지닌 나라에서는 기획영화, 작가영화, 예술영화 등 영화의 성격에 따라 감독 및 관련 기능인들이 고루 분포해 있다. 이에 비하면 충무로에서 역할모델의 다양화는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영화에서 기획의 역할이 커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예술가 지상주의가 잔존하고 있다. ‘조폭마누라’(2001) ‘어깨동무’(2004)를 연출한 조진규 감독은 “한국에서는 여전히 모든 감독이 작가가 되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다. 일본에서는 작가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않는다. 심지어 ‘밥 먹고 살 걱정이나 해라. 작가는 쉽게 나오는 게 아니다’라는 말도 들었다. 작가는 수백 명 중 한 명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의 말대로 ‘영화로 밥 먹고 살 걱정을 하는 것’이 진정한 직업감독의 본무(本務)라 할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의 영화감독들은 과도기에 놓여 있다. 예술가로서의 자의식과 직업인으로서의 생존 전략, 비즈니스맨으로서의 야망이 어지러이 섞여 있는 셈이다.



산업적으로 본다면, 상업영화를 만드는 감독과 작가영화를 만드는 감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작가로 인정하는 감독들조차 흥행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산업화는 이런 것이다. 영화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1000만명을 돌파하는 초대박 영화들이 연이어 나오는 것만이 산업화의 징표는 아니다. 존재하는 모든 영화들이 관객과 만날 수 있고, 큰 영화와 작은 영화는 각기 나름대로 생존의 모델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성숙한 영화산업의 모습이다.

2003년 출범한 예술영화관들의 공동배급망인 아트플러스 역시 이런 성숙화를 이루려는 움직임 중 하나다. 아트플러스의 공동배급은 예술영화 및 감독들의 운신의 폭을 넓히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시도다. 이로 인해 과거라면 개봉 자체를 꿈꾸지 못했을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김동원 감독의 ‘송환’(2003)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획영화의 힘

감독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전능한 주체가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감독의 위상이 커질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일까? 소수의 예외적인 감독들을 제외한다면 아무리 뛰어난 감독일지라도 기획과 시스템의 뒷받침 없이는 빛을 발할 수 없다. 거장 임권택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그를 철석같이 믿고 뒷받침해준 제작자 이태원이 있었기 때문이고, ‘공동경비구역 JSA’(2000)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박찬욱 감독의 재능과 함께 당대 최고의 기획력을 지녔다는 명필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1990년대 이후 등장한 소위 기획영화들은 감독에게 천군만마와도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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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병원 Film2.0 취재팀장 jangping@film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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