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호

참여정부 시스템 개혁

무용지물·기능중복·전문성 부족… 아직도 실험중

  • 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4-07-28 15: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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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여정부는 ‘시스템 정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권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지금까지 1년6개월 동안 줄곧 국정운영혁신을 위한 시스템 구축과 그에 따른 효율성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시스템은 번번이 고장을 일으켰다. 김선일씨 피랍피살사건, 문광부 차관 인사청탁사건, 올해 3월 발생한 폭설교통대란 등 사건의 연속이었다. 또 이라크 파병문제와 부안 원전 폐기장, 건설문제, 행정수도 이전 등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으면서 국민의 피로감은 극에 달했다. 어디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일까.
    • 국민 대다수에게는 낯설기만 한 ‘참여정부의 국정운영 시스템’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청와대가 올해 초 참여정부 출범 1년을 맞아 발표한 ‘주요 국정시스템 혁신과제’를 중심으로 집중 점검해봤다.
    참여정부 시스템 개혁
    “요즘 정말 파김치다. 몇 개월째 열심히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그런데 일을 하다보니 이런 궁금증이 생기더라. 이걸 누가 다하지?”

    국무조정실 K사무관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털어놓은 푸념이다. 매일 정신없이 제도개선과 시스템구축을 위한 조정작업을 하는데 누가 이 많은 일을 실행할 수 있을지 엄두가 안 난다는 이야기다.

    K사무관은 요즘 일주일에 3~4일씩 야근한다. 일주일 내내 야근한 적도 있다. 날마다 아침부터 퇴근시간까지 회의가 이어지고,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니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 보고서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회의 보고서, 혁신과제 검토보고서, 관련 부처 업무조정결과보고서 등 끝이 없다.

    여기에 7월 초부터 국회 상임위가 열리면서 국회에 제출할 보고서와 국무총리 예상답변서,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요청하거나 질의한 내용에 대한 답변서까지 작성해야 했다. 국정혁신과제 추진 중심부처인 행정자치부는 물론 각 부처 혁신팀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K사무관은 잠시 후 정색을 하고 “국정시스템 구축작업은 필요한 일이다. 그동안 나태했던 공무원들이 이제야 제대로 일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일을 제대로 할 만한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상당수 공무원이 전문성도 부족하고 과거 타성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게 현실이다”고 털어놓았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천명한 참여정부의 기본구상은 크게 ‘3대 국정목표 실현’과 ‘4대 국정원리 구현’으로 요약된다. 3대 국정목표는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 사회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여는 것이고, 4대 국정원리는 ▲원칙과 신뢰 ▲공정과 투명 ▲대화와 타협 ▲분권과 자율이다.

    시스템은 시대정신

    노 대통령은 이 같은 참여정부의 기본구상을 현실화시키는 데 국정시스템의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참여정부의 ‘시스템 개혁전도사’로 불리는 전기정(全基汀) 전 청와대 참여혁신수석실 혁신기획비서관(현 상명대 교수)은 지난 3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3김처럼 강력한 카리스마로 통치하는 시대는 끝났다. 노 대통령 자신이 국회의원 한 사람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따라서 권위 또는 인적요인이 아닌 시스템을 통한 국가경영 외에 대안이 없다. 그것이 시대정신과도 맞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참여정부가 지난 1년6개월 동안 구축한 국정시스템은 어떤 것이고,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큰 틀에서 국정시스템은 국정개혁 혁신과제를 추진하기 위한 청와대와 정부간 ‘업무분장 프로세스’다.

    현재 참여정부의 100대 국정혁신과제를 총괄하는 곳은 청와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위원장 윤성식·이하 혁신위)다. 혁신위는 혁신과제를 행정개혁, 인사개혁, 전자정부, 지방분권, 재정·세제개혁 등 5대 개혁분야로 나누고, 다시 각 분야별 중점과제와 세부추진사안으로 세분했다.

    혁신위에는 이를 위해 개혁분야별로 5개 전문위원회를 설치하는 한편 각 부처별로 신설된 추진단(행정자치부-정부혁신지방분권추진단, 기획예산처-재정개혁추진단) 또는 업무혁신팀(재경부 등 각 부처)과 상호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구축했다. 그리고 이들 사이의 조정역할은 국무조정실에서 맡고 있다.

