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동운동사 강만길 외 지음개항을 한국 근대화의 시발점으로 본다면 노동운동의 역사는 120여년에 이른다. 이 시기 노동운동을 6기로 나누어 한국노동운동사를 정리했다. 강만길·최윤호·박은숙·곽건홍·하원호가 공동집필한 1권에서는 조선후기부터 1919년까지 노동자층의 형성 과정과 노동운동의 기원에 대해 살펴보았다. 2권 김경일의 ‘일제하 노동운동’은 1920~45년을 정리해 특히 3·1운동 이후 파업을 주도하면서 투쟁경험을 쌓아 1920년대 노동자조직이 급속히 발전하고 민족해방운동으로까지 이어졌음을 밝혔다. 먼저 출간된 1·2권에 이어질 3권은 미군정기, 4권은 정부수립기, 5권은 경제개발기, 6권은 민주화이행기의 노동운동을 정리했다. 지식마당/1권 264쪽, 2권 521쪽/각 2만5000원
과학지식과 사회이론 김경만 지음전통적으로 사회학자들은 자연과학적 지식이 ‘사회·문화·이데올로기적 요소’의 영향이 아닌 ‘물리적 외부세계’의 영향을 받아 결정된다고 보고 ‘고전지식사회학’의 연구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한편 과학철학자들은 과학의 합리성을 논리와 경험적 증명에서만 찾으려 했고, 과학사가들은 역사적 우연이 어떻게 현재의 과학을 만들어냈는지에 초점을 맞춰 학문 분업의 길을 걸어왔다. 이 책은 과학철학과 과학사의 충돌에서 태어난 과학사회학에 대한 포괄적인 안내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 영국에서 과학지식 사회학이 출현한 배경을 살려보고 인류학자의 현장답사처럼 과학 실험실을 찾아가는 ‘실험실 연구’를 통해 과학도 사회학적인 협의의 산물임을 밝혀냈다. 한길사/328쪽/2만5000원
신궁궐기행 이덕수 글·사진현존하는 궁궐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 경운궁 그리고 왕실 건축에서 궁궐 못지않게 의미가 깊은 종묘를 더하여 각 궁궐과 전각의 건축적 특징과 역사적 의미를 살펴보았다. 궁궐은 임금이 나라를 다스리는 공적 공간인 동시에 그 가족들이 사생활을 영위하는 곳이다. 이 때문에 궁궐은 외전(공적 공간)과 내전(사적 공간)으로 엄격히 구분되며, 궁궐을 구성하는 건물의 이름에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 근정전은 임금에게 부지런할 것을 촉구하고, 교태전은 왕자의 탄생을 기원하는 이름이다. 또 이름 끝에 붙는 전당합각재헌누정(殿堂閤閣齋軒樓亭)은 건물의 품격에 따라 구분한다. 궁중건축의 기본 개념부터 궁궐 건축과 역사가 총정리되어 있다. 우대원사/600쪽/3만9500원
신두리 해안사구 풀 꽃 나무 새 푸른태안21추진협의회 지음사구라 하면 중동의 거대한 모래사막만 떠올리는 이들에게 한국 서해안의 갯벌과 맞붙은 해안사구의 존재는 신기하기만 하다. 언뜻 황량해 보이는 이곳이 해당화, 순비기나무, 통보리사초, 갯방풍, 갯메꽃 등의 사구식물과 개미귀신, 왕쇠똥구리, 표범장지뱀, 종다리, 꼬마물떼새의 터전이다. 천연기념물 제431호 태안해안신두사구를 보호하고 환경친화적인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푸른태안21추진협의회’가 결성된 지 1년. 그 동안 신두해안사구의 자연생태계를 구석구석 탐사해 풀, 꽃, 나무, 새 등 주제별로 정리했다. 또 방목하는 소가 없어 멸종된 것으로 추정된 쇠똥구리 복원을 위해 토종 한우의 방목과 쇠똥구리 연구를 제안하고 있다. 디자인포스트/203쪽/1만8000원
475번 도로 위에서 이경숙 지음제36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작. 조기유학과 이민열풍에 휩싸인 한국인들에게 ‘미국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는 경고장이나 다름없는 이 소설은 가끔 여자옷을 입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는 남자들, 일명 ‘크로스 드레서’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대학교수이며 장로인 남편과 건강하게 자란 두 남매를 둔 서경의 삶을 중심으로 평화롭지만 단조로운 일상 속에 미국 생활의 그늘이 하나둘 드러난다. 암인 줄 알면서도 의료보험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현이네, 서경을 은근히 연모하는 세탁소 장씨 등 이민자들의 삶이 마치 소설 ‘원미동 사람들’처럼 다가오지만 거기에는 훈훈한 인간미 대신 쓸쓸하고 남루한 모습만이 남는다. 동아일보사/288쪽/8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