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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취재

성황 이룬 평양예술단 첫 호주 공연

“요참엔 거저 호상간에 안면이나 트려 했는데…”

  • 글: 윤필립 재(在) 호주 시인 phillipsyd@naver.com

성황 이룬 평양예술단 첫 호주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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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황 이룬 평양예술단 첫 호주 공연

“종교가 무슨 상관입네까?” 시드니 한인성당에서 교민들과 함께한 예술단원들.

-언제, 무슨 일로 북한을 방문했나.

“1995년 시드니에서 호주의 한 노동조합 그룹 회의가 열렸다. 그때 회의에 참석한 북한대표단을 만났고, 그들의 초청으로 그 이듬해에 북한을 3일간 방문해 회의를 가졌다. 북한의 관광명소 몇 곳도 관광했다.”

-당시 북한에 대한 인상은?

“주로 평양에 머물렀고 안내원을 따라다녔기 때문에 내가 받은 인상을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지나칠 정도로 질서정연하고 조직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라고 느꼈다.”

-북한 주민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는가.



“한 여성단체의 안내로 여러 곳을 방문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것은 만나는 사람마다 간절한 ‘북남통일의 열망’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극소수 주민을 만났을 뿐이지만, 모두가 ‘통일’ 한 가지만 소망하는 것 같아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의 소망을 의심하는 건 아니다”

-그 당시 본 북한예술단의 공연과 시드니에서 본 평양예술단의 공연을 비교한다면?

“둘 다 훌륭한 공연이었다. 공연자들의 기량이 아주 뛰어나고 프로그램의 독창성이 느껴져 흥미로웠다. 언어 때문에 공연 내용까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선율과 춤동작 등에서 부분적으로나마 북한의 정서를 느낄 수 있었다.”

-호주의 존 하워드 총리와 자유-국민 연합당 정부가 미국, 영국과 더불어 북한, 이라크 등에 대해 강경책을 이어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한동안 그랬다. 하지만 북한과 이라크는 다르다는 게 내 생각이고, 최근엔 호주 정부도 생각을 조금씩 바꾸는 것 같다. 특히 북한에 대해서는 강경책 일변도는 아니다. 일반론이지만 외교는 상호주의 원칙을 무시할 수 없다. 그동안 북한이 많이 변했고 지금도 변하고 있으니 호주 정부도 그에 상응하는 정책을 펼 것이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재오스트레일리아동포련합회는 단체의 명칭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호주 동포사회의 대(對)북한 관련단체다. 평양예술단의 호주 순회공연도 재오련의 초청으로 이뤄진 것이다. 재오련은 그 외에도 북한 관련 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해오고 있다. 그렇다면 친북 성향의 재오련이 주최한 평양예술단 호주공연을 대한민국 정부와 관련을 맺고 있는 시드니한인회가 지원하고 ‘평양예술단 환영의 밤’까지 마련한 이유는 무엇일까.

벨모어 RSL클럽에서 열린 ‘환영의 밤’에서 한인회 백낙윤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남북간 합의로 이루어진 6·15 공동성명을 시작으로 남북교류가 다방면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통일을 위해 북한에서 오신 평양예술단 여러분을 따뜻한 동포애로 환영하자”고 말했다.

한인회장에 이어 환영사를 한 재오련 임용모 회장은 “재오련이 평양예술단을 위한 환영행사를 부탁했을 때 기꺼이 응해주신 한인회에 감사한다”며 “이번 기회에 같은 역사와 문화를 가진 북부 조국에 대하여 더 많이 알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재오련은 ‘친북단체’?

이쯤에서 독자들은 두 단체가 반목과 대결로 이어져온 일본 민단·조총련의 관계와는 사정이 다르다는 사실을 눈치챘을 것이다. 호주 전역을 통틀어 6만명 정도밖에 안 되는 한인사회 규모, 그리고 길지 않은 호주 한인역사에 그 이유가 있다.

우선 한인회 백낙윤 회장과 재오련 임용모 회장은 둘 다 교회 장로다. 오랜 친분도 있는 터라 임 회장은 그간 한인회 일을 많이 도왔다. 뿐만 아니라 그 자신이 한인회 회원이다. 이는 일본 한인사회와 호주 한인사회를 도식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는 단적인 예가 된다. 다시 말해서 한인회와 재오련 간에는 반목과 대결의 역사가 전혀 없었고 지금도 별 갈등 없이 서로 협조하고 있다.

재오련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단체를 과연 친북단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크리스천 일색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재오련 이문철 부회장은 장로, 문상수 사무국장은 목사다. 박용하 평양예술단 호주공연 준비위원장은 ‘북한 선교’의 신념을 지닌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고, 김용만 평양예술단 호주초청 후원회장도 장로 신분이어서 재오련 주축멤버의 면면만 놓고 보면 무슨 기독교단체의 명단을 보는 것 같다.

특히 박용하 준비위원장은 평양예술단 일행에게 ‘하느님의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서 시드니 한인성당 공연까지 주선해 성사시켰다. 그의 뜻대로 선교 목적이 이뤄졌는지는 모르지만, 성당에서 평양예술단의 공연이 열렸다는 사실은 매우 이채로운 대목이다.

시드니에서 비행기로 다섯 시간이나 걸리는 서부 호주의 퍼스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마치고 다시 비행기로 이동, 멜버른 공연을 끝낸 평양예술단은 5월30일 시드니 어번에 있는 한인성당에서 공연을 가졌다. 흰색 예수 성상과 마리아 성상이 서 있는 한인성당에 도착한 평양예술단의 표정은 담담했다. 성당 공연도 다른 공연과 마찬가지로 ‘반갑습니다’로 시작해서 ‘다시 만납시다’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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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필립 재(在) 호주 시인 phillipsy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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