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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대 국회 4년 결산과 평가

독립성·자율성은 신장, 갈등은 중첩

  • 글: 박재창 숙명여대 교수·의회행정학

제16대 국회 4년 결산과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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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대 국회 4년 결산과 평가

개원한 지 두 달도 채 안 된 2000년 7월24일, 국회 운영위에서 날치기 파동이 빚어지면서 의원들이 의사봉을 놓고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는 결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6대 국회는 조기결산심사제도를 도입해 결산에 대한 국회의 심의가 정기국회 전까지 완료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정기국회가 개회되는 시점인 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에 결산서를 국회에 제출하도록 했기 때문에 국회로서는 방대한 결산서를 제대로 심사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결산 심사가 졸속으로 처리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결산서 심사와 예산안 심의가 거의 같은 시기에 진행됨으로써 결산의 결과를 예산안 심의에 반영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조기결산심사제도가 도입돼 감사원의 감사를 거친 결산과 기금결산을 회계연도마다 매년 5월31일까지 제출토록 정부에 요구하고, 결산에 대한 국회의 심의를 정기국회 전까지 완료하도록 함으로써 결산의 결과를 예산안 심의에 반영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 제도는 2004년도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이런 법률적 토대가 16대 국회에서 마련됐다는 점에서 16대 국회의 예·결산에 대한 인식의 정도와 나아가서는 대행정부 통제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게 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16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예·결산 지원업무 전담 기구가 설립됐다는 점이다. 국회는 예산정책처를 신설하고 이를 통해 법률안 비용추계, 예산결산의 분석과 지원, 경제동향 측정과 전망, 주요사업의 진단과 평가를 수행해나가기로 했다. 지금까지 국회는 국회 전속의 독자적인 예결산 관련 정보수집 및 평가 장치가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행정부의 예산안 편성 의도나 결산서 작성 지침의 범위를 벗어나 독자적으로 예산안이나 결산안을 심의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예산정책처가 설립돼 앞으로는 예·결산과 관련해 행정부 의존적인 심사양식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게 된 것이다. 사업평가나 법률안 비용추계 등도 국회의 입법능력을 질적으로 신장시켜주는 것은 물론이고 국회의 대행정부 독립성과 기관 독자성을 높이는 일에 기여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같은 맥락에서 16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감사원에 대한 감사청구제도도 국회의 대행정부 통제력을 강화하는 장치다. 이 제도로 인해 국회는 감사원이 감사원법에 의해 수행하는 통상적인 감사행위 중 사안을 특정해 감사를 주문하고 그 결과를 보고받게 됨으로써, 보다 객관적이고 실효성 있는 감사관련 정보를 획득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국회가 감사원을 통해 간접 감사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일 뿐만 아니라 그 결과를 토대로 국회의 대행정부 통제활동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의 기관 독자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 틀림없다. 국회가 이런 권한을 추가했다는 사실 자체가 간접 통제효과를 동반하는 것도 물론이다.

또 과거의 국회와 크게 달라진 점을 찾자면 물리적 충돌이나 대치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상대당을 겨냥한 의원들의 이벤트성 집회나 시위는 여전했지만 최소한 물리적 강제력을 통해 위법한 양식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날치기 사태는 크게 줄어들었다.



3김 시대의 종언과 함께 정당 내부의 권력구조도 과거와 달리 크게 수평화됐다. 이러한 변화는 정당 내부 의사결정권의 중추가 다핵화 하는 결과를 낳았다. 자연 다양한 의사결정의 주체들이 서로 접촉하는 가운데 대화의 통로가 확장됐고, 정당 내부의 경직된 의사결정구조도 완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정파싸움에 놀아난 국회

이런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16대 국회가 악화시킨 것으로 평가되는 문제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국회가 정당으로부터 독립하는 일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정파간의 대립과 갈등이 그대로 국회에 전이되면서 국회 본연의 업무보다는 당리당략적인 차원의 과제 수행에 우선적인 목표를 두게 됐다. 당파간의 첨예한 대립이 국회의 운영양식을 왜곡하는 일도 일상화됐고 원 구성조차 정파간의 이해관계 대립으로 제때 이루어지지 못했다. 전반기 국회가 2000년 6월2일, 후반기 국회가 2002년 7월8일에 구성됨으로써 임기 개시일을 길게는 한 달 이상 넘기는 사태를 빚기도 했던 것.

전반기 국회가 제15대 대통령선거의 유재 청산에 발목을 잡혀 안풍, 병풍, 세풍 등으로 정파간 갈등의 파장을 높였는가 하면, 후반기 국회에서는 제16대 대통령선거와 관련한 불법대선자금, 불법경선자금, 각종 대가성 금품 수수 등의 비리 혐의로 국회의원이 체포되거나 체포동의안이 제출되는 사례가 속출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각종 비리나 부정사건에 연루된 국회의원을 보호하려는 정당 수뇌부의 욕심이 국회 소집을 남발케 했다. 소위 방탄 국회의 상시화 현상이 자리잡게 된 것이다.

여하튼 국회의 개회 일수는 크게 늘어나 거의 상설화되다시피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정작 정책과제를 다루는 회의 일수는 그에 비례해 증가하지 못했다. 정당법, 선거법, 정치자금법 등의 개정 문제가 정치개혁 차원에서 주문된 지 오래지만 정파간의 이해관계 대립으로 인해 임기 말에야 이를 다루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를 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정개특위는 소속 정당의 당파적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위원들간 입장 차이로 인해 4차례나 활동시한을 넘기고서야 겨우 개혁안을 마련할 수 있었다. 특히 국회의원 정수와 선거구 획정 문제는 17대 국회의원 선거일을 한 달여 앞두고서야 가까스로 합의를 이뤄냈다. 예산안 심의에 있어서도 당파간 이견 조정의 실패는 여전했다.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2002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예산안 심의가 법정시한을 넘기고서야 겨우 처리되는 사태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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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재창 숙명여대 교수·의회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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