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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사정 신호탄’ 신일순 대장 구속 막전막후

기무사 내사, 청와대 지원 사격, 소장파 군법무관들의 반란

  • 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군 사정 신호탄’ 신일순 대장 구속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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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사정 신호탄’ 신일순 대장 구속 막전막후

2003년 11월 라포트 한미연합사령관과 환담하고 있는 신일순 부사령관.

신 대장은 “전임자가 해온 대로 했다”며 공금 횡령을 관행 탓으로 돌렸다. 그런데 수사팀에 따르면, 부대 지휘관들이 예산을 공사 구분 없이 사용해온 것이 관행이긴 하지만 신 대장처럼 심한 경우는 드물다는 것. 한 예로 신 대장에 앞서 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남재준 현 육군참모총장의 경우 공금의 용처를 알 수 있게끔 영수증 처리를 잘 해놓았다고 한다.

신 대장을 소환하기도 전에 군검찰 주변에서 사법처리 얘기가 흘러나온 것은 수사팀이 그만큼 자신 있다는 얘기였다. 신 대장 주변 인물들이 ‘대세’가 기운 것을 알고 적극적으로 진술한 것이 큰 도움이 됐는데, 결정적인 증거는 ‘비밀장부’였다. 가계부 뺨칠 정도로 돈 용처가 자세히 적혀 있는 이 장부엔 공금 유용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신 대장의 성격이 워낙 꼼꼼하고 치밀해 측근을 시켜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다 기록해둔 것이다.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신 대장의 법에 대한 무지와 도덕 불감증은 군 고급지휘관들의 낙후된 의식수준을 여실히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공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신 대장에게 공금은 공적인 용도로 써야 할 돈이 아니라 ‘지휘관이 재량껏 쓸 수 있는 돈’이었다. 공금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엄연히 ‘유용’인 데도 ‘전용’이라고 잘못 알고 있었다. 측근에게 돈 용처를 자세히 알려줘 기록하게 한 것은, 공금을 사적으로 쓰는 것에 대해 아무런 죄의식이 없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군 수사기관 관계자는 “잘못된 일이라는 생각을 전혀 안했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신 대장이 횡령한 공금은 크게 지휘활동비(지휘부 운용예산), 복지기금, 위문금 등 세 가지였다. 부대 운영과 장병 격려 등에 쓰라고 지급된 이 돈들을 신 대장은 개인적 부조금, 속옷 값, 친척들 차비, 아들과 그 친구들의 래프팅 비용 및 차비, 상관 생일 및 취임 선물비, 선배 예비역 장성들 선물비, 육사발전기금, 골프 접대비 등에 썼다. 심지어 김장 비용까지 공금으로 처리했다.

3군단장 시절 지휘부 운용예산은 매달 450만원이었다. 그 중 군단장에게 할당된 공금은 지휘활동비 명목의 90만원이었다. 그런데 신 대장은 그보다 60여만원 많은 150여만원을 매달 가져갔다. 비서실 운영비 등이 포함된 금액이었다. 또 매달 외박비 명목으로 100만~200만원씩 챙겼다. 2년간 근무했으니 이것만 해도 4000만원 안팎에 이른다. 이 돈들을 공사 구분 없이 사용한 그는 쓰고 남은 돈은 저축까지 했다. 이에 대해 그는 “무슨 돈인 줄 모르고 받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부대 떠나면서까지 복지기금, 위문금 챙겨

복지기금은 각 부대에 있는 복지회관 수입금이다. 복지기금의 50%는 지휘관 재량으로 쓸 수 있도록 돼 있다. 물론 장병 격려비 등 공적 용도로 쓰라는 취지다. 당연히 영수증을 첨부해 장부에 용처를 기록해둬야 한다. 하지만 신 대장은 영수증 처리를 거의 하지 않았거나 했더라도 한달치 쓴 것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등 누가 봐도 사적인 용도로 쓴 흔적을 남겼다.

위문금은 부대와 자매결연을 맺은 기업체의 기부금, 관공서 지원금, 방위성금 등을 일컫는다. 복지기금과 달리 이 돈은 지휘관이 한 푼도 건드리면 안 된다. 그런데 신 대장은 위문금 일부도 챙겼다. 그는 3군단장 시절 당시 병무청장이던 O씨를 초빙해 골프접대를 하고 호텔방을 잡아줬다. 물론 비용은 공금으로 처리했다. O씨는 도로공사사장이 된 후 500만원씩 두 차례 1000만원의 위문금을 3군단에 전달하는 것으로 보답했다. 이 돈은 신 대장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그는 또 D그룹 회장 K씨로부터 위문금 명목으로 1000만원을 직접 받기도 했다. 당시 K씨 아들은 3군단에 근무하고 있었다.

신 대장은 3군단을 떠나는 순간까지 복지기금과 위문금을 챙겼다. 쓰고 남은 복지기금 500만원과 위문금 1000만원을 부대에 반납하지 않고 새 임지로 떠나면서 가져가버린 것이다. 군검찰 조사과정에서 그는 이 돈을 전별금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라 해도 전별금을 받은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전별금은 공적인 용도가 아닐 뿐더러 규정에도 없는 돈이기 때문이다.

군 수사기관 관계자는 신 대장 사례에서 생생히 엿볼 수 있는 지휘관들의 공금 불감증에 대해 “지휘관이 곧 부대라는 잘못된 인식이 원인”이라며 “자신을 부대와 동일시하니 자신의 행동은 어떠한 것이든 공적인 것이고 자신이 쓰는 돈은 다 공적인 용도라고 착각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의 말마따나 무엇이든 공적인 용도라 생각해서 그랬는지 신 대장은 웬만한 비용은 다 공금으로 처리했다. 반면 급여의 대부분은 저축했다. 판공비도 급여를 보조하는 일종의 수당으로 여겼다. 그렇게 돈을 모아 서울과 경기도 수지에 큰 평수의 아파트 두 채를 마련했다.

군 수사기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예산으로 상호 부조하는 사회가 군대다. 공적으로 쓰여야 할 예산이 장성들 사이에서 사적인 용도로 돌고 있다”며 혀를 찼다. 3군단장 시절 신 대장은 직속상관인 군사령관 생일 때 같은 군사령부 소속 군단장 2명과 함께 1000만원을 모아 전달했다. 1인당 약 330만원씩 낸 것으로, 말하자면 ‘현금 선물’인 셈이었다. 물론 이것도 공금으로 마련한 것이다. 만약 군사령관이 이 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자신의 상관에게 같은 명목으로 건넸다면 그야말로 공금이 돌고 돈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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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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