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호

美 시사주간지‘뉴요커’가 폭로한 이라크인 수감자 학대 실상

벌거벗기고 성추행하고 폭행하는 미 헌병에게 “Good Job!”

  • 번역·정리: 강지남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4-05-31 11: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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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시사주간지‘뉴요커’가 폭로한 이라크인 수감자 학대 실상
    사담 후세인 집권 시절,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서쪽으로 32km 떨어진 아부 그라이브(Abu Ghraib)는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교도소였다. 5만여명의 죄수들을 수감했던 이 교도소에서는 고문이 일상적으로 벌어졌고 매주 사형이 집행됐다.

    미군은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하면서 버림받은 이 거대한 교도소를 수리했다. 문, 창문, 벽돌 등 제거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제거하고, 대신 바닥에는 타일을 깔고 화장실과 의료실을 지었다. 이제 아부 그라이브는 미군의 수용소로 쓰이게 됐다.

    현재 아부 그라이브에 수감된 이들은 대부분 민간인이다. 지난해 가을에는 여성과 청소년을 포함해 수천명이 이곳에 수감되어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고속도로 검문소에서, 혹은 군사적 혼란 상태에서 끌려왔다. 미군은 수감자를 막연하게 세 종류로 나누었다. 일반 범법자, 미 동맹국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 보안범, 반란군의 지도급 용의자.

    노골적이고 외설적인 학대행위

    이라크전에 참전한 유일한 여성 사령관 재니스 카르핀스키 미군 준장이 미군의 이라크 수용소에 대한 책임을 맡은 것은 지난해 6월이었다. 카르핀스키 준장은 특수부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고 1991년 걸프전쟁에도 참전한, 경험과 지성을 두루 갖춘 인물이다. 그러나 그녀는 수용소를 관리해본 경험이 전혀 없다. 어쨌든 카르핀스키는 지난해 6월부터 이라크에서 세 개의 거대한 수용소, 8개 대대, 그리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수용소에서 일해본 적 없는 3400명의 예비군을 통솔해왔다.



    다섯 살 때부터 군인이 되기를 꿈꿨던 그녀는 새로운 일에 열정적이었다. 지난해 12월 러시아 영자신문 ‘성 페테르부르크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아부 그라이브의 시설은 이라크 가정집보다 형편이 나은 편”이라며 “이라크인들이 아부 그라이브를 떠나려 하지 않을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카르핀스키 준장의 권한은 조용하게 정지됐다. 그리고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 리카르도 산체스 중장의 지시하에 미군이 관할하는 수용소에 대한 조사가 비밀리에 진행됐다. ‘뉴요커’가 입수한 총 53쪽짜리 보고서는 2월말 안토니오 타구바 미군 소장이 작성한 것으로 원래 비공개 문건이었다.

    이 보고서의 결론은 참혹하다. 타구바 소장은 2003년 10~12월에 아부 그라이브에서 벌어진 ‘가학적이고 노골적이며 외설적인 학대행위’의 수많은 사례를 밝혀냈다. 이라크 정치범들에 대한 조직적이고 불법적인 학대를 저지른 장본인은 미 372 헌병중대 소속 병사들과 미 정보관리들이다. 타구바 소장이 보고한 이들의 범죄행위는 다음과 같다.

    。화학전구를 깨뜨려 액체상태의 화학물질을 머리에 쏟아 붓기。알몸의 수감자에게 차가운 물 붓기。빗자루 손잡이와 의자로 구타하기。강간하겠다고 협박하기。감방 벽에 내동댕이친 다음 상처 쑤시기。화학전구와 빗자루 손잡이를 항문에 집어넣기。군용견을 풀어 수감자들 위협하기(실제로 최소 한 명 이상의 수감자가 군용견에 물어 뜯겨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알몸 피라미드와 미소짓는 미군

