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호

역사가 새겨진 나무 이야기 외

  • 담당: 김현미 기자

    입력2004-04-30 1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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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가 새겨진 나무 이야기 외
    역사가 새겨진 나무 이야기 박상진 지음신라 천년의 신비가 담긴 천마도는 천연방부제와 방수효과를 지닌 거제수나무와 사스레나무 껍질로 만든 캔버스 위에 그려졌다(자작나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백제 무령왕릉에서 나온 목관재료인 금송(일본인들이 자기네 나라에만 있다고 자랑하던 나무), 해인사 팔만대장경판의 주재료인 산벚나무와 돌배나무, 박치기의 명수가 된 거북선의 비밀 등 나무 문화재는 우리 역사의 비밀을 기록한 하드디스크다. 목재조직학을 전공한 저자는 손톱만한, 때로는 썩어서 형체조차 가늠하기 힘든 옛 나뭇조각에서 역사를 읽어낸다. 신화와 옛 그림 속에 나타난 나무의 정체를 밝히는 작업은 과학과 인문학 지식을 총동원한 역사 다큐멘터리다. 김영사/265쪽/1만3900원

    시장인가? 정부인가? 김승욱 외 지음 우리 경제를 ‘보이지 않는 손’에 맡길 것인가, 아니면 불공정한 사항을 바로잡도록 정부(보이는 손)의 개입을 허용할 것인가. 경제관이 서로 다른 4명의 전문가가 경제문제와 처방을 비교·검토한 이 책은 한 가지 답을 구하는 게 아니라 경제문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있는 그대로 펼쳐 보이고 저자들이 ‘설전’을 벌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빈부격차는 개인의 문제인가 제도의 모순인가, 시장의 자기치유능력은 믿을 만한가, 경제성장은 정부 주도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가, 노사관계에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가, 부동산은 투기인가 투자인가 등의 문제들을 통해 경제가 얼마나 복잡한 현실을 반영하는지 알 수 있다. 부키/356쪽/1만2000원

    미궁에 빠진 세계사의 음모론 데이비드 사우스웰 지음/이종인 옮김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스필버그 감독의 10부작 ‘테이큰’은 1947년 로즈웰 UFO추락사건을 시작으로 50년에 걸친 인간과 우주인의 만남을 다룬다. 비행접시가 아니라 기상관측용 기구라는 미국 정부의 공식 해명에도 지금껏 외계인에 대한 소문이 끊이지 않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 책은 로즈웰 사건을 비롯해 세계적인 음모론 100가지를 백과사전 식으로 정리했다. 케네디·다이애나 왕세자비 등 유명인의 의문사, 끊임없이 영화로 만들어진 러시아 로마노프 왕가의 비극적 종말 그리고 사라진 성배, 지구에 내부 세계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 비밀결사, 테크놀로지의 비밀 등 음모론의 세계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인간과 과학의 한계를 보여준다. 이마고/588쪽/1만8000원

    이정 박헌영 일대기 임경석 지음남한에서는 빨갱이란 이유로, 북한에서는 종파분자라는 이유로 잊혀진 박헌영의 일대기가 집필 10여년 만에 완성됐다. 저자는 초고를 완성한 후 모스크바에서 1960~70년대 작성된 박헌영 관련 기록을 살피면서 원고를 대폭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지금까지의 한국 좌파운동이나 박헌영에 대한 평가가 일제 경찰과 미군정의 자료에만 의존했다는 비판에서 출발해 한국 근대 좌파운동과 사상이 우리에게 남긴 것이 무엇인지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저자는 박헌영의 딸(박비비안나)이 소장하고 있는 아버지의 편지와 학습문건 등과 북한, 러시아에 남아 있는 다양한 자료를 발굴해 이 일대기를 정리했다. 역사비평사/560쪽/2만원

    미쳐야 미친다 정민 지음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이 말을 화두 삼아 조선 지식인의 내면을 파고든다. 한 시대를 열광케 한 지적, 예술적 성취에는 스스로도 제어하지 못하는 광기와 열정이 깔려 있다. 특히 18세기 지식인을 ‘벽(癖)’이란 코드로 읽어낸 것이 흥미롭다. 꽃에 미친 김덕형, 장황(표구)에 고질이 든 방효량, 돌만 보면 벼루를 깎아 스스로 석치(石癡)라 했던 정철조, ‘백이전’을 13만3000번 읽은 독서광 김득신. 저자는 옛 문집에 실려 있는 이들에 대한 토막글을 모아서, 한 시대 정신사와 예술사의 발흥 뒤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어느 한 분야에 이유 없이 미친 마니아 집단이 존재했음을 되새기게 한다. 푸른역사/336쪽/1만1900원