    혁신위는 별도로 지난 5월초 혁신관리전문위원회를 신설했다. 혁신위 김경엽 혁신관리팀장은 “기존의 5개 전문위원회가 부처의 시스템 조정과 법률 재·개정 등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업무를 해왔다면 혁신관리전문위원회는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업무를 맡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청와대와 각 부처간 프로세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청와대와 각 부처별로 추진하고 있는 국정시스템 혁신과제이다. 비교하자면 실질적인 운영 ‘프로그램’인 셈이다.

    청와대는 지난 2월 참여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참여정부 1년, 성과와 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각 전담부서별 ‘주요 국정시스템 혁신과제 추진현황’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제시한 국정시스템 혁신과제는 모두 25개. 김선일씨 피랍피살 사건 이후 비판이 집중된 국가위기관리시스템과 사회적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사회갈등조정시스템 등이 이 과제에 포함돼 있다. 청와대를 포함해 부처별로 중요한 국정시스템 혁신과제를 골라 그 내용과 문제점을 짚어봤다.

    【청와대】

    청와대가 제시한 국정시스템 혁신과제는 3개다. ▲토론 국무회의 운영 ▲전담수석제 폐지 및 부처자율성 확대를 위한 청와대 직제 개정 ▲견제와 균형의 보좌기능 확립 등으로 모두 완료된 상태다.

    토론 국무회의는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시도한 시스템이다. 과거처럼 대통령의 일방적인 지시로 끝나는 회의가 아닌 주요 안건마다 자연스런 토론을 통해 방향과 결론이 내려지도록 한 것. 권위주의 탈피와 토론문화를 중시하는 노 대통령 특유의 회의 진행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정착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참여정부 시스템 개혁

    2003년 6월11일 청와대 국무회의장. 노무현 대통령이 헌정사상 최초로 3급이상 공무원을 대상으로 인터넷 조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을 국무위원들이 대형화면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

    견제와 균형의 보좌기능을 확립하기 위해 청와대는 참여정부 출범 직전 내부 업무조정 작업을 마쳤다. 예를 들어 정무기능은 비서실장, 정책은 정책실장, 안보는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주요 권한을 배분하는 한편 보좌관에게는 자문역할을, 수석에게는 실행역할을 맡겼다.

    특정 보좌관이나 수석의 정보독점을 사전에 배제하기 위해 ‘독대(獨對)보고 금지원칙’도 세웠다. 대통령이 주요 사안을 보고받을 때는 관련 부처 장관 또는 보좌관이나 수석 등 최소 2~3명을 배석시키도록 한 것.

    그러나 이 같은 시스템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정무기능은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이 함께 수행해 왔다. 그런데 정무수석실 폐지 후 한동안 거론됐던 정무장관실 신설이 백지화되면서 비서실장의 정무역할은 오히려 확대된 상태다. 정무기능은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정치권의 요구와 목소리를 대통령에게 가감 없이 전달하고 조정하는 일이다.

    하지만 참여정부의 정무기능은 사실상 정지된 상태다. 취임 6개월째를 맞고 있는 김우식 비서실장은 대통령 탄핵국면뿐만 아니라 17대 국회 개원직후부터 터져나온 갖가지 정치적 갈등을 해소하는 데 아무런 역할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행정수도 문제로 빚어진 여야간 갈등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라크 파병 찬반을 놓고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에서 일고 있는 내분조차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이 여러 차례 천명했던 당청(黨靑)분리의 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한 조치였다. 정무수석이나 정무장관을 두게 되면 대통령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괜한 오해를 사기 쉽다”며 “앞으로 당 문제는 당에서 알아서 할 일이고 노 대통령은 국정에만 전념할 생각이다. 앞일을 뭐라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정무기능은 당분간 부활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뒤로 가는 청와대 시스템

    청와대가 정부 각 부처의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해 전담수석제를 폐지한 것도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다. 당초 목적은 과거 정부에서 수석·보좌관이 담당 부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발생했던 갖가지 불협화음을 방지한다는 데 있었다. 수석·보좌관의 역할을 대통령에 대한 순수한 보좌와 참모기능으로 제한했던 것이다.

