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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요리솜씨

소설가 이외수 산천어매운탕

괴짜사공이 건져 올린 얼큰한 맛의 노래

  • 글: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사진: 김용해 기자 sun@donga.com

소설가 이외수 산천어매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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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취미는 낚시다. 예전에는 2~3일에 한 번씩 다녔다. 고기가 많이 잡힌 날에는 양동이 가득 매운탕을 끓여 온 동네 사람에게 나눠주곤 했다. 하지만 근래에는 건강이 나빠져 작품을 끝낸 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나선다. 그럼에도 요즘 이 집에서 가장 흔한 음식이 산천어매운탕이다. 올해 1월 그가 홍보대사로 나섰던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 때 쓰고 남은 산천어가 아직도 많기 때문.

이외수의 매운탕 솜씨는 부인 전영자(全榮子)씨가 보증한다. 그 나름의 비법이 있다. 웬만한 야채는 칼을 대지 않고 손으로 자른다. 그래야 야채의 신선한 맛이 온전히 남는다는 것. 미나리, 부추, 대파, 깻잎, 쑥갓, 풋고추 등은 손으로, 감자, 당근, 양파 등 딱딱한 것은 어쩔 수 없이 칼로 썬다. 산천어는 꼬리와 지느러미를 가위로 잘라내고 비늘을 칼로 긁어낸 다음, 배를 갈라 내장을 발라내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재료 손질이 끝나면 냄비에 물을 적당량 부은 후 생선과 마늘 다진 것, 고추장, 고춧가루, 정종을 조금 넣고 1시간 정도 충분히 끓인다. 이때 고추장을 너무 많이 넣으면 텁텁한 맛이 나므로 고춧가루와 적당한 비율로 섞는 것이 기술.

또 하나의 비법은 빵가루를 물에 개서 넣는 것. 그러면 국물에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더해진다. 마지막으로 소금으로 간을 맞춘 뒤 준비된 야채를 모두 집어넣어 한소끔 더 끓이면 얼큰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인 매운탕이 완성된다.

아쉽게도 그는 자신이 만든 매운탕을 남들만큼 즐기지 못한다. 건강에 문제가 있기 때문. 젊은 시절 폐결핵을 앓아 폐의 절반이 굳었고, 신장도 약한데다 최근엔 골다공증에 신경통까지 생겨 그를 괴롭히고 있다. 그래서 하루 한끼만 먹는다. 가혹하리만큼 그의 육체를 빼앗아간 문학이란, 아니 ‘글’이란 과연 그에게 무엇일까.



“그동안 크게 착각했는데, 옛날에는 내가 글을 쓰는 줄 알았거든요. 글이라는 대상을 내 맘대로 좌지우지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알고 봤더니 그게 아니고, 글이 나를 선택해서 온 육체와 영혼을 송두리째 노예로 만들어 부려먹은 것이더군요. 웅치고 뛸 수가 없어요. 글이란 ‘불가시적 지성체’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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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사진: 김용해 기자 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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