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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판 新주류 70년대생

굿바이 386, 우리는‘쿨’한 세상으로 간다

  • 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문화판 新주류 70년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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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판 新주류 70년대생

70년대생 작가의 맏형 격인 김연수(왼쪽)와 리얼리즘을 표방한 김종광.

70년대생들이 청소년기를 보냈던 80년대의 놀이문화가 많이 등장하는 것도 또 다른 공통점이다. ‘아라한’의 주인공이 80년대 텔레비전 만화의 주인공이었던 마루치 아라치인 점, 1974년생인 김동원 감독의 영화 ‘해적 디스코왕 되다’에 나오는 디스코텍 문화, 그 외에 서울우유병, 88올림픽, 롤러장 문화 등 70년대생 감독들이 만드는 영화 속엔 80년대적인 소품이 가득하다. 이는 단순한 소품 이상의 작용도 한다.

“386세대인 유하 감독의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는 이소룡이 나왔지만 류승완 감독의 영화에는 성룡이 나옵니다. 두 감독의 차이는 바로 이소룡과 성룡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이소룡은 완벽했지만 비극적 인물이었던 반면 성룡은 약간 어수룩하면서도 희극적인 인물이죠. 이는 ‘말죽거리 잔혹사’와 ‘아라한’이 다른 점이기도 합니다.” 영화평론가 이상용씨의 설명이다.

영화광세대와 영상세대의 차이

한편 현재 영화판 스태프들은 대다수가 70년대생이다. 특히 연출진과 마케팅 담당자들 중 60년대생을 찾아보기는 힘들 정도. 조감독도 이미 70년대 후반생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감독의 나이에 관계 없이 연출진의 젊은 피가 영화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다음은 영화 ‘싱글즈’의 시나리오를 쓴 노혜영(28) 작가의 이야기.

“주인공들이 제 또래였기 때문에 제 감각대로 쓰긴 했지만, 글을 쓴 후 반드시 스태프들의 ‘검열’ 과정을 거쳤어요. 특히 젊은 여성 스태프들이 공감하는 내용이라면 관객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겠구나 싶었죠. 감독님(권칠인·43) 역시 스태프들을 통해 많이 배웠다고 해요. 사실 시나리오만 볼 때는 몇몇 부분이 의아하기도 했는데 저와 젊은 여성 스태프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문맥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하죠(웃음).”



그런데 영화 스태프들은 같은 70년대라도 중후반생이 많다. 이미 70년대 초반생이 감독으로 데뷔하는 상황이니 연출진이 더욱 젊은 것은 당연한 일. 류승완 감독은 “70년대 후반생인 조감독이나 80년생인 동생(배우 류승범)과 이야기하다 보면 같은 세대일까 의문이 들 정도로 다른 면이 많다”고 한다.

“70년대 초반생을 영화광세대라고 한다면 중후반생은 그냥 영상세대라고 하면 될 것 같아요.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스토리보다는 영상 자체에 맞춰져 있죠. 저희만 해도 스토리를 중요하게 여겨 문학작품을 읽고 고전영화를 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중후반생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저희와 다를 뿐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시나리오는 전문작가에게 맡기고 빼어난 영상을 만드는 데만 몰두할 수 있으니까. 그보다는 극영화의 쇠퇴가 문제인 것 같아요.”

류 감독은 요즘 70년대 중후반의 젊은 감독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실험적 독립영화들이 상당수 다큐멘터리인 점에 주목했다.

“70년대 초반생들은 극영화에 몰두했어요. 극영화는 어떤 방식으로든 현실을 극복하려고 하죠. 하지만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 만든 독립영화 중엔 현실을 재가공해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가 많아요. 사회 속에 감춰진 다양한 이면들을 쏟아내고는 있지만 그것으로 끝이에요. 그게 아쉽죠.”

죽음을 이야기했던 신세대 문학

70년대생이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영화계뿐만이 아니다. 문학에서도 70년대생 작가들은 이미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잡았다. 1970년생인 김연수(34)는 지난해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했고 2002년에 등단한 새내기 정이현(32)은 첫 소설집 ‘낭만적 사랑과 사회’로 올해 동인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새롭고 톡톡 튀는 젊은 감각으로 문단을 자극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권위 있는 문학상까지도 휩쓰는 ‘주류’가 된 것이다.

사실 문화계에서 70년대생 작가들이 주목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0년대 중반 이들은 ‘신세대 문학’ 돌풍을 일으키며 등장했다.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빠이, 이상’의 김연수, ‘내가 사랑한 캔디’ ‘목화밭 엽기전’의 백민석(33), ‘검은 사슴’ ‘내 여자의 열매’의 한강(34),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의 김경욱(33), ‘무정한 짐승의 연애’의 이응준(34) 등이 대표적인 작가들이다.

1990년대 초반 등단한 이들은 당시 사회와 국가, 민족이라는 거대담론이 무너지고 소비자본주의, 대중문화의 영향력이 커지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내부로 참잠해버리고 마는 개인의 모습을 주로 그렸다. ‘큰 것’에 억눌려 있던 1980년대를 보상하기라도 하려는 듯 ‘작은 것’, 즉 개인을 극대화하는 경향을 보인 것. 하루키적(的), 허무주의, 쿨(cool), 재즈, 암흑 그리고 죽음 등이 당시 이들의 소설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정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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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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