    예수의 생애 마크 털리 지음/윤희기 옮김원제는 ‘lives of Jesus’, 문자 그대로 옮기면 ‘예수의 생애들’로 복수가 된다. 예수의 생애를 놓고 어디까지가 역사적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신화인지에 대해 역사학자와 신학자 사이에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신약에서 예수의 말씀이라고 알려진 것 중 실제 예수의 말씀은 4분의 1밖에 안 된다는 견해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 반면 이런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역사적 예수를 찾으려는 시도 자체를 부정하고 성경을 문자 그대로 따르려는 성경 직역주의(直譯主義) 또한 만만치 않은 힘을 얻고 있다. 신성에 대한 믿음과 역사적 사실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1996년 제작된 BBC 다큐멘터리 원고다. 문학동네/256쪽/2만원

    역사가 새겨진 나무 이야기 외
    세계의 환경도시를 가다 이노우에 토시히코·스다 아키히사 엮음/유영초 옮김인구 15만명의 채터누가(미국 동남부 테네시강 유역)는 아침마다 찾아오는 왜가리떼를 보며 강 낚시를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도시다. 그러나 1969년만 해도 채터누가는 테네시 강변의 공장들이 뿜어내는 유해물질로 ‘미국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심한 거리’로 뽑힐 만큼 공해에 시달리던 곳이었다. 어떻게 변신에 성공했을까. 미국 채터누가, 독일 슈투트가르트, 일본 미나마타 등 대표적인 공해도시에서 환경도시로 탈바꿈한 도시들의 환경정책을 분석하고, 브라질 쿠리티바, 스웨덴 예테보리, 독일 에케른푀르데와 함 등 널리 알려진 환경도시의 도시계획을 소개했다. 사계절/237쪽/9800원

    제국의 슬픔 찰머스 존슨 지음미국이 제국주의 국가라는 사실은 미국인만 모르고 있는 진실이다. 여기서 제국은 해외식민지를 정복하고 착취하는 대신 군사기지를 해외의 전략적 요지에 진출시켜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는 새로운 유형의 제국. 9·11테러 이후 미국을 겨냥한 테러가 끊이지 않는 데도 미국인들은 이를 부유한 초강대국에 대한 ‘시샘’으로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저자는 9·11테러 이후 미국이 공화국에서 제국으로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고 있다고 말한다. 선제공격을 주장하는 행정부의 전쟁광들이 국제법이나 동맹국과의 관계를 무시하면서 군사력을 행사하고, 언론통제와 기만적인 대국민 선전 및 의회의 무력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미국을 붕괴로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삼우반/472쪽/2만원

    침팬지 폴리틱스 프란스 드 발 지음/황상익·장대익 옮김동물원의 침팬지를 보면서 친근함과 동시에 불안함을 느끼는 것은 인간과 너무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동물행동학자 프란스 드 발은 네덜란드 아넴 부르거스 동물원의 야외사육장에서 침팬지 무리를 관찰하며 이 사실을 확인했다. 오랫동안 집단의 1인자로 군림해온 침팬지 이에론이 젊은 수컷 루이트에게 권좌를 내주는 과정, 사교적인 성격으로 세대교체에 성공하는 루이트, 다시 루이트를 추격하는 전투적 성격의 수컷 니키, 무리 안의 갈등과 긴장이 극에 달할 때마다 현명하게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 마마를 중심으로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침팬지 무리를 관찰하다 보면 인간과 침팬지의 공통점을 어렵잖게 찾아낼 수 있다. 차이가 있다면 ‘드러내지 않음’과 ‘드러냄’이라는 것. 바다출판사/304쪽/1만8000원