    이러한 미군의 범죄는 사실로 보인다. 타구바 소장은 보고서에 증인들의 상세한 진술과 생생한 사진 자료를 첨부했다. 그러나 타구바 소장은 병사들이 수감자를 학대하는 행위를 찍은 사진과 비디오 자료는 보고서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는 “극도로 민감한 내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28일 미 CBS의 ‘60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공개된 바 있는 몇 장의 사진은 그야말로 아연실색할 만한 것들이었다. 알몸 상태로 굴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이라크인 수감자들과 이들을 빈정대고 있는 심술궂은 미군 병사들. 사진에 등장하는 6명의 용의자는 불법공모, 직무태만, 수감자에 대한 잔학행위, 학대, 폭행, 음란 행위 등의 혐의로 지난 3월 이라크에서 기소됐다. 이들은 모두 예비군 헌병으로, 이반 프레드릭, 찰스 그레이너, 자발 데이비스, 메간 암불, 사브리나 하먼, 그리고 제레미 시비츠이다. 7번째 용의자 린디 잉글랜드 이병은 임신중이어서 미 노스캐롤라이나의 포트 브래그로 전출된 상태다.

    사진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린디 잉글랜드 이병은 담배를 입에 문채 의기양양하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녀의 손가락은 머리에 모래주머니를 뒤집어쓴 젊은 이라크 청년의 성기를 가리키고 있다. 그녀는 청년에게 자위행위를 하라고 명령한다. 두건을 쓴 알몸 상태의 이라크인 수감자들은 거의 반사적으로 자신의 성기를 가리고 있다. 잉글랜드 이병과 찰스 그레이너 상병은 팔짱을 낀 채 히죽 웃으며 수감자들의 뒤에 서 있다. 알몸의 수감자들은 무릎을 꿇은 채 피라미드 모양으로 꼴사납게 포개어져 있다.

    이라크인 수감자들로 만들어진 피라미드 사진은 한 장 더 있다. 그레이너 상병은 수감자들 주변에서 팔짱을 낀 채 미소를 지으며 서 있고, 한 여성 병사가 허리를 구부린 채 웃고 있다. 또 다른 사진에서는 머리에 두건을 쓴 이라크인 수감자들 앞에서 한 여성 병사가 사진을 찍고 있다. 알몸의 이라크인 수감자가 무릎을 꿇은 채 동료에게 성행위를 하는 듯한 자세를 취한 사진도 있다.

    죽은 이라크인이 찍힌 사진도 있다. 수감번호 153399번인 이 이라크인의 박살난 얼굴과 얼음을 채워넣은 시신 운반용 자루에 담긴 피범벅인 시체가 보인다. 벽에 온통 붉은 피가 튀어있는 텅빈 감방 사진도 있다.

    이 정도로 인간성을 말살하는 행위는 어떤 문화권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아랍 세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중동전문가 버나드 하켈 뉴욕대 교수는 “동성애 행위는 이슬람법에 위배되며 남자가 다른 남자 앞에서 벌거벗겨지는 것은 굴욕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켈 교수는 “이러한 행위는 고문이다”고 강조했다.

    일상적으로 저질러진 학대

    372 헌병중대의 이라크인 수감자 학대는 일상적으로 저질러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9일 바그다드 근처의 캠프 빅토리에서 열린 군법회의에서 증인으로 나선 헌병 위스돔은 두건을 씌우고 결박한 수감자 7명을 소위 ‘험한 곳’이라고 불리는 아부 그라이브의 한 감방으로 끌고왔을 때의 일에 대해 진술했다. 이 감방은 가장 위험하다고 간주되는 수감자를 가두는 장소인데, 그들은 감옥 안에서 폭동을 일으키려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다음은 위스돔의 진술 내용.

    “스나이더는 이라크인을 잡아채어 건초더미에 집어 던졌습니다. 나는 그런 행위가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프레드릭과 데이비스, 그레이너는 건초더미 주변을 거닐며 수감자들을 구타했습니다. 프레드릭이 한 수감자의 가슴을 구타한 것이 기억납니다. 이 수감자는 프레드릭에게 어떠한 위험도 주지 않았습니다…. 그후 나는 그 방을 떠났습니다.”

    위스돔은 계속 증언했다.