    목적은 순수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비판의 목소리가 여당 내부에서부터 터져나왔다. 지난해 6월 당시 민주당 이강래 의원(현 열린우리당)은 대정부질문에서 “부처 담당 수석비서관제를 폐지하다보니 청와대와 정부 각 부처를 비롯한 중요기관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갈등의 조정·통합 기능이 마비되어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교육정보시스템(NEIS) 도입을 놓고 교육부와 전교조간 갈등이 불거졌을 때 이를 전담하는 수석이 없는 까닭에 청와대 내 정책수석실과 민정수석실, 정무수석실, 참여혁신수석실에서 모두 관여했다. 하나의 사안을 놓고 4개의 수석실이 달려들어 혼선이 빚어졌던 것.

    또 외교 및 국방과 관련해서는 국가안보보좌관 외교보좌관 국방보좌관을 비롯해 정책실장이 관여했고, 경제문제는 경제보좌관과 경제수석비서관을 거쳐 정책실장까지 조율을 거쳐야 해 과거 전담수석제 체제보다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청와대는 올해 5월 비서실 개편을 통해 공석으로 남아있던 정무수석비서관실과 참여혁신수석비서관실을 폐지하고 정책실을 정책기획수석비서관실과 사회정책수석비서관실로 확대했다. 그리고 정책기획수석비서관실 산하에 정책기획과 산업정책, 농어촌비서관실을 두고 경제관련 부처의 업무를 맡도록 했고, 사회정책수석비서관실에는 사회정책, 교육문화, 노동비서관실을 마련해 비경제 부처업무를 담당하게 했다.

    청와대측은 이 같은 비서실 개편에 대해 “그동안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선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과거 전담수석제의 ‘일부 부활’이 아니냐는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실 조직의 기초를 제공한 책 ‘대통령의 성공조건1’의 저자 중 한 사람인 한국정보통신대학 경영학부 이홍규 교수는 지난 1년6개월간의 청와대 시스템에 대해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 교수는 문제의 책에서 청와대 보좌시스템 중 기획·조정·평가 분야의 혁신방향에 대한 글을 썼다.

    다음은 이 교수의 평가다. “과거 청와대 조직은 정치적 문화적 이유에서 권력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민주주의가 한 단계 성숙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런 권력집중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 그 방법으로 제시한 것이 청와대 조직간 견제와 균형 그리고 각 부처별 전담수석제 폐지였다. 견제와 균형은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이고, 분화와 통합이 동시에 이뤄져야하는 것이 조직의 기본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전제가 따른다. 첫째, 총리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 대통령과 총리의 역할을 나눠 대통령은 외치에만 전념하고, 일상적인 업무는 총리가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둘째, 내각과 청와대의 관계가 변화해야 한다. 현대사회의 흐름상 국정운영 환경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국제사회는 갈수록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상호연계성과 긴밀성도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동시에 현대사회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시스템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역할을 전문화시켜 긴밀하게 통합과 조정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 궁극적으로 청와대는 청와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에 집중하고, 나머지 일들은 내각 자율에 맡기는 관계정립이 선행돼야 한다.”

    대통령과 총리, 그리고 청와대와 내각의 역할 분담과 전문화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청와대 조직개편을 시도해 여러 가지 문제점이 야기됐다는 이야기다.

    이 교수는 이어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면 정치사회적으로 기대치가 높아지는 만큼 새로운 정권을 담당한 사람들 입장에선 의욕이 앞서기 마련이다. 그러나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시스템은 생태계나 마찬가지”라며 “추진과정에서 실수가 생기기 마련이고 시간도 필요하다. 정확한 목표와 일관성을 가지고 얼마만큼 전략적으로 추진해나가느냐가 시스템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지난 7월6일 정보관리시스템 의제관리시스템 사후관리시스템 등 3개 관리시스템을 추가로 구축했다고 밝혔다. 정보관리시스템은 각종 언론보도와 부처 및 국정과제위원회 회의자료, 청와대 내부자료, 경찰청 등 관계기관과 전문가, 기업인 등 외부에서 수집된 정보를 수집해 청와대 국정상황실과 각 수석·보좌관실이 배포하고 공유하도록 한 시스템이다. 이 과정에서 정책의제를 발굴하고 각종 회의체를 통해 논의 및 토론과정을 체계화한 것이 의제관리시스템이고, 그 결과를 관리하는 게 사후관리시스템이다.