    이 고기는 먹지 마라 프레데릭 J. 시문스 지음/김병화 옮김마사이족 전사는 고기와 우유, 피를 가장 이상적인 식사라고 생각하지만 결코 고기와 우유를 같이 먹지 않는다. 에스키모는 해산물과 육지에서 난 재료를 섞지 않는다. 브라질 남빔콰라 인디언들은 오로지 애완목적으로 동물을 기를 뿐 먹지 않는다. 심지어 달걀조차 먹지 않는다. 무슬림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이집트에서는 돼지와 닿으면 무조건 오염된 것으로 여긴다. 저자는 육식 터부에는 이처럼 경제 환경 종교 관습 신분제도 전통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있으며, 결국 제례적 순수성과 건강 및 행복의 유지라는 주제가 식습관의 근저에 깔려 있다고 말한다. 돌베개/660쪽/2만8000원

    피상성 예찬 벨렘 플루서 지음/김성재 옮김1940년대 유대인 박해를 피해 브라질로 이주했던 저자는 1970년대 초까지 저널리스트 겸 커뮤니케이션 학자로 활약하다 유럽으로 돌아가 ‘디지털 사상가’로 명성을 날렸다. 이 책은 그가 1991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나온 유고집. 디지털 매체, 디지털 사고의 역사적·철학적 배경과 본질에 대한 본격적인 탐구서다. 오늘날 디지털 인간이 탄생하기까지 일어난 현상을 인간이 ‘실제’를 잃어온 인위적 과정으로 파악하며, 시공간으로 이루어진 실제가 추상되는 게임에서 다양한 ‘비실제적’ 세계들이 창조된다고 설명한다. 추상게임은 상상된 상태, 곧 ‘있는 그대로의 그러함’을 상상력을 통해 ‘존재해야 함’으로 바꾸는 인간의 인위적인 시술이다. 커뮤니케이션북스/370쪽/2만원

    단재 신채호의 천고 최광식 역주1921년 단재 신채호 선생이 베이징에서 발행했던 잡지 ‘천고(天鼓)’ 1·2권에 대한 역주와 해제를 포함한 책이다. ‘천고’에는 단재의 한국 고대사 관련 연구가 실려 있으며 독립운동 관련 자료도 풍부해 사료로서의 가치가 높으나 중국이 소장하고 있어 접근이 자유롭지 못하다. 저자는 베이징대 초빙교수 시절 ‘천고’의 존재를 확인하고 일부자료를 입수해 역주를 달았다. ‘천고’ 1권에는 ‘대조선 군정서가 왜병을 대파한 축사’ ‘조선독립운동과 동양평화’ ‘왜의 소위 친선이란 무엇인가’ ‘일본제국주의의 말운이 이르렀다’ ‘천고와 신년’ ‘고고편’ 등 단재가 직접 쓴 20편의 논설이, 2권에는 ‘한민족과 한족이 더욱 가까워져야 한다’ ‘고조선의 사회주의’ 등 11편의 논설이 수록돼 있다. 아연/382쪽/1만3000원

    역사가 새겨진 나무 이야기 외
    문익환 평전 김형수 지음“나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는 예수의 말씀을 실천하며 우리에게 민족통일의 꿈을 키워준 문익환 목사. 1976년 ‘3·1민주구국선언’으로 역사의 무대에 등장한 이래 1994년 77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한국 민주화운동의 중심에 섰던 그의 일생을 방대한 자료와 대담, 풍부한 현지답사를 통해 복원했다. 만주에서의 유소년기, 일본과 미국에서 보낸 청년기, 장년 이후 남한에서의 삶 등 그의 활동무대는 매우 넓었다.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한국인 누구나 읽을 수 있는 한글성서번역작업에 매달리던 시기, 전태일과 장준하의 죽음 이후 민주화운동에 투신한 시기, 그리고 좌도 우도 함께 가는 통일운동의 시기로 정리돼 있다. 실천문학사/840쪽/1만8000원

    한국노동운동사 강만길 외 지음개항을 한국 근대화의 시발점으로 본다면 노동운동의 역사는 120여년에 이른다. 이 시기 노동운동을 6기로 나누어 한국노동운동사를 정리했다. 강만길·최윤호·박은숙·곽건홍·하원호가 공동집필한 1권에서는 조선후기부터 1919년까지 노동자층의 형성 과정과 노동운동의 기원에 대해 살펴보았다. 2권 김경일의 ‘일제하 노동운동’은 1920~45년을 정리해 특히 3·1운동 이후 파업을 주도하면서 투쟁경험을 쌓아 1920년대 노동자조직이 급속히 발전하고 민족해방운동으로까지 이어졌음을 밝혔다. 먼저 출간된 1·2권에 이어질 3권은 미군정기, 4권은 정부수립기, 5권은 경제개발기, 6권은 민주화이행기의 노동운동을 정리했다. 지식마당/1권 264쪽, 2권 521쪽/각 2만5000원