    “두 명의 벌거벗은 수감자를 봤습니다. 한 명은 무릎을 꿇은 채 입을 벌리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자위행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거기서 곧장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게 옳은 건 아니지만…. 프레드릭이 내게 다가와 말했습니다. ‘몇 초라도 이 짐승들을 내버려두면 무슨 짓을 하는 지 보라구.’ 나는 잉글랜드가 ‘그의 것이 서고 있어’라고 소리지르는 것을 들었습니다.”

    위스돔은 “상관에게 이 일을 보고한 후 문제가 잘 처리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나는 범죄로 보이는 행동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라크인 수감자 학대를 처음 세상에 알린 사람은 조지프 다비 하사이다. 미군 범죄수사대의 수사관은 군법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라크인 수감자 학대에 대한 수사는 다비 하사가 그레이너 상병으로부터 CD를 받은 직후 시작됐습니다. 다비는 수감자들의 알몸 사진을 가지고 왔습니다. 다비는 익명의 편지를 군 범죄수사대 사무실 문 밖에 놓았고, 그 다음에는 직접 출두하여 선서 및 증언을 했습니다. 다비는 동료들의 행동에 매우 기분이 상했고, 아주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범죄수사대 수사관은 프레드릭과 그의 동료들이 수감자를 다루는 데 필요한 어떠한 훈련도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 372 헌병중대 예비군들은 2003년 봄 이라크에 도착한 후 경찰 임무를 할당받았으며 그해 10월에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 관리 임무를 부여받았다. 37세의 프레드릭은 부대원 중 가장 나이가 많아 자연스레 우두머리가 되었다. 그는 6년 동안 버지니아주에 있는 한 소년원에서 교도관으로 일한 적 있다. 군 수사관의 말이다.

    “동료 헌병들을 이끈 프레드릭과 그레이너는 이번 일에 책임이 큽니다. 그들은 민간 교도소에서 교도관으로 일한 경험이 있어 어떻게 교도소가 운영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수사관은 “프레드릭이 때때로 수감자의 가슴을 아주 세게 때려 거의 심장마비에 이르게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군 정보당국이 학대 요구했다”

    군법회의에는 카르핀스키 준장과 프레드릭의 동료들을 포함해 프레드릭 변호인단이 요청한 24명의 증인이 한 명도 출석하지 않았다. 프레드릭 변호인단은 “군법회의의 목적은 증인들의 진술을 통해 사실을 찾아내는 것이지만 군 범죄수사대는 범죄 희생자에 대한 어떠한 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재판장은 프레드릭에 대한 군사재판을 소집할 증거가 충분하다고 결정했다.

    이에 대해 프레드릭 변호인단의 마이어스 변호사는 “프레드릭은 상관의 명령을 수행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마이어스 변호사는 “버지니아의 시골마을에서 온 애송이들이 스스로 이러한 학대행위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생각하는가. 이 애송이들이 과연 아랍인의 입을 열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그들을 벌거벗기는 것이라고 생각해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프레드릭은 가족에게 보낸 편지와 이메일에서 미 중앙정보부(CIA) 요원들과 언어학자들, 민간 심문 전문가들로 구성된 군 정보당국이 아부 그라이브에서 지배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썼다. 다음은 프레드릭이 1월에 쓴 편지의 일부.

    “나는 옷을 입지 않은 채로, 여성 수감자의 경우에는 팬티만 입은 채로 감방에서 나가는 일, 수감자들에게 수갑을 채우는 일 등에 대해 물었다. 나는 이러한 대답을 들었다. ‘이것이 군 정보당국이 원하는 것이자, 정보를 얻기 위해 벌이는 방법이다’. 군 정보당국은 수감자들에게 옷을 입히지 말라고 했으며 물도 주지 말고, 창문도, 환기도 되지 않는 독방에 사흘씩 가두어놓으라고 우리를 교육시켰다.”

