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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기획|수도이전 논란, 나라가 찢긴다

2002 대선 노무현 캠프 회의록에 나타난 행정수도와 득표 전략

“충청에서 전체 판세 이끌어야. 행정수도 더 밀고 가라”

  • 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2002 대선 노무현 캠프 회의록에 나타난 행정수도와 득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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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대선 노무현 캠프 회의록에 나타난 행정수도와 득표 전략

2002년 12월23일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선대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국회 동의 없이 정부가 행정수도 이전 후보지 토지수용을 집행할 수 있습니까.

“단위가 4조3000억원에 이르므로 국회 동의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정부가 행정수도 이전 후보지의 토지수용 예산을 올해 정기국회 때 국회에 제출할까요.

“그렇게 하리라고 봅니다.”

-그럴 경우 한나라당은 어떻게 할 작정입니까.



“그 예산은 절대로 통과시켜 주지 않을 것입니다. 그건 절대로 안 됩니다.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계획엔 알맹이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수도권 과밀현상이 해소된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주택난, 교통난, 대기오염이 어떤 근거에서어느 정도 완화되는지, 수도 이전으로 인한 지역균형발전 효과는 각 지역별로 어느 정도 되는지 등에 대해 설명이 없습니다. 한나라당은 국회 내 특위 또는 국회사무처 산하 예산정책처 등 중립적 기관이 행정수도 이전의 타당성을 연구하면 그 결과를 보고 이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타당성 연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 예산을 투입하는 것엔 동의할 수 없습니다.”

D-Day는 2005년 4월

상황은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정치적’이 되어갈 것 같다. 우선 2004년 10월 재·보궐 선거가 예고되어 있다. 그러나 선거 지역구는 많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목표는 2005년 4월 재·보궐 선거다. 국회 20여석이 새 주인을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특히 수도권에 선거가 치러지는 지역구가 많을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열린우리당의 불안한 과반 의석이 이 시점에서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한나라당은 이 때까지 행정수도 이전 논란을 끌고 가려 할 공산이 크다. 즉 한나라당 지연전략의 일차적 D-Day는 2005년 4월 선거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야 지형도가 달라지면 행정수도이전 특별법의 개정이 가능해지는 등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여권도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 전환점은 2006년 6월 지방선거다. 열린우리당이 서울시장 선거 한 곳만 잡게 되더라도 행정수도 이전은 확실한 명분을 얻게 된다. 노무현 정부의 지방화 개혁은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고 정국 주도권을 열린우리당이 틀어쥘 수 있다. 이런 분위기는 불과 1년여 뒤 2007년 12월 대선까지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 소속 이명박 서울시장은 시장 재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서울은 전통적으로 열린우리당 강세지역. 행정수도 이전 논란으로 충청 진입이 어려워진 한나라당으로선 서울마저 잃으면 설 땅이 없다.

수도 이전이 코앞에 닥쳤을 때 수도권 유권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에 대해선 검증된 바가 없다. 한나라당으로선 여러 가지 불리한 여건에서 치러야 하는 2006년 6월 지방선거 수도권 선거 전략에서도 행정수도 이전 논란을 지필 필요성이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러하기 때문에 상당수 한나라당 인사들은 “이미 충청을 내준 2004년 7월 시점에서, 순순히 노무현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사업에 협력한다면 향후 수도권까지 내주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왜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놓고 노무현 정부와 정면대결을 벌이지 않는 것일까. 다음은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의 설명이다.

“언론이 ‘한나라당은 중요한 국정현안인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지적했다. 찬성인지 반대인지 양자택일하라는 얘기 아닌가. 그런데 그것이 우리로선 쉽지 않다. 한나라당은 불과 3개월 전까지만 해도 행정수도 이전에 찬성했다. 총선을 앞두고 충청 표 때문에 제대로 검토도 않고 정략적으로 접근한 것이다. 그러나 쉽게 찬성했듯 쉽게 반대하면 역풍이 크다.

더구나 지금 당장 노 대통령과의 정면대결에 뛰어들면 국민적 합의도출이나 정책 검토의 기회가 사라진다. 한나라당이 속도 조절에 나서자 노 대통령은 이번엔 ‘대통령 vs 조선, 동아’의 대립으로 성격을 바꾸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페이스에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과하려면 배지 떼고 해야”

수도이전은 국민적 합의도출과 충분한 정책적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한나라당의 입장은 일견 납득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이런 명분 뒤엔 복잡한 정치적 이해득실이 엿보여 순수해 보이지 만은 않는다.

2002년 대선 이후 1년 반이 지난 시점까지 한나라당이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대해 연구한 흔적은 없다. ‘보고서’ 하나 나온 것 없다.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안(案)이 발표되자 한나라당은 “지금부터라도 검증해보자”고 나섰다. 그러나 한두 달이 지났지만 한나라당은 자체적으로 연구한 결과물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당의 반대로 국회 특위 구성이 안 되어 검증을 못한다”는 군색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이전이 무산됐을 경우 충청권 대책 등 대안이 있어야한다는 점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이를 마련하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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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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