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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 특집|4·15 여의도 대지진, 그후

17대 총선의 정치·사회적 의미

2002 대선 완결판, 이념정당 체제 돌입, ‘3김정치’종식

  • 글: 이내영 고려대 교수·정치학 nylee7@hanmail.net

17대 총선의 정치·사회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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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에서는 지난 16대 대선에 이어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간에, 진보적 유권자와 보수 성향의 유권자간에 후보 및 정당 선택에 있어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수도권 대도시의 투표율이 16대 총선 때보다 상승했으며, 처음 실시된 정당투표제의 영향으로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정당을 다르게 선택하는 유권자(split-voter)가 적지 않게 발생하는 등 투표 행태 측면에서 의미 있는 특징이 나타났다.

이념정당체제로 재편 가능성 보여

2002년 대선 정국에서 출현한 세대정치는 이번 총선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젊은 세대일수록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나이 든 세대일수록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던 지난 대선과 마찬가지로, 17대 총선에서도 20, 30대 유권자는 열린우리당을, 50대 이상 유권자는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세대간 정치균열이 현저하게 드러났다.

한편 진보성향의 유권자일수록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고, 보수성향의 유권자일수록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등 정치이념에 따른 균열도 뚜렷하게 나타남으로써 이념정당체제로의 재편 가능성을 확인해 주었다.



정당투표제의 효과도 작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선거구제로 실시된 지역구 선거에서는 2석에 그친 민주노동당이 정당투표제가 실시된 비례대표 선거에서 8석을 확보한 것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는 소선거구제에서는 사표(死票) 방지 심리로 인해 유권자가 당선 가능한 정당의 후보를 선택하지만(전략적 투표: strategic voting) 사표가 발생하지 않는 정당투표제에서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투표(진실한 투표: sincere voting)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을 입증한다.

따라서 대의민주주의에 있어 의회의 대표성과 응답성(responsiveness)의 제고를 위해서도 유권자의 의사가 왜곡되지 않게 전달되는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지역정당체제가 완화되기를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총선에서도 영남과 호남 유권자의 지역주의적 투표 패턴은 여전했다. 영남에서는 한나라당 후보들이 거의 모든 지역구에서 당선된 반면 호남에서는 민주당에서 갈라져 나온 열린우리당 후보들이 석권하는 구도가 재현됐다. 이러한 결과는 지역정당체제 타파와 전국정당화를 주장한 열린우리당의 실험이 절반의 성공밖에 거두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지역주의 청산 메시지 주효

이번 총선의 결과는 열린우리당의 제 1당 부상, 한나라당의 상대적 위축, 민주당과 자민련의 몰락, 민노당의 약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열린우리당의 과반 의석 확보는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단 한번도 한 정당이 독자적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적이 없기 때문에 정치사적 의미가 크다. 이는 3공 이후 지속적으로 보수 세력이 의회권력을 장악해왔는데, 자유주의적 개혁세력이 의회를 장악해 의회권력의 중심이 바뀐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이 제1당으로 부상한 첫째 원인으로는 야당의 무리한 탄핵안 가결과 그 후폭풍을 꼽는다. 이후 야당의 거여견제론과 박근혜 바람, 정동영 의장의 노인 폄훼발언으로 탄핵바람이 수그러드는 추세가 나타났지만 결과적으로는 탄핵이슈가 열린우리당을 살린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둘째, 열린우리당에 대한 젊은 세대의 압도적 지지가 결정적이었다. 세대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세대별 투표성향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면밀히 검토해야 하지만 젊은 세대가 열린우리당을 지지한 것은 분명하다.

이렇게 열린우리당이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은 것은 민주당과의 분당(分黨)이라는 정치적 모험을 감수하고 낡은 정치와 지역주의를 청산하겠다는 메시지가 젊은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제1당에서 2당으로 추락했는데, 불법대선자금 수수로 부패와 수구정당의 이미지가 워낙 강했고, 탄핵역풍이라는 악조건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탄핵역풍 아래서 당을 정비하고 선거막판에 박근혜 효과와 영남 지역주의 결집, 정동영 의장의 노인 폄훼 발언 등 여러 변수의 작용으로 열린우리당과의 격차를 줄이는 데 성공한 것만으로도 선방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거대여당을 견제하기 위한 의석을 달라는 선거전략이 영남권 유권자에게 먹혀들었다고 분석된다.

그러나 한나라당으로선 개헌저지선인 100석을 넘어 목표의석인 121석을 확보했다고 안도하기보다는 왜 제1당의 자리를 빼앗겼는가에 대한 뼈아픈 자성과 환골탈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동안 한나라당이 거대야당으로서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노무현 정부에 대한 발목잡기와 반사이익에 기대는 행태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 탄핵가결이라는 파국에 이른 원인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이번 총선에서 표출된 민의(民意)를 겸허하게 수렴하고 당내 민주화에도 박차를 가해 건전한 보수정당으로서 이념적 정체성을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과거지향적이고 부패한 수구정당의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한 진정한 개혁과 변신에 성공하지 못하면 한나라당의 미래는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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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내영 고려대 교수·정치학 nylee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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