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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

SK텔레콤 최연소 상무 윤송이 박사

“과학 밝히는 작은 호롱불 되고 싶다”

  • 글: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SK텔레콤 최연소 상무 윤송이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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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최연소 상무 윤송이 박사

인터뷰중인 윤송이 박사.

양명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방 책장에 비커 플라스크 같은 실험도구를 갖춰놓았다. 어머니와 함께 의료기기 상점에 들러 실험도구를 사들였다. 염산은 소량으론 팔지 않기 때문에 조금씩 얻어와야 했다.

5학년 때는 서울시 과학전람회에 식물의 광합성 작용에 관한 통계적 분석을 출품해 대상을 받았다. 창경궁 옆 서울과학관에서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그녀는 과학전람회에 출품할 실험을 디자인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과학적 소양을 갖추어갔다.

6학년 때는 무당벌레에 관한 연구로 금상을 받았다. 무당벌레 중에는 진딧물을 잡아먹는 육식 무당벌레와 가지 잎, 감자 잎을 먹는 초식 무당벌레가 있다. 그녀는 무당벌레의 식습관이 타고난 것인지, 아니면 후천적으로 습득된 것인지를 실험으로 밝혀냈다. 무당벌레 알이 깨어난 뒤 육식 무당벌레 새끼에겐 가지 잎을 주고, 초식 무당벌레 새끼에겐 진딧물을 주었다. 모두 먹이를 먹지 않고 굶어죽어 무당벌레의 식습관이 유전과 관련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녀는 특별히 영재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좋은 선생님을 만나 지도받고 과학전람회에 참여한 것이 오늘을 있게 한 밑받침이 됐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때 과학을 가르쳐준 선생님이 누구입니까.

“안성진 선생님이에요. 과학전람회 출품도 권유하시고, 다른 학생들이 하지 않더라도 소신을 갖고 관심 있는 새로운 일에 계속 도전하라며 용기를 주셨습니다.”



양명초등학교를 1등으로 졸업하고 영일여중에 수석합격했다. 천재소녀란 별명이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중학교 때는 물상 담당 이정민 교사가 관심을 갖고 지도해주었다.

“내가 수업시간에 이상한 질문을 많이 했어요. 그럴 때면 이 선생님이 이러이러한 책을 한번 읽어보고 나서 방과 후에 다시 얘기해보자고 하셨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교실 안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선생님이 도와주신 거죠. ‘너 영재야’ 하고 모아놓고 가르치는 게 아니라 개개인의 관심에 맞게 자연스럽게 해주는 편이 도리어 도움이 됐습니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주고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깊은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신 선생님들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인 거죠. 그 선생님은 어떤 지식을 주었다기보다는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때는 인터넷이 없었으니까, 도서관이나 대형서점에 가서 어떤 책을 찾아서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알려주셨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주말마다 교보문고에 가서 책을 뒤졌습니다.”

길눈 어두운 ‘과기대의 전설’

영일여중을 수석졸업하고 서울과학고에 진학했다. 과학고에 들어가면서 그녀의 탐구활동은 날개를 달았다.

“중학교에서는 학생마다 소질과 관심이 다 다르잖아요. 과학고에서는 저와 궁금해하는 대목이 일치하는 애들이 많았어요. 그런 점이 참 좋았죠. 말이 잘 통하지요. 이거 한번 해보자 하면 함께 탐구하는 분위기였죠. 우리가 영재라고 생각해본 적은 별로 없지만 같이 실험해볼 수 있는 동료들이 한꺼번에 생겨 너무 좋았어요. 그런 면에서 과학고는 아주 훌륭한 교육기관입니다.”

그녀가 미국 MIT에서 공부할 때 SBS에서 ‘카이스트’란 드라마를 방영했다. 작가가 대전 과기대에 내려와 학생들을 인터뷰하며 소재를 취재했다. 과기대에서 윤 박사는 전설로 남아 있었다. ‘카이스트’에서 주인공 혜성(이나영 분)이 윤 박사의 전설을 재현했다. 윤송이 학생은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으려다 불현듯 실험문제의 해답 아이디어가 떠오르자 식판을 놓고 실험실로 가버렸다. 함께 밥을 먹으려던 학우들은 황당했다. 드라마에서는 조금 과장되게 윤송이 학생이 식판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연출했다.

그녀는 길눈이 어두워 지도를 그려 그것을 보면서 강의동과 기숙사를 찾아다녔다. 동네에는 간판이 있어 길 찾기가 쉬웠지만 대학교엔 간판 없는 건물들만 있었다. 나무 몇 개 지나 오른쪽으로 가면 무슨 수업하는 데가 있고…. 이런 식으로 지도를 그려 한달 동안 갖고 다녔다. 목동 뒷산에서처럼. 드라마 ‘카이스트’에선 항상 길을 못 찾고 헤매다 어리뜩하게 웃는 학생으로 묘사됐다.

-자신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보며 기분이 어땠나요.

“그냥 재미있었어요. 그 드라마에서 이 사람이 누구라고 지칭한 건 아닙니다. 어떤 개인의 삶을 극화한 게 아니고 학교 분위기를 묘사하면서 몇 가지 에피소드를 빌려간 거죠. 특별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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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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