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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김근태의 대권플랜

통합의 리더십 vs 평화통일 전도사

  • 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gangpen@donga.com

정동영-김근태의 대권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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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대표의 과거는 그 자체가 민주주의를 향한 투쟁의 역사다.

1971년 서울대 내란음모 사건으로 수배, 1974년 긴급조치 9호위반으로 수배, 1983년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초대 및 2대 의장, 1985년 민청련 사건으로 구속, 1989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집행위원장, 1990년 전민련 활동으로 구속.

김 전 대표는 일반인에게 재야운동권 출신이라는 이미지와 진보적 좌파성향 또는 개혁적인 ‘투사’로 깊게 각인돼 있다. 문제는 이런 강한 이미지 때문에 김 전 대표가 지닌 다른 장점들이 가려진다는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시장경제에 남다른 관심과 애정이 있다는 점을 피력하기 위해 국회 상임위도 줄곧 재경위만 맡았다. 또 정보화 사회를 이끌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나름의 노력도 기울여왔다. 김 전 대표가 첫 당직으로 전자정부구현 정책기획단 위원장을 맡은 것도 그 일환이었다.

그동안 이 같은 이미지관리 덕분에 김 전 대표의 강한 이미지는 일정부분 완화됐다. 특히 지난 총선을 통해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대중성과 인지도 부족도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총선 이후 다시 한번 원내대표에 나설 뜻을 여러 차례 피력한 바 있다. 한 측근은 “소수 정당의 원내대표가 아닌 다수 의석을 확보한 실질적인 집권여당의 원내대표가 돼 원내정당화를 위한 초석을 다지고 싶지 않겠느냐”고 반문해 김 전 대표의 의중을 전하기도 했다. 여러 가지 변수가 있었지만 실제로 측근들은 원내대표 재도전에 무게를 두고 나름의 전략에 따른 향후 일정을 준비했었다.

측근들은 김 전 대표가 원내대표를 다시 맡아 지난 4·15 총선을 통해 원내에 진출한 재야운동권 및 386세력을 규합해 당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을 우선과제로 삼았다. 거시적으로는 김 전 대표의 개혁이미지에 평화통일이미지를 더해 ‘동북아시아의 평화통일 전도사’라는 입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 5월 일본 방문에 이어 6월 중국 방문, 7월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참석 등의 외유일정도 동북아시아의 대표적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준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측은 특히 중국 방문길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보아오 포럼’을 아시아판 다보스그룹으로 추진하려는 복안까지 마련해 둔 상태였다고 한다.

동북아 외교는 잠시 중단

그러나 노 대통령의 입각제의는 떨치기 힘든 유혹이었다. 행정경험이 전무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해소하는 데 장관직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자리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통일부 장관이라면 그의 장기적 대권플랜인 ‘동북아시아 평화통일 전도사’라는 이미지 메이킹 전략과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자리다. 결국 김 전 대표는 노 대통령이 통일부 장관 자리를 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입각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이에 대해 “유세현장에서 참여정부의 역사적, 현실적 성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 본인의 발언에 대해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로 입각을 결정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상황은 이때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원내대표 경선에 재야운동권 후보로 이해찬 의원을 내세웠지만 당권파 후보로 나선 천정배 의원에게 6표차로 석패했다. 원내 주도권을 당권파에게 넘겨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 결과 김 전 대표의 측근들로 채워졌던 원내대표실 산하 정책실 인원이 천정배 신임 원내대표 측근들로 대폭 물갈이됐다. 김 전 대표로서는 한반도 재단과 함께 전체적인 조직재정비 요인이 발생한 것이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정 전 의장의 의장직 사퇴에 이은 입각 결정, 그리고 정 전 의장이 보건복지부가 아닌 통일부 장관 입각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전 대표는 매우 복잡한 상황에 빠져버렸다.

또 대학 및 운동권 후배인 이해찬 의원이 신임 국무총리 내정자로 지명되면서 “그 밑으로 들어가는 게 껄끄럽지 않겠느냐”는 시선도 부담스러운 처지가 됐다. 김 전 대표측은 그러나 “장관은 국무위원이다. 국민을 위한 진정한 개혁정책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지 자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선·후배나 나이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지난 6월14일에는 김 전 대표가 노 대통령의 공공주택 분양원가 공개 반대 입장에 대해 “계급장을 떼고 치열하게 논쟁하자”며 청와대와 각을 세우자 당내 일각에서는 ‘입각포기 수순밟기 아니냐’는 해석이 분분했다.

김 전 대표측은 이에 대해 “청와대를 향한 발언이 아니라 우리당 내부의 각성을 촉구한 것”이라고 지나친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 “행정부로 들어가서 국정을 도와주기로 한 대통령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입각결정엔 변함없다는 이야기다.

한 측근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입각과 동시에 개인적 차원의 동북아 중심외교는 당분간 중단할 계획이다. 국정운영을 하는 데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미 보류된 중국 방문은 물론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도 참석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론내렸다고 한다.

대신 한반도재단을 확대 재정비해 활성화시키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재단 상근인원은 5명으로 늘었다. 재단 산하 ‘동북아전략연구소’가 새롭게 만들어져 3명의 상근자가 추가됐다.

이 연구소는 김 전 대표와 가까운 이인영 의원이 주도적으로 만든 것으로 원내외 구분 없이 전대협 및 386 운동권 출신 40여명이 참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북아전략연구소는 2주에 한 번 모임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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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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