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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益 저버리고 國格 떨어뜨리는 용산기지 이전비용협상

설계권 넘겨주고 2사단용 시설까지 지어준다?

  • 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國益 저버리고 國格 떨어뜨리는 용산기지 이전비용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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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益 저버리고 國格 떨어뜨리는 용산기지 이전비용협상

2003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미래동맹 5차회의 대표들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위성락 당시 외교통상부 북미국장, 차영구 당시 국방부 정책실장,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 크리스토퍼 라플레르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특사.

두 기지가 하나로 통합되면 상당수 시설도 하나로 통합될 것이다. 여기서 과연 그 비용을 우리가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이 옳으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전술지휘통제체계(C4ISR) 센터. 기지 전체의 컴퓨터·통신·정보를 일괄 관리하는 이 센터는 차후 2사단이 새로 입주한다 해도 따로 구축할 필요가 없다. 2사단 이전비용을 미국이 부담한다고 했을 때, 2사단 병력도 사용하게 될 C4ISR센터를 100% 한국 돈으로 지어준다는 방안에는 논리적 모순이 있다.

새로 지어질 기지에서 어디까지가 용산기지 몫이고 어디서부터가 2사단 몫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다. 그러나 이 문제 또한 독일처럼 ‘반사 규칙’을 채택했다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것이었음은 분명하다. ‘반사 규칙’을 채택하지 못한다 해도, 새 기지 건설비용 가운데 일부(미국이 2사단 이전비용에서 절감할 수 있는 규모에 상응하는)를 미국이 부담하도록 하는 협상논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인하대 남창희 교수 등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사비용과 환경관련비용】

이제부터는 새 기지를 다 짓고 난 다음에 발생할 비용문제를 생각해보자. 우선 용산기지에서 새 기지로 짐을 옮기는 비용이 들 것이다. 여기에는 기지시설은 물론이고 근무자 및 그 가족, 고용인 및 그 가족의 이사도 포함된다(이사비용). 다음으로는 비어 있는 헌 기지의 시설을 해체하고 혹시 있을지 모를 환경오염을 치유해야 한다(환경치유비용). 새 기지 주변에서 발생할 소음 등의 민원을 처리하는 데도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주변대책비용). 기지 이전 기간 동안 장사를 하지 못한 기지 내 상인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그 비용도 물어주어야 한다(영업이익 손실보전 비용). 이외에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 돈이 들 수 있다(기타비용).

결론부터 말하자면 1990년 양해각서에는 이러한 각 항목의 비용을 모두 한국측이 부담하기로 돼 있었다. 이후 협상팀은 “영업이익 손실보전 의무 같은 독소조항은 대부분 제거됐다”고 밝힌 바 있지만, 그렇다 해도 외국의 사례와 비교해보면 문제가 적지 않다.



우선 이사비용의 경우 우리와는 달리 독일과 일본 모두 미국측이 부담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대체시설은 제공하지만 일시적인 용역비용은 부담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환경관련 비용의 경우 라인마인기지 대체시설에서는 미국과 독일이 공동으로 부담했다. 후텐마 기지 대체시설의 경우 일본 정부가 강력한 환경관련규칙(특정훈련은 인근에서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을 제정하도록 미군측에 요청해 관철시킨 바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에는 영업이익 손실이라는 항목 자체를 아예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 당시 협상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 지은 건물에 바로 이사를 가면 영업상의 손실이 발생할 리 없다는 논리로 미국측을 설득했다는 것. 우리 협상팀 또한 이와 같은 논리로 배상관련 조항을 삭제했다고 전해졌지만, 문제가 아직 해결된 것은 아니다. ‘기타 비용’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논란의 핵심 ‘기타비용’】

기본적으로 기지이전은 인구 수만 명 규모의 도시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작업이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아무리 머리를 짜내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의 모든 항목을 정리하고 각 항목의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정해도, 상상치 않았던 곳에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독일과 일본의 경우 ‘미리 합의되지 않은 비용’은 모두 미국측이 부담하는 것으로 협상을 맺었지만, 용산기지 이전 협상에선 지난 6차 미래동맹회의까지 한국이 부담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고 전해진다. 기타비용을 한국측이 부담하는 것으로 확정된다면, 합의서에서 영업손실 규정 등의 독소조항을 없앤다 해도 별다른 의미가 없다. 실제로 누군가가 손실보전을 청구하면 기타비용을 부담하기로 한 측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 이런 상태에서 “독소조항을 제거했다”는 협상팀의 설명은 사실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7차회의 직후 국방부 주변에는 차영구 당시 정책실장이 말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모호한 규정’이 바로 이 ‘기타비용’ 문제였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이후 열린 7차, 8차회의가 쉽게 마무리되지 못한 것은 이 부분을 수정하자는 한국측 견해를 미국이 수용하지 않았던 것이 큰 이유였다는 게 우리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전비용과 관련한 합의조항을 가능한 한 줄이고 기타비용을 미국 부담으로 처리하는 것이 우리측으로서는 가장 경제적인 방안이겠지만, 미국측이 영업이익 손실보전 관련조항을 삭제한 상황에서 기타비용 부분까지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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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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