    박남춘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이와 관련 “그동안 정보가 의제로 발전하지 못하고 흘러버리는 사례가 빈번해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시스템”이라며 “국민적 관심사를 빠짐없이 챙기고 제기된 문제점을 근원적으로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총리 국무조정실】

    국무조정실(국조실)에서 추진하는 국정시스템 혁신과제는 굵직한 현안들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들이다. ▲국책사업타당성 조사제도 개선 ▲정책조정시스템 구축 ▲국정현안조정시스템 구축 ▲사회갈등조정시스템 구축 ▲국무회의·차관회의 관리시스템 ▲대통령지시사항 관리시스템 등 6개 과제다.

    이 가운데 국무회의·차관회의 관리시스템과 대통령지시사항 관리시스템은 청와대와 동시에 구축 완료한 행정시스템이다.

    과거 정부에서는 국무회의가 열릴 때마다 청와대 비서실과 각 부처 장관들이 별도의 보고서를 문서로 작성해 들고 들어갔다. 이런 방식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문건이 유출되는 등 보안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활용성에도 한계가 있었던 것. 회의 도중은 물론 나중에 필요할 경우 찾기가 쉽지 않아 보고서의 활용가치는 일회성에 그쳤다.

    참여정부 국무회의는 디지털방식

    참여정부의 국무회의는 확실히 달라졌다. 이른바 ‘노트북 회의’로 진행돼 적어도 외양만큼은 확실히 바뀌었다. 청와대 비서실과 각 부처 장관들은 회의 시작 전에 사전안건과 보고내용을 파일로 작성해 미리 구축해둔 시스템에 등록시키도록 돼 있다. 보고서는 자연스레 DB로 구축되는 시스템이다. 회의 진행중은 물론 필요할 경우 누구든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과거 정부의 회의가 ‘아날로그 방식’이었다면 참여정부는 ‘디지털 방식’인 셈이다.

    대통령지시사항 관리시스템도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과거 정부는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매년 책자형태로 묶어 각 부처에 배포한 후 이행상황을 보고서로 제출받았다. 하지만 요즘엔 온라인시스템이 도입돼 컴퓨터를 통해 각 지시사항별 담당자와 추진상황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당연히 대통령지시사항을 별도 책자로 발간하는 일은 불필요해진 것.

    국조실 관계자는 “국무회의나 차관회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좀더 혁신적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책사업 타당성 조사제도 개선과제는 올해 1월초 완료됐다. 새만금 방조제축조사업과 경인운하개발사업, 고속철도건설사업 등 그동안 추진된 대규모 국책사업이 시행과정에서 타당성 논란, 용역 공정성 시비, 환경문제, 총사업비의 과다한 증액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자 재발방지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다.

    그동안 500억원 이상 규모의 국책사업은 기획예산처가 주관해 기본계획을 거쳐 예비타당성조사→기본설계 및 타당성조사(사전환경성검토 동시진행)→실시설계(환경영향평가)→사업시행의 절차를 밟아 진행해 왔다. 500억원 이하의 국책사업은 기획예산처가 아닌 해당부처에서 주관하고, 예비타당성조사만 생략될 뿐 동일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

    참여정부 시스템 개혁

    김선일씨 피랍사실이 알려진 2004년 6월21일 소집된 NSC 긴급회의.

    상당수 국책사업은 이 과정에서 타당성 조사를 맡은 일부 용역기관의 직업윤리와 책임감 부족 등으로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예비)타당성 조사 및 기본설계 등 사전검토기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조사를 충분히 하지 못한 데 그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지적됐다.

    또 환경정책기본법에 근거해 타당성 조사단계에서 사전환경성 검토를 거쳐야 함에도 상당수 국책사업이 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문제였다. 사업추진과정에서 총사업비가 과다하게 증액됐을 경우 타당성을 재검증하는 제도가 있지만 이 또한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

