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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가격 왜 비싼가

초호화 마케팅, 빗나간 과시욕에 수입차 시장은 지금 ‘거품전쟁’

  • 글: 이심기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sglee@hankyung.com

수입차 가격 왜 비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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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가격 왜 비싼가

고가 수입차 일색의 국내시장에서 최근 혼다코리아가 내놓은 3000만원대 ‘어코드’는 수입차 구매 패턴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국내 수입차 업체가 출혈경쟁을 하면서까지 본사 이익에 기여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각종 옵션 등 알짜 이익을 낼 수 있는 선택사양을 추가하면서 수입차 가격을 높여 본사가 그 혜택을 고스란히 챙겨가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도요타의 경우 지난 2002회계연도(2002년 4월∼2003년 3월)에만 93억원의 순이익을 내 이중 절반이 넘는 51억원을 일본 본사에 배당하는 ‘효자 판매법인’노릇을 했다.

그렇다면 차종에 따라 기본 가격에 최소 25%, 최고 50% 가까이 추가되는 옵션을 줄여 차값을 낮추면 되지 않을까. 수입차 업체들은 한국 소비자의 구매 특성상 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잘라 말한다.

실제로 BMW코리아는 지난 90년대 후반 수입차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옵션의 ‘거품’을 완전히 뺀 3시리즈 컴팩트모델 100대를 수입한 적이 있다. 대당 가격도 3200만원으로,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 시도는 결국 참패로 끝났다. 1년 동안 팔린 차가 손으로 꼽을 정도여서 수입한 차의 대부분이 악성재고로 남아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BMW코리아는 최근 컴팩트 SUV(스포츠 레저 복합차량) ‘X3’모델을 들여오면서 본사에 아시아지역, 특히 한국시장용 판매차량에는 가죽시트와 최첨단 옵션이 반드시 추가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대부분 수입차들의 경우 기본 골격과 디자인을 빼면 현지 판매차량과는 완전히 다른, 거의 차를 개조한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 관계자도 “수입차의 차량시트를 천으로 만들면 국내 소비자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며 “부대장치 역시 풀 옵션만을 선호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한국 소비자를 위해 특별주문된 차를 만든다는 얘기다.

스포츠카 마니아가 열광하는 포르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가죽시트, 알루미늄 룩 패키지 등은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 풀 옵션만을 선호하기 때문에 국내에 들어오는 포르셰 모델은 이런 사양이 기본으로 장착된다. 예를 들어 카이엔터보이의 경우 해외에서는 추가로 장착하는 옵션인 프로트 앤드 리어 파크 어시스트, 터보 휠 등의 다양한 장치들이 국내 판매 차량에는 기본으로 갖춰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옵션 선호 현상이 수입차 업체가 의도적으로 조장한 럭셔리(Luxury) 마케팅의 결과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소비자의 잘못된 소비행태만을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는 없다. 일부에서는 올들어 수입차 업계에서 유행처럼 번진 PPL(Product Placement) 등이 수입차 과소비 현상을 부추긴 단적인 사례로 지목하고 있다.

드라마 협찬은 ‘필수’

아우디의 경우 지난해 차값만 1억8000만원이 넘는 럭셔리 세단 뉴 아우디 A8의 출시를 앞두고 SBS드라마 ‘올인’에 협찬, 사전 붐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특히 드라마 ‘올인’에는 포드의 스포츠카인 빨간색 머스탱과 검은색 링컨 타운카 등이 등장, 각 업체마다 치열한 PPL 마케팅전쟁을 벌였다. BMW도 MBC 미니시리즈 ‘위기의 남자’에서 남자 주인공이 SUV ‘X5’를 타고 다니는 장면이 방영된 이후 판매실적이 대폭 증가하는 효과를 누렸다.

근래 각종 드라마에 등장한 수입차는 다임러크라이슬러의 그랜드체로키(KBS ‘노란손수건’)와 세브링 컨버터블(MBC ‘인어아가씨’), 메르세데스벤츠의 SUV M클래스(SBS ‘흐르는 강물처럼’) 등 한 손으로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다. 수입차 업체는 차량 제공은 물론이고 드라마 제작비에도 수천만 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이 돈은 결국 개인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몫이 된다. 업계에서는 대략 차값의 10% 정도를 각종 마케팅 비용으로 추산하고 있다.

판매시기와 지역에 따라 수입차의 가격 편차가 심해지면서 적정가격에 대한 신뢰감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수입차 가격 논란이 벌어지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일부 수입차 업체들이 딜러십을 남발, 서울지역 내에서도 동일차량의 판매가격이 수백만 원에서 1000만원까지 벌어지고, 딜러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수입차를 정가(定價)에 사면 바보’라는 얘기마저 들린다. 수입차 전시장이 즐비한 강남의 도산대로를 돌면서 흥정하면 얼마든지 가격을 깎을 수 있다는 얘기는 수입차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정설로 통한다.

게다가 최근 2∼3년 동안 일부 수입차 업체들이 대대적인 할인판매 행사를 ‘상설화’하면서 제살 깎기 경쟁을 벌인 점도 수입차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수입차 업체간 시장점유율 격차가 커지고 내수침체의 여파가 수입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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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심기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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