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안제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장이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내 자신의 집무실에서 충청권 신행정수도 후보지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실 우려가 됩니다. 정부부처가 빠져나간 뒤 공허하게 건물만 남으면 과천시는 타격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그 시설에 수도권과 연관된 적절한 기능이 들어오도록 해야 합니다. 과천시도 정부청사 이전 후의 상황을 우려해 자체적으로 대책을 마련중인 것 같아요. 예컨대 정보통신(IT)산업 단지를 유치해 미국의 실리콘 밸리처럼 과천 밸리를 조성하는 쪽으로 특색화해야 할 것입니다. 과천 정부청사 자리로 특수한 기능이 와서 그곳에 일종의 클러스터를 형성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외국대사관에도 이전 요청할 것”
충청권 수도 이전의 또 다른 난제는 공항문제로 알려져 있다. 수도는 국가의 상징이고 외교, 경제, 문화 교류의 중심이어서 공항 등 해외로 연결되는 교통시스템이 잘 갖춰져야 한다. 최근 막대한 정부 재원을 들여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했지만 충청권 수도 후보지들은 인천공항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충청권에 소재한 청주국제공항은 새 수도를 전세계 주요 도시로 연결시키기엔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다.
-새 수도는 인천국제공항과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공항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계획입니까.
“광역권 계획까지는 아직 안 나갔는데…. 새로운 국제공항을 건설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인천국제공항과 청주국제공항에 노선을 적절히 배정해 활용해나갈 계획입니다. 새 수도에서 가까운 지역을 여행할 때는 청주공항을 이용하는 그런 방식이 되겠지요. 신행정수도와 청주공항 사이는 가까운 거리지만 길을 새로 놓아야 할 것입니다. 신행정수도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직접 갈 수 있도록 서해안을 따라 신행정수도-인천국제공항간 전용도로를 만들 생각입니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외국의 대표들이 굳이 서울 시내를 통과하지 않고 신행정수도로 바로 오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입니다. 서울 시내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과 큰 차이가 없도록 해야겠지요. 수도를 건설할 때 가장 중요시되는 것이 도로 다음이 철도, 세 번째가 공항입니다. 반드시 대책을 강구할 것입니다.”
김 위원장의 말대로 모세혈관처럼 전세계로 연결되는 국제공항시설을 갖추지 않은 수도는 국제경쟁력에서 크게 뒤처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근의 청주국제공항을 비약적으로 확장시키지 않는 한 신행정수도와 인천국제공항을 잇는 전용도로 개설은 불가피해 보이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교통체증이 극심한 지역인 수도권 도심을 통과해야 하는 기존 서해안고속도로나 경부고속도로, 국도만으로는 인천국제공항이 신행정수도를 해외에 연결시켜주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 신행정수도와 인천국제공항을 잇는 전용도로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이를 건설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용도로 건설은 그 자체로 상당한 규모의 국책사업이 될 것이다.
신행정수도가 실현된다면 600년의 역사를 갖고 서서히 도시가 확장된 서울에 비해선 훨씬 정비된 계획도시의 면모를 갖게 될 것은 틀림없다. 도심에 들어서게 되는 ‘외교타운’도 그 중 하나다.
-신행정수도에 대규모 외교타운을 건설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사실입니까.
“고려하고 있습니다. 외국의 사례를 검토해 보니 새로운 수도를 만들 때 외교타운을 함께 조성해도 충원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수요조사부터 할 예정입니다. 일단 외교통상부가 서울 주재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외교타운을 만드는 것에 찬성하는지 여부, 만든다면 집단화하는 것이 좋은지 여부, 면적은 어느 정도 필요한지 여부, 외교타운을 만든다면 입주할 의향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할 계획입니다. 일단 외교타운엔 각국 대사관, 대사관저, 외교관 자택, 외교관 자녀들을 위한 교육시설, 외교와 관련된 한국의 공공기관들이 함께 입주하는 방안을 검토중입니다.”
-서울에 있는 외국대사관에선 충청도로 이사할 생각은 전혀 안하고 있을 텐데요.
“물론 아직 그런 생각은 하지 않겠지요. 그러나 우리가 ‘이사 준비해 주십시오’라고 하면 준비하실 겁니다.”
“美 대사관 용산이전, 우리와 협의해야”
이주문제와 관련 주한 미국대사관은 현재 서울 용산으로의 이전을 추진중이다. 충청도로 수도가 이전되면 다시 이사를 해야 할지도 모르는 형편이다. 국회의 800억원대 건물 신축 논란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대사관이 세종로에서 용산으로 이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의 미국대사관의 용산 이전은 불필요한 일이 되는 것입니까.
“미국대사관의 용산이전 문제는 우리와도 조율돼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요새 국회도 건물을 증축한다고 합니다. 앞으로 10년 정도 사용한 뒤 철거할 건물이라면 신축해도 되겠지만 반영구적으로 쓸 건물을 짓는다면 건물을 짓기 전 우리와 협의할 필요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신행정수도로 들어올 것인지 여부를 먼저 결정한 뒤에 기존 청사 주변에 새 건물을 신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대선 때 수도를 이전하면 수도권의 집값이 폭락한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수도이전이 수도권 부동산 가격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십니까.
“그건 한나라당의 주장이었는데 수도권의 경제력이 얼마나 큰데 폭락하겠습니까. 그러나 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다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수도 이전 후엔 부동산 가격이나 거래량이 과거나 현재와 같은 수준에는 못미칠 것입니다. 또 그렇게 되어야만 수도 이전의 효과가 생기는 것입니다. 수도권의 과도한 거품이 빠져 서민생활의 어려움이 해소되어야 합니다. 수도권은 좀 내려가고 낙후된 곳은 좀 올라 전국적으로 평준화해야 합니다. 집값이 아주 폭락해 수도권이 가을에 낙엽이 구르듯이 황폐화될 것이라고 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19세기 이후 수도를 이전한 나라 중 그렇게 된 예가 없습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옮긴 곳에서 예상외로 정착이 늦어지는 경우가 더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