    국조실은 이에 따라 기존 용역기관에 학계와 연구기관, 민간전문가 등 일정수의 외부인력이 참여하는 공동용역방식으로 전환키로 하는 한편 인터넷 외부공개, 사전검토기간 연장, 사전환경성검토 강화, 타당성재검증 표준지침 마련 등 개선방안을 마련한 상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에 대해 “신규 국책사업 발굴과 추진에 제동을 거는 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필요한 조치”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시행 초기인 만큼 개선된 제도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남아 있다. 새롭게 바뀐 국책사업 타당성 조사제도의 적용대상과 범위를 어디까지로 정할 것이냐는 점이다. 새만금 방조제축조사업의 경우 이 제도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당 지자체인 전북 도관계자들은 반기는 분위기인 반면, 사업을 반대하는 환경운동단체와 NGO 관계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최근 가장 큰 사회적 현안이자 최대 국책사업인 신행정수도 건설사업이 이 제도의 대상에 포함되느냐 여부다. 전체적인 타당성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만일 이 사업이 이 제도의 적용대상에 포함된다면 상황은 매우 복잡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관련부처의 입장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기획예산처 예산관리국 황해성 국장은 이와 관련 “신행정수도 건설사업은 특별법에 의해 국정혁신과제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제도적용 대상에 해당되지 않고, 사업 중 건물과 도로 등 일부 건설사업만 제한적으로 포함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도개선 실무부서인 국조실 조사심의관실 한 관계자는 “신행정수도는 예비타당성 적용대상에 포함될 것 같은데…정확히 모르겠다”며 직답을 피했고, 총괄심의관실 김용수 사무관은 “대상여부를 검토한 사안이 아니어서 정확히 뭐라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며 답변을 유보했다.

    다만 재경금융심의관실 손동균 사무관은 “단순 건설부문만 국책사업 타당성 조사대상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일반 건설사업뿐 아니라 국가에서 추진하는 모든 국책사업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국조실에서 구축한 또 다른 시스템은 정책조정시스템과 국정현안조정시스템이다. 이 두 시스템은 상호 유기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책조정시스템은 지난 2003년 10월 총리훈령으로 제정된 ‘정부업무조정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정부 부처간 조정절차를 체계화하고 각종 정책조정과제를 발굴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업무 과부하에 허덕이는 국조실

    정책조정절차는 ‘주관부처와 관계 부처간 협의 및 조정→4대 분야별 장관회의→국무조정실의 조정’으로 정해졌다. 여기에서 4대 분야별 장관회의란 경제분야의 경우 주무부처인 재경부 주관으로 열리는 경제정책조정회의, 경제장관간담회이고, 교육인적자원분야는 교육부 주관의 인적자원개발회의, 통일외교안보분야는 통일부와 NSC 주관의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사회분야는 행자부 주관의 사회관계장관회의 등을 말한다.

    만일 이런 절차와 국조실의 조정을 통해서도 정책조정에 실패할 경우에는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와 관계부처 차관회의 등 각급 조정회의에서 다뤄지게 된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이 시스템을 통해 총 93건의 정책조정과제가 발굴돼 이중 81건은 조정이 완료됐고 7월6일 현재 12건만 조정 진행중이다.

    국정현안조정시스템은 곧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다. 이 회의는 국무총리가 직접 주관하는 것으로 관계부처 장관과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정책수석비서관, 상황실장, 관련 비서관 등 5~6명이 참석해 청와대와 내각을 잇는 가교 역할을 동시에 한다. 주로 사회갈등과제를 다루고 정책조정절차를 통해 해결되지 못한 과제를 조정하는 게 중요 회의 안건이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17건의 사회갈등과제 중 사패산 터널구간 공사, 주5일 근무제 도입, 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 NEIS 추진방안 등 10건의 사안이 이 회의를 통해 정리됐다.



    이 두 시스템은 비교적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국조실의 업무량이 크게 늘어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는 게 문제다. 해당 부처간에 조정되지 않아 국조실에 떠넘겨진 사업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국조실 기존 조직 이외에 별도로 만들어진 기업애로해소센터사무처, 수질개선기획단, 주한미군대책기획단, 복권위원회사무처 등이 바로 그 부산물들이다.

    고건(高建) 전 총리가 퇴임 전 기자간담회에서 “행정을 컨트롤하는 시스템은 과거 정부에서는 중앙정보부에 있었고, 문민정부 때는 청와대에 있었다. 참여정부로 들어오면서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가 그 기능을 맡는 것으로 정착됐다. 현재 같은 정부시스템이라면 늘려야 한다”고 국조실 확대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도 국조실이 처한 현실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편 사회갈등조정시스템은 현재 대통령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서 구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위원회는 지난 5월 갈등관리정책전문위원회에서 개발한 ‘갈등관리시스템 구축방안 연구보고서’를 기초로 한탄강댐 건설과 관련한 갈등을 시범사례로 삼아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관련법률 제정도 남은 과제다.

