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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 특집|4·15 여의도 대지진, 그후

‘진보 깃발 휘날리며’ 민주노동당… 창당에서 국회 입성까지

정당명부제, 진보진영의 ‘올인’, 치밀한 전략이 일등공신

  • 글: 박길명 매일노동뉴스 기자 myung6565@naver.com

‘진보 깃발 휘날리며’ 민주노동당… 창당에서 국회 입성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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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4일 오후, 서울 경희대에서는 민노당 비례대표 후보들의 마지막 유세가 열렸다. 제주도 여성농민, 현대미포조선 해고노동자, 여성 소설가 등 그야말로 생활인들이 저마다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섰다. 상대 비방은 없었다. ‘강철 노동자’ 단병호가 나섰다.

“이 자리는 누구를 국회로 보낼 것인가를 논하는 자리가 아니다. 얼마나 더 많이 보낼 것인가를 논하는 자리다.”

비례대표는 전체 당원이 투표로 뽑았다. 여성을 앞세워 1·3·5·7·9 등 홀수는 모두 여성 몫이었고 짝수는 남성 몫이 됐다. 민노당엔 ‘공천’이란 단어가 없다. ‘선출’만 있다. 경선에 깜짝 동원되는 당원도 없다. 민노당 당원이 된다는 건 다른 당과는 그 의미가 다르다. 최소 3개월간 당비를 내야 하고 사실상 9개월 이상 당 활동을 해야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어 3월29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권 대표와 총선 후보 70여명이 총선 출정식을 가졌다. ‘50년 된 삼겹살 불판은 갈아야 한다’는 거침없는 TV토론 발언으로 유명세를 탄 노회찬 선대본부장은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목표로 하겠다”며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슬로건은 ‘야당교체론’ 및 ‘부자에겐 세금을, 서민에겐 복지를’이었다.

이날 일부 여론조사에선 지지도가 8%를 돌파, 전례 없는 ‘도약’을 노린 민노당을 고무시켰다. 전국공무원노조와 전교조 위원장이 논란을 무릅쓰고 민노당 지지선언을 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인권·장애인단체, 환경단체, 민변 소속 일부 인사와 여성계 인사들이 줄줄이 민노당 지지선언을 했다. 진보진영이 총선에 ‘올인’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런 각계의 지지는 전교조와 공무원 노조의 지지선언에 경찰이 이들 단체집행부를 체포하는 등 강도 높은 대응 속에 이뤄진 것이어서 의미가 컸다. 특히 4월7일 ‘영화인 226인’의 민노당 지지선언 기자회견장엔 이례적으로 많은 취재진이 몰려 당의 상승세를 실감케 했다.

이 자리엔 민노당 당원인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 ‘살인의 추억’의 봉준호 감독, 영화배우 오지혜, 문소리 등 영화인 20여명이 함께 자리했다. 이들의 지지선언은 더 이상 ‘비판적 지지’는 없다는 것을 뜻했다.

“우리는 이전 선거에서 수구세력의 재집권을 저지하는 게 최대 과제였다. 따라서 ‘비판적 지지’라는 원치 않는 선택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수구세력에서 합리적 보수까지 그들의 이익을 대변할 세력은 충분하다.”

‘기업 탄핵상황’ 우려하는 재계

4월7일 하루에만 민노당에는 1억원에 이르는 후원금이 들어왔다. 지난해 하루 5000여건이던 홈페이지 접속 횟수도 하루 2만건을 웃돌았다. 관심은 ‘민노당이 총선에서 몇 석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로 모아졌다.

이 무렵 민노당은 각 언론사에 한 장의 공문을 발송했다. “공식 당명이 ‘민주노동당’이므로 ‘민노당’이라는 약칭을 쓰지 말라”는 것이었다. 4월3일 KBS ‘생방송 심야토론’에 출연한 노 회찬 선대본부장은 참석자들이 ‘민노당’이라는 표현을 쓰자 “공식 당명이 민주노동당이므로 ‘허위사실유포죄’에 해당된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이유는 언론노출 빈도가 낮았던 데다 약칭인 ‘민노당’이 많이 알려져 유권자들이 당명을 혼동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정당명부제에 사활을 건 만큼 공식 당명을 알리는 일이 급선무였다.

민노당은 지난 대선 때도 비슷한 고민에 빠졌었다. 권영길 후보가 노무현 이회창 후보에 이은 ‘제3후보’라는 이미지가 강했으나 정작 기호는 4번이었다. 의석수 기호배분 원칙에 따라 현역인 이한동이 기호 3번을 받았기 때문이다. 민노당은 ‘4번 타자 권영길’이라는 슬로건을 급히 개발해야 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당 기호가 12번으로 결정되자, 민노당은 메인 슬로건을 ‘1번과 2번이 망친 나라 12번이 살리겠습니다’로 정했다. 아울러 ‘야당 교체! 진보 야당! 일리(12) 있네’ ‘2012년에 집권할 당 12번 민주노동당’ 등 숫자 12를 넣은 슬로건을 마련하는 등 온갖 아이디어를 짜냈다.

하지만 마냥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선거를 며칠 앞두고 이번엔 기업들이 진보정당의 원내진출로 노사관계가 악화될 것을 우려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논란이 일었다. 총선 후 정치환경에 대한 재계의 우려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전경련이 205개 회원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노동계 정당의 국회진출이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40.8%의 기업이 ‘노사관계 입법이 노동계에 유리해질 것’으로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치투쟁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31.8%나 됐다. ‘노조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돼 노사관계가 안정될 것’이라는 시각은 10.9%에 그쳤다. 이 같은 결과는 민노당이 국회에 진출하면 노동자, 농민, 서민에 반하는 입법에 강력히 맞서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재계는 당초 민노당에 대해 ‘정당투표를 한다 해도 얼마나 의석이 나오겠느냐’며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이 임박하면서 재계 일각에서 ‘기업의 탄핵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등장했다.

재계의 우려는 이유 있는 것일까. 그러나 상당수 학자들은 재계의 우려에 동의하지 않는다. 시장경제학자 서강대 남성일 교수(경제학)의 이야기다. “재계 입장에선 친노조 입법이 강화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 동시에 노조의 사회적 책임이 강화될 것이란 기대도 있을 수 있다. 민노당이 공생 기조에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한다면 재계의 우려는 많이 희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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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길명 매일노동뉴스 기자 myung65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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