    프레드릭은 “군 정보관리들은 이라크인들로부터 정보를 얻게 되면 우리에게 ‘잘 했다’며 칭찬했다”고도 썼다. 프레드릭은 가족에게 “정보기관의 요구에 따라 군용견이 이라크인 수감자들을 위협할 때 군 범죄수사대도 그 자리에 있었다”고 말했다. 프레드릭은 자신의 상관에게 이 같은 학대에 대해 보고했으나 ‘신경 쓰지 말라’는 대답을 들었다.

    지난해 11월 프레드릭은 일명‘O.G.A(Other Government Agencies : CIA와 그 일원들을 일컫는 말)’의 감독하에 한 이라크인 수감자가 끌려왔다고 기록했다.

    美 시사주간지‘뉴요커’가 폭로한 이라크인 수감자 학대 실상

    4월말 미 언론에 공개된 이라크인 수감자 학대 사진들. 미군은 알몸의 이라크인들을 육체적, 성적으로 학대했다.<br>① 수감자의 목에 개끈을 묶어 끌어당기는 린디 잉글랜드 이병. ② 몸에 전선을 연결한 채 상자 위에 서 있는 이라크인 수감자. ③ 벌거벗긴 채 머리에는 자루를 쓴 이라크인을 린디 이병이 조롱하고 있다.

    “그들이 심하게 괴롭혀서 이라크인이 사망했다. 그들은 시체를 얼음을 가득 채운 시체 운반용 자루에 넣었다. 다음날 위생병이 들것을 가지고 와 시체를 싣고 나갔다.”

    물론 프레드릭의 자기변호는 지극히 이기적인 것이다. 그러나 프레드릭이 집으로 보낸 편지와 이메일을 통해 폭로한 내용은 군 당국의 내부 보고서에서 좀더 자세하게 드러난다. 타구바 소장의 보고서와 육군 헌병사령관 도널드 라이더의 보고서가 그것이다.

    지난해 가을 산체스 준장은 라이더 사령관에게 이라크 내 수용소를 재조사하고 개선 방법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11월5일 제출된 라이더의 보고서는 이라크인 수감자의 권리 문제, 병사들에 대한 훈련 및 인력 문제, 구조적 문제 등에 즉각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보고서는 또한 수감자들을 감시하는 헌병대와 심문하는 정보기관 사이의 긴장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군법은 군 정보기관의 활동에 대한 정보수집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아부 그라이브에서는 뭔가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이다.

    라이더의 보고서는 아프가니스탄전쟁 때로 돌아가면 그 원인을 발견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 헌병은 ‘포로 심문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 정보기관 요원들과 함께 일했다. ‘최적의 조건’이란 포로의 의지를 완전히 꺾어놓는다는 것을 완곡하게 표현한 말이다.

    라이너 사령관은 “헌병대와 정보기관의 협조체제는 수용소의 원활한 운영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카르핀스킨 준장의 헌병대는 군 정보기관의 심문 활동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이러한 운영방식을 바꾸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라이더 사령관은 헌병대와 군 정보관리의 역할을 명백하게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라크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미군 최고 지휘부도 이 보고서를 읽었다.

    그러나 라이더는 아직 상황이 위기 수준에 이르진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그는 “비록 몇 가지 운영방식에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지만, 어떤 헌병도 의도적으로 부적합한 이라크인 감금 행위를 하진 않는다”고 보고했다. 라이더 사령관의 조사는 좋게 말해서 실패이고 나쁘게 말하면 은폐이다.

    타구바 소장은 라이더의 보고서에 대해 반박했다. “불행하게도 라이더 사령관이 잠재적 문제라고 결론 내린 것들이 그후 조사 때도 거의 똑같이 드러났다”는 것. 타구바 소장은 “사실 이라크인 수감자 학대는 주로 라이더 사령관의 조사가 벌어지던 시점에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학대행위는 승인받은 것 같았다”

    타구바 소장은 라이더 사령관이 찾아낸 것과는 반대로 372 헌병중대와 800 헌병중대 소속 헌병들이 정보기관의 심문에 최적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 운영방식을 변경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CIA 요원들을 비롯한 군 정보관리들이 헌병들에게 이라크인 수감자들을 육체적, 정신적으로 심문하기 좋은 상태로 만들어줄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타구바 소장은 군 범죄수사대 수사원들이 확보한 진술을 인용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기소된 헌병들 중 사브리나 하먼 하사는 손가락, 발가락, 성기에 전선을 붙인 채 상자 위에 서 있던 이라크인을 포함하여 다른 이라크인들이 잠들지 못하게 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증언했다. 그녀는 “정보관리들은 수감자들의 입을 열기를 원했다. 그들로부터 정보를 얻기 원하는 정보관리들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이 프레드릭과 그레이너의 임무였다”고 진술했다.