    【행정자치부 & NSC】

    행자부에서 담당한 국정시스템 혁신과제는 ▲정책보좌관제도 도입 ▲전자민원시스템 확대 ▲국가위기관리시스템 구축이다. 정책보좌관제는 지난해 5월 야당의 반대와 여야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청와대 차원에서 밀어붙였던 제도다.

    부처이기, 인력·전문성 부족이 문제

    행자부는 대통령령으로 제정 공표된 ‘장관정책보좌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근거로 23개 장관급 부처 가운데 19개 부처에 정책보좌관을 2~3명씩 둘 수 있도록 우선적으로 허용했다. 중앙인사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위원회, 국무조정실 등 4개 부처는 제외됐다.

    정책보좌관제도 도입 취지에 대해 행자부는 “행정관료 외에 민간전문가의 국정참여를 촉친해 참여행정을 구현하고, 민간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국정에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라며 “기존 행정조직과는 별도로 정부혁신 등 국정과제와 관련해 장관이 지시하는 특별과제에 대한 정책연구와 개발업무, 시민단체와 일반국민 등 민간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도시행 이후 정책보좌관의 전문성 부족과 기존 행정관료 조직과의 보이지 않는 마찰 등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경제관련 부처 등 특정분야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적절한 인물을 찾지 못해 한동안 공석으로 남아있기도 했다. 시행된 지 1년여가 지난 지금도 정책보좌관제는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자민원시스템은 국민의 편의를 위해 주민등록등·초본 등 민원서류를 인터넷으로 발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주민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의 전자정부시스템 작업과 병행되는 지속 추진과제다. 현재 토지(임야)대장등본, 국민기초생활수급자증명, 개별공시지가확인원, 주민등록등(초)본, 건축물대장등본, 농지원부등본, 장애인증명서, 모자가정증명서 등 8종의 민원서류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사실 행자부는 이 두 개의 국정혁신과제보다 정부행정시스템 전반에 관한 혁신과제를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행자부 행정개혁본부의 경우 18개 행정개혁과제와 12개 전자정부개혁과제를 수행 또는 지원하고 있다.

    업무프로세스재설계(BPR)를 통한 일하는 방식 개선, 수평적 정책조정체계 강화, 행정절차의 투명성 제고 및 강화, 정부조직 재설계, 권위주의적 행정문화 청산 등이 주요 과제들이다.

    ‘신동아’가 취재 과정에서 입수한 행자부의 ‘국정과제 추진상황 점검보고회 회의자료’에는 바로 이러한 세부혁신과제를 추진하는 과정에 실무부처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

    회의자료에 나타난 주요 문제점들은 ‘관리자의 인식 미흡’ ‘예산부족으로 인한 한계’ ‘주재자와 위원들의 역량문제’ ‘전문 인력부족’ ‘업무가중에 따른 사기저하’ ‘부처별 이기주의적 행태’ ‘부처내 공감대 형성부족’ 등이었다. 혁신과제를 진행하고 있는 공무원 사회의 현주소다. 행자부뿐만 아니라 다른 부처들도 대부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은 위기의 성격을 기준으로 국가재난관리시스템과 국가외교안보시스템으로 나눠 국가재난관리시스템은 행자부와 소방방재청에서, 국가외교안보시스템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위기관리센터에서 담당하도록 이분화됐다.

    국가재난관리시스템은 지난 6월1일 소방방재청이 개청되면서 실질적으로 일원화됐다. 과거에는 재해와 재난관리시스템이 분리돼 있었으나 두 시스템을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중앙안전관리위원회로 통합한 것. 소방방재청장이 위원회 간사를 맡았다.

    재난발생시 현장대응 지휘체계도 주무 부처별 ‘중앙사고대책본부’를 두고 분산 관리해오던 것을 ‘중앙안전대책본부’로 일원화해 행자부 장관과 소방방재청장이 공동본부장을 맡도록 했다. 또 소방방재청장은 중앙긴급구조통제단 단장을 맡아 각 시도 긴급구조통제단을 지휘 관리할 수 있도록 체계를 정비했다.

