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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산책

고구려 고분 벽화의 사상적 고찰

하늘의 빛에서 생명을 얻은 자 빛의 세계로 돌아가니…

  • 글: 유재신 토론토대 동아시아학부 석좌교수

고구려 고분 벽화의 사상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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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인들이 가지고 있던 태양의 광명과 연결된 천상신앙(天上信仰)의 태도는 단군, 주몽, 해모수 신화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동이족(東夷族)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나 있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 있는 화연문은 자연적인 빛의 형태만을 간단히 암시한다. 부처나 불법을 상징한 불성(佛性)을 빛으로 이해하는 것인데 암흑을 밝히는 태양과도 비교되며 조로아스터교의 아후라 마즈다 신(神)의 속성, 즉 광명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삼각화연문은 천상의 테두리에 있는데 이는 천상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의 경계지역을 나타낼 뿐 아니라 천상세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천상의 화연문은 전통적 사후관에 기반을 두고 있어 새로 수용된 불교적 사후관과 비슷하다고 하겠다.

고구려인은 햇빛인 태양의 정(精)을 인식했기에 시조인 주몽을 가리켜 ‘천하를 지배하는 태양의 아들’이라 일컬었다. 이러한 신화를 통하여 시조를 천신으로 모셨는데, 이는 고구려인이 하늘의 빛, 즉 햇빛을 새 생명으로 이해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생명 상징하는 고사리 문양



불성(佛性)을 표현한 삼각화연문은 불상의 광배(光背)를 닮은 삼각형 연화문인데 천장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안에는 고구려의 전통적 태양 빛인 고사리 무늬가 표현되어 있다. 고사리 문양이란 일정(日精), 즉 생명을 상징하는 문양으로 고구려인이 그들의 전통적 사후관인 영혼불멸사상에 바탕을 두고 불국토에서 재생하기를 기원했음을 볼 수 있다.

이렇듯 고구려식 화연문은 하늘에서 복을 내려 하늘에서 내려온 천손(天孫)이 개국한다는 시조신앙을 뒷받침한다. 고구려의 삼각화연문보다 시대적으로 앞선 것이 중국에는 보이지 않으니 화연문은 한국에서 중국에 영향을 주었을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다가 5세기 후반에서 6세기 중반에 이르러 불정토관과 고구려식 세계관이 혼합되어 ‘불법(佛法)은 따르되 귀신을 함께 제사하라’는 경향이 생긴 것으로 추측된다. 정토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재래의 계세(繼世)적인 내세관이 고구려의 독자적이고 새로운 모습으로 표현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한 가지 생각해볼 것은 도교사상에 관한 것이다. 도교사상은 유교와 함께 중국의 고유사상으로 이해되어왔다. 하지만 중국의 주(周)와 한(漢)을 중심으로 발전한 유교와 달리 중국적인 성격이 미미한데, 은(殷) 및 제(齊)와 관계가 깊은 동이족에서 비롯돼 발전했다는 견해가 있다. 고구려 고분에 적지않게 출현하는 도교의 산해경(山海經) 신화는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즉 중국문화에 있어 도교는 비(非)한족적 성격인 동방의 변경문화에서 유래했다고 볼 수 있다.

고구려 고분, 그 중에서도 덕흥리 고분 벽화에는 북두칠성을 중심으로 무수한 별들이 그려져 있고 도교적 맥락의 남두육성(南斗六星) 별자리도 그려져 있다. 북두칠성은 도교적 성수관념을 내포하고 있으며 불교 사찰의 칠성각을 연상케 한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 그려진 성숙(星宿) 그림과 삼림(森林)을 보면 그 기저에 하늘과 달과 별을 숭상하던 고구려인의 샤머니즘이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고구려인들은 숭상의 대상이 되는 천공(天空)도 죽은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고 보았다.

신선이 그려진 3~4세기의 고구려 벽화에는 하늘의 세계를 노니는 선인 선녀들, 악기를 연주하는 신선들, 선조(仙鳥)를 탄 천왕이 깃발을 휘날리며 하늘을 나는 승선(乘仙) 장면, 승조(乘鳥)의 신선이 학을 타고 있는 모습 등이 등장한다.

이는 모두 무술적인 비상(飛上)을 의미한다. 날개 돋친 인간, 즉 조인(鳥人) 형상은 후대 도교에서 우인(羽人), 우사(羽士), 비천(飛天)의 모양으로 발전한 조인일체(鳥人一體)의 형상이다. 해모수가 쓴 깃털관은 곧 까마귀의 깃털을 의미하고 이는 태양을 상징하는 삼족오를 연상케 한다.

해모수는 동이족 신화에 등장하는 태양신이며 도교의 설화가 담긴 그림이라 하겠다. 또 죽은 사람을 하늘로 보내는 표현은 도교의 신선사상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 하겠다. 이처럼 죽음의 세계에서 영혼이 계속 존재한다고 여기는 계세(繼世)적 사상은 고구려의 후기 특징으로 나타난다.

장생불로한다는 도교의 신선은 반드시 수양을 쌓고 술(術)을 체득해야만 비로소 하늘을 날 수 있다. 즉 신선사상이 그들에게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채색 구름과 풍악 속에서 수많은 존재의 호위를 받으며 오륜거(五輪車)를 타고 내려오는 모습은 이를테면 도교에서 말하는 신선의 강림이다.

또 고구려 고분 벽화에 나오는 야장신 그림은 예로부터 중국 민간에서 믿어오던 대장간의 직업신 행신(行神)이 노자에 등장하는 태상노군(太上老君)의 인괘로(人掛爐)에서 금단(金丹)을 제련하는 장면과 비슷하다.

고구려 고분(각저총과 무용총)은 천장이 팔각을 이루어 올라갈수록 좁아진다. 필자는 이것이야말로 팔각정 건물의 원형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여덟 면으로 뻗어나가는 우주를 상징하는데 다분히 도교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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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유재신 토론토대 동아시아학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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