    역시 기소된 헌병인 자발 데이비스 병장은 군 범죄수사대 수사관들에게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나는 정보관리들이 붙잡고 있는 수감자들을 목격했습니다. 그들은 도덕적으로 문제삼을 만한 짓들을 그들에게 요구했습니다. 우리는 정보관리들이 우리와는 다른 규칙을 갖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데이비스는 또한 정보관리들이 헌병들에게 수감자들을 학대하라고 넌지시 이르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데이비스는 “정보관리들은 ‘우릴 위해 그 놈들을 풀어줘’ ‘그 놈에게 끔찍한 밤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해줘’라는 등의 말을 했다”고 말했다. 정보관리들은 이러한 말을 프레드릭과 그레이너에게도 했다. 데이비스는 “정보관리들은 그레이너에게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이런 말들이다. ‘잘 했어(Good job). 그 놈들은 정말 빨리 진압됐어. 그 놈들은 모든 질문에 답했지. 우리는 정말 좋은 정보들을 얻었어’”라고 털어놓았다.

    이라크인 수감자 학대 명령을 받았다는 것을 왜 알리지 않았냐는 질문에 데이비스는 이렇게 답했다.

    “만약 정보관리들이 규정에서 벗어나거나 비정상적인 일들을 벌인다면 누군가는 말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학대가 벌어진 장소는 정보기관의 관할구역이었고, 정보관리들은 학대 행위에 대해 승인받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한 장교는 “나는 벌거벗겨진 이라크인 수감자들을 보았다. 그러나 정보관리들은 우리에게 매트리스와 침대시트, 옷가지 등을 치우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타구바 소장은 민간업체 소속 번역가와의 인터뷰도 인용했다. 그는 “어느 날 밤 정보관리들로부터 풀려난 수감자들이 프레드릭과 그레이너에 의해 학대됐다. 그들은 수갑과 족쇄를 차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타구바 소장은 이 문제에 대해 군 정보기관의 총사령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며 심문 총괄자 또한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타구바 소장은 나아가 민간 조사기관 요원들도 해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타구바 소장은 “군 정보기관 총사령관을 비롯해 민간 조사기관 요원들도 아부 그라이브에서 벌어진 학대에 대해 직간접적 책임이 있다고 의심한다”고 결론 내리며 즉각적인 징계처분을 주문했다.

    美 시사주간지‘뉴요커’가 폭로한 이라크인 수감자 학대 실상

    미군의 이라크인 수감자 학대 사진은 이라크 내부에서도 엄청난 분노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br>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 몰려와 시위를 벌이는 이라크인들.

    미군이 관할하는 이라크 수용소의 내부 문제는 미군 최고 지휘부도 알고 있는 것이었다. 타구바 소장은 카르핀스키 준장이 이라크에 부임한 후 7개월 동안 탈출이나 탈출 시도, 그리고 몇 가지 심각한 안전상의 문제를 포함하여 최소 10건 이상의 공무상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몇 가지 사고는 수감자와 헌병의 사망이나 부상으로 귀결됐고, 헌병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카르핀스키 준장은 날마다 이런 보고서들을 읽고 시정을 명령했다. 그러나 타구바 소장은 그녀가 보고서의 내용을 따르지 않았을 뿐더러 시정명령이 수행되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을 밝혀냈다. 그는 “카르핀스키가 보고 내용을 성실하게 이행했다면 학대 행위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타구바 소장은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가 수용 범위를 넘는 수감자를 수용하고 있었으며 헌병 인원도 상당히 부족했음을 밝혀냈다. 그는 “이러한 불균형은 열악한 환경, 수감자들의 탈출, 헌병들의 책임회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교도소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죄 없는 수많은 이라크인이 수감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아부 그라이브에 수용된 민간인 수감자 중 60% 이상이 ‘절대 석방될 수 없을 것’이라는 위협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타구바 소장은 카르핀스키 준장이 아부 그라이브를 총괄하면서도 교도소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타구바 소장은 “나의 군 생활 경험에서 그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한 행정상의 문제를 찾아냈다”고 덧붙였다. 병사들은 임무 배치에 앞서 거의 교육받지 못했던 것이다.

