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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지성의 허브’ 바이마르

포도줏빛 고전주의 빚어낸 괴테 문학의 산실

  • 글: 권삼윤 문명비평가 tumida@hanmail.net

‘독일 지성의 허브’ 바이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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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지성의 허브’ 바이마르

괴테를 내세워 자기네 가게로 손님을 이끄는 레스토랑 간판.

방마다 뚫린 창문으로는 꽃들이 만발한 뒤뜰이 내려다 보였다. 그곳엔 “동양에서 건너온 은행나무가 나의 뜰에 자리잡으니/ 비밀스런 뜻 담겨 있는 잎새가/ 지혜로운 사람을 기쁘게 하누나”라고 읊었던 은행나무와 장미 등이 자라고 있다.

괴테의 정신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서재 겸 침실은 작지만 녹색으로 꾸며져 무척 아름다웠다. 그가 60년을 끌어오던 대작 ‘파우스트’를 완성한 곳이자 폐렴으로 고생하다 “더 많은 빛을!”이란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둔 곳이다. 어둠 속에서 구원의 밝은 빛을 갈구한 괴테를 떠올리니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책상 위에는 깃털 달린 펜과 약장처럼 생긴 메모함, 그리고 찻잔과 시계, 지구의 등이 놓여 있었다. 그러나 책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괴테는 6000권의 책이 보관된 서고를 옆방에 따로 가졌던 데다 필요할 때는 10만권의 장서를 소장하고 있는 ‘안나 아말리아 도서관’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는 도서관장도 겸하고 있었다.

책상 뒤로 그가 단신이었음을 짐작케 하는 작고 초라한 침대가 보였다. 거기에선 장관의 지위에 오른 자의 위엄이나 문학적 성공을 거둔 자의 흔적 같은 것은 찾을 수 없었다. 정신을 다듬는 문인으로 일생을 산 사람임을 보여줄 뿐이었다.

괴테의 여인들



괴테의 곁에는 늘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파트너가 바뀌긴 했지만. 물론 그 선택권은 어디까지나 괴테의 몫이었다. 그를 서정시인으로 만든 슈트라스부르크의 프리데리케로부터 계산하면 모두 9명에 이른다.

약혼까지 했으나 결혼에는 성공하지 못한 16살의 아름다운 처녀 릴르, 릴르와 헤어진 다음 바이마르를 찾았다가 만난 슈타인 부인, 그녀와 10년을 사귀다 이탈리아 여행을 떠난 그가 바이마르로 돌아온 뒤 만나 결혼에 이른 크리스티아네, 예나라는 곳에 들렸다 알게 돼 불 같은 사랑을 나눈 민나, 프랑크푸르트의 마리안네, 70대의 노년에 만나 마지막 불꽃을 태운 19세 소녀 올리나에 등이 그들이다.

괴테는 사랑을 나눈 여인들로부터 느낀 감정을 그때마다 각기 다른 분위기와 형식의 작품들로 내놓았다. 20세기 천재화가 피카소가 그랬던 것처럼. 괴테는 이처럼 여인들을 사랑했고, 자연에 심취했으며, 인생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했다. 그는 한마디로 말해 자신과 세계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생의 탐구자였다.

‘독일 지성의 허브’ 바이마르

맑은 강과 파란 잔디, 키 큰 수목들로 이루어진 일름 공원은 바이마르 시민들의 편안한 휴식처다.

그가 오랜 세월을 보낸 바이마르에 직접 와서 보니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은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일름(Ilm) 공원(일명 괴테 공원)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 동쪽으로 흐르는 일름 강(강이라기보다는 개울에 가깝다)을 끼고 잔디와 무성한 잎을 자랑하는 키 큰 수목들이 모든 것을 파랗게 물들이는 그곳을 거닐며 그는 자연의 의미를 깨달았고, 여인들과 사랑을 속삭였으며, 깊은 사색에 빠지기도 했을 것 같아서다.

독일은 숲(Wald)의 나라다. 곧게 자란 수목들, 산은 그들 덕분에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다. 그 속을 거닐다 보면 미국 가수 존 바에즈의 ‘솔밭 사이로 강물은 흐르고’란 곡조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숲속을 흐르는 개울은 너무나 맑고 깨끗하다. 인공이 가해진 흔적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나 오염을 낳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상쾌한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며 일름 공원을 한바퀴 걸었다. 생전의 괴테를 떠올리면서. 그러자 그가 자연을 예찬한 시가 생각났다. “자연은 어쩌면 저렇게도 화려하고 나를 향하여 빛나는 것일까! 태양은 저렇게 번쩍이고 풀밭은 저렇게 다정한 것일까!”

그곳에 머문 2시간 동안 안내인에 이끌린 독일 단체관광객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으로 보아 공원 역시 관광코스의 하나인 것 같았다. 그 한쪽에는 괴테가 사색을 즐겼다는 2층 구조의 작은 산장도 있었다. 괴테는 그곳에서 그의 유일한 법적 부인인 크리스티아네와 1년 동안 동거하며 자연을 노래한 시를 지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모르긴 해도 그는 진정 뜨겁게 사랑했던 7살 연상의 샤롯테 폰 슈타인(1742∼1827) 부인과도 이 공원을 자주 거닐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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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권삼윤 문명비평가 tumi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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