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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은 MD 구축 최대 명분… 부시는 ‘악수’를 원치 않는다

美 대선과 MD, 그리고 한국의 딜레마

  • 글: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civil@peacekorea.org

北은 MD 구축 최대 명분… 부시는 ‘악수’를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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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이 NMD를 취소하지 않고 유보하기로 한 것은 대선을 앞두고 이를 취소하면 부시 진영으로부터 안보공세에 직면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어쨌든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촉진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미국 매파의 오랜 꿈인 NMD를 ‘일단’ 요격한 것이다. 그리고 2000년 대선의 최대쟁점 중 하나가 될 것이 확실했던 NMD 문제는 클린턴 대통령의 ‘유보’라는 모호한 발표를 통해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되었다.

그러나 공화당을 비롯한 미국 내 강경파들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눈앞에 다가온 ‘스타워즈’의 꿈을 클린턴의 평양행 비행기와 함께 날려보낼 수 없었던 것이다. 강경파들은 부시의 당선을 계기로 다시 힘을 얻기 시작했고 앞서 인용한 올브라이트 전 장관의 설명대로 클린턴의 방북을 가로막았다. 그리고는 ‘ABC(Anything But Clinton)’라는 표현이 말해주듯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사실상 전면폐기했다.

그로부터 4년 가까이 지난 지금 2000년의 상황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음은 우연이 아니다. 북미관계와 MD, 미국 대선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대단히 복잡한 함수관계를 형성하면서 흥미로운 구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출범과 함께 ‘북한 위협론’을 앞세워 재미를 본 부시 행정부는 대선을 한달 앞두고 ‘마지막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비등하는 국내 반대여론과는 상관없이, 2004년 9월30일까지 알래스카에 있는 포트 그릴리에 6기, 캘리포니아의 반덴버그 공군기지에 4기의 요격미사일을 배치해 10월1일부터 작전에 들어간다는 진행일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예정대로 ICBM을 요격할 수 있는 MD가 배치될 경우 부시 행정부는 ‘이제 미국 본토는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안전해지게 됐다’며 이를 대선 유세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부시 행정부가 핵문제 해결을 비롯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꺼리는 것에는 MD 구축의 명분을 놓치지 않으려는 계산도 들어 있다’는 주장에 대해 적지않은 이들은 ‘음모론에 불과하다’며 일축한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출범 이후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을 보면 문제는 그리 간단치가 않다.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가장 먼저 취한 조치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언급한 “대북 협상의 유망한 요소”를 완전히 무시하고 북한 위협론을 전면에 내세우며 MD 구축을 선언하는 일이었다.



그런가 하면 2001년 3월 DJ의 방미를 앞두고서는 “한국이 MD 참여를 약속하고 오면 한미정상회담은 분위기가 좋을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대량살상무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던 9·11 테러를 ‘대량살상무기 위협 극대화’의 명분으로 활용했고, 그 가장 큰 본보기를 북한으로 들면서 이라크, 이란과 함께 ‘악의 축’이라고 규정했다.

北核 앞세워 동맹국 참여 유도

2002년 10월 이른바 ‘북핵 파문’이 불거진 이후 부시 행정부는 이를 MD구축 강화 및 동맹국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근거로 적극 활용해왔다. ‘동맹의 현대화’를 앞세워 노무현 정부에게 MD 참여를 종용하는 한편 2003년 8월에는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를 주한미군 기지에 배치했다. 또한 일본의 MD 정책도 미국과의 공동연구개발에서 16기의 PAC-3와 이지스함에 장착할 수 있는 스탠더드미사일-3(SM-3) 등 미국제 무기를 직구매해 2007년까지 배치하는 것으로 바꾸어놓았다. 호주도 MD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북핵을 앞세워 동맹국들의 참여를 이끌어내 막대한 양의 자국 무기도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 입장에서 볼 때 이미 상황이 완료된 것은 아니다. 실전배치에 들어간 PAC-3나 탄도미사일 궤도를 추적할 수 있는 이지스함으로는 미국 본토를 방어할 수 없고, 이에 따라 미국민에게 미치는 정치적 효과도 그리 크지 않은 까닭이다.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ICBM 요격이 가능하다는 지상요격체제(GMD)를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 배치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아직 실험일정도 채우지 못한 지상요격체제를 예정대로 배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에 걸맞은 ‘위협’이 계속 존재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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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civil@peace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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