    카르핀스키 준장을 4시간 이상 면담한 타구바 소장은 그녀가 극도로 감정적이었다고 평했다. 그는 “카르핀스키는 800 헌병중대가 가진 수많은 문제점이 자신의 리더십 부재와 병사들의 명령 거부로 인해 야기되고 악화되었다는 데 대해 전혀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타구바 소장은 카르핀스키 준장과 학대 행위를 벌인 7명의 헌병을 해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현재 카르핀스키 준장에게는 어떠한 형사상 처분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진급 실패와 대중적 비난은 그녀에게 충분한 처벌이 될 것이다.

    지난 4월28일 CBS가 이라크인 수감자 학대행위를 보도한 후, 미 국방부는 이라크 수용소의 새로운 책임자로 제프리 밀러 소장이 바그다드에 도착했다고 발표했다. 밀러 소장은 관타나모 기지 수용소의 총책임자였다.

    제2의 관타나모 된 아부 그라이브

    미군의 이라크인 수감자 학대에 대한 국제적 분노가 확산되자, 군 지도층과 부시 대통령은 일부 병사들의 행동이 군 전체의 행동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타구바의 보고서는 군 지도력의 부재를 가차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가 제시한 사진은 아부 그라이브에서 군법과 포로 대우에 관한 제네바협약이 일상적으로 위반되었다는 점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아부 그라이브에서는 온갖 협박과 고문을 동원해 수감자를 심문하고 정보를 얻어내는 일이 그 무엇보다 최우선이었다.

    군 범죄수사대에서 36년간 근무했던 윌리 로엘은 재소자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굴욕을 안겨주는 것은 항상 반대의 결과를 초래한다고 충고한다. 로엘은 “그들은 진실이든 아니든 당신이 듣기 원하는 것을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신은 상대가 말하기 원하는 것을 말할 때까지 폭력을 휘두를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은 정당한 정보를 얻지는 못한다”는 것이 로엘의 충고이다.

    포로 대우에 관한 제네바협약은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민간인을 가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안전상 위협을 가하는 민간인만 구금된다는 점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민간인을 구금할 때는 공식 절차를 밟아야 한다. 또한 구금된 민간인은 항소할 권리를 갖는다. 인권단체들은 이라크 민간인들이 고발 조치도 없이 몇 달씩 구금되어 있다며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을 비난하고 있다. 아부 그라이브는 결과적으로 또 다른 관타나모가 되었다(관타나모에는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서 붙잡힌 외국인 600여명이 재판 없이 억류되어 있다. 최근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학대 행위가 자행됐음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편집자).

    아부 그라이브에서 온 사진이 사태를 명확하게 알려줬듯이, 민간인 구금은 극악한 결과를 가져왔다. 아부 그라이브에 구금된 민간인 대다수는 점점 확대되는 이라크인들의 반미 시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미국과 미군의 명성만 실추됐을 뿐이다.

    지난 4월 군법회의에서 프레드릭 변호인단의 로버트 셔크 대위는 “군당국이 6명의 병사에게 속죄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는 말로 발언을 끝맺었다. 개리 마이어스 변호사도 이와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는 프레드릭을 넘어서는 범주에서 과실을 따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법정에 출석시킬 수 있는 모든 정보당국 관련자들을 끌어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군당국이 6명의 병사 때문에 군 장성을 해임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그럴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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