    과학지식과 사회이론 김경만 지음전통적으로 사회학자들은 자연과학적 지식이 ‘사회·문화·이데올로기적 요소’의 영향이 아닌 ‘물리적 외부세계’의 영향을 받아 결정된다고 보고 ‘고전지식사회학’의 연구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한편 과학철학자들은 과학의 합리성을 논리와 경험적 증명에서만 찾으려 했고, 과학사가들은 역사적 우연이 어떻게 현재의 과학을 만들어냈는지에 초점을 맞춰 학문 분업의 길을 걸어왔다. 이 책은 과학철학과 과학사의 충돌에서 태어난 과학사회학에 대한 포괄적인 안내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 영국에서 과학지식 사회학이 출현한 배경을 살려보고 인류학자의 현장답사처럼 과학 실험실을 찾아가는 ‘실험실 연구’를 통해 과학도 사회학적인 협의의 산물임을 밝혀냈다. 한길사/328쪽/2만5000원

    신궁궐기행 이덕수 글·사진현존하는 궁궐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 경운궁 그리고 왕실 건축에서 궁궐 못지않게 의미가 깊은 종묘를 더하여 각 궁궐과 전각의 건축적 특징과 역사적 의미를 살펴보았다. 궁궐은 임금이 나라를 다스리는 공적 공간인 동시에 그 가족들이 사생활을 영위하는 곳이다. 이 때문에 궁궐은 외전(공적 공간)과 내전(사적 공간)으로 엄격히 구분되며, 궁궐을 구성하는 건물의 이름에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 근정전은 임금에게 부지런할 것을 촉구하고, 교태전은 왕자의 탄생을 기원하는 이름이다. 또 이름 끝에 붙는 전당합각재헌누정(殿堂閤閣齋軒樓亭)은 건물의 품격에 따라 구분한다. 궁중건축의 기본 개념부터 궁궐 건축과 역사가 총정리되어 있다. 우대원사/600쪽/3만9500원

    신두리 해안사구 풀 꽃 나무 새 푸른태안21추진협의회 지음사구라 하면 중동의 거대한 모래사막만 떠올리는 이들에게 한국 서해안의 갯벌과 맞붙은 해안사구의 존재는 신기하기만 하다. 언뜻 황량해 보이는 이곳이 해당화, 순비기나무, 통보리사초, 갯방풍, 갯메꽃 등의 사구식물과 개미귀신, 왕쇠똥구리, 표범장지뱀, 종다리, 꼬마물떼새의 터전이다. 천연기념물 제431호 태안해안신두사구를 보호하고 환경친화적인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푸른태안21추진협의회’가 결성된 지 1년. 그 동안 신두해안사구의 자연생태계를 구석구석 탐사해 풀, 꽃, 나무, 새 등 주제별로 정리했다. 또 방목하는 소가 없어 멸종된 것으로 추정된 쇠똥구리 복원을 위해 토종 한우의 방목과 쇠똥구리 연구를 제안하고 있다. 디자인포스트/203쪽/1만8000원

    475번 도로 위에서 이경숙 지음제36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작. 조기유학과 이민열풍에 휩싸인 한국인들에게 ‘미국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는 경고장이나 다름없는 이 소설은 가끔 여자옷을 입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는 남자들, 일명 ‘크로스 드레서’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대학교수이며 장로인 남편과 건강하게 자란 두 남매를 둔 서경의 삶을 중심으로 평화롭지만 단조로운 일상 속에 미국 생활의 그늘이 하나둘 드러난다. 암인 줄 알면서도 의료보험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현이네, 서경을 은근히 연모하는 세탁소 장씨 등 이민자들의 삶이 마치 소설 ‘원미동 사람들’처럼 다가오지만 거기에는 훈훈한 인간미 대신 쓸쓸하고 남루한 모습만이 남는다. 동아일보사/288쪽/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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