    행자부 중앙안전대책본부는 이와 함께 각 시·도·군·구에 재난안전대책본부를 별도로 구성해 시·도·구 긴급구조통제단을 지원토록 했다. 새롭게 구축된 이 시스템이 앞으로 국가적 재난에 가까운 태풍이나 비피해가 발생할 때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소방방재청 조직 내부에서 벌써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소방방재청의 올해 증원규모는 총 104명인데 이중 일반직이 85명, 소방직이 19명으로 일반직이 절대적으로 많다. 전체적으로도 총 정원 267명 중 일반직이 206명인데 반해 소방직은 61명에 불과하다는 것. 이에 따라 현장중심이 아닌 행정관리 중심의 지난 시절의 구태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무용지물 된 NSC 인질대책 매뉴얼

    NSC 위기관리센터에서 구축한 국가안보위기관리시스템은 국가위기상황 전반을 관리하는 포괄적인 시스템이다. 위기관리센터에는 군과 경찰, 소방을 포함한 국가위기관리 관련 기관에서 파견된 요원들이 24시간 근무하면서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각종 상황을 모니터하고 있다. 센터는 모니터 된 각종 상황정보를 분석, 평가해 국가위기 징후가 나타날 경우 관련부처에 경보령을 내리거나 사전 정보를 제공하면서 국가위기의 사전예방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센터에서 관리하는 국가위기 상황에는 외교안보상 위기뿐만 아니라 재해재난도 포함된다.

    이를 위해 통일·외교·국방 등 안보 관련부처와 중앙안전대책본부 및 중앙긴급구조통제단 등 25개 유관기관과 핫라인을 개설하는 한편 영상망과 데이터통신망을 연결해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놓은 상태다.

    NSC 정보관리실은 국정원 및 국방 외교 통일 등 외교안보 관련 부처와 검·경찰 등에서 올라온 다양한 정보를 취합, 특이사항과 위기징조를 파악하는 기능을 맡고 있다.

    NSC는 올해 초 ‘재외국민 관련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을 관련 부처에 배포했다. 대외비로 분류된 이 매뉴얼은 테러·인질·납치·사망 등 위기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었다.

    본지가 입수한 이 매뉴얼은 A4지 25매 분량으로 예방 및 대비활동과 상황별 대응활동, 대응체계, 조치방법 등 테러에 대비한 구체적인 위기관리 지침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에서 발생한 김선일 피랍피살 사건에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정보수집체계는 물론 신속보고체계, 비상연락체계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던 것이다.

    과연 어디에 원인이 있었던 것일까. 감사원의 감사와 국회 국정조사특위의 조사결과가 주목된다. 한편 고건 전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시절이던 지난 4월 외교부에 대해 “경제통상외교와 자국민 보호를 위해서는 영사관리가 중요한데도 뒷전”이라며 외교부의 나태함과 해외영사관에 파견된 외교관들의 전문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산업자원부】

    ▲외국인투자유치시스템과 ▲지역혁신체제 구축과제가 현재 산자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국정시스템 혁신과제다.

    외국인투자유치시스템은 산자부가 외국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원스톱(One Stop)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KOTRA 산하에 만든 ‘Invest KOREA’의 운영체계다.

    Invest KOREA는 KOTRA의 외국인투자전문직원과 산자부, 재경부, 문광부, 환경부, 경기도 등 정부부처에서 파견된 공무원과 변호사, 회계사 등 특별채용된 전문가 등 총 95명으로 구성돼 있는 조직이다.

    이 기관에서 제공하고 있는 ‘원스톱서비스’란 초기 투자상담부터 조세 및 관세감면절차, 법인설립 절차, 공장부지 선정 및 매입을 위한 현장지원, 공장설립 인가 등 인허가 절차의 직접 및 일괄대행처리, 투자자의 국내 정착을 위한 생활여건 상담 등 국내정착단계까지 일대일로 밀착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다분히 형식적인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각 부처에서 파견 된 인력의 전문성도 부족하고 사실상 권한도 각 부처에 있어 단순한 중개 업무 정도만 하고 있는 수준”이라며 “이 기관의 실질적인 권한은 아무것도 없고, 원스톱서비스와는 거리가 먼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지역혁신체제 구축과제는 산자부가 청와대 산하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혁신과제다. 현재 공청회 등을 통해 논의되고 있는데 지역혁신체제는 각 지역별로 지역산업개발 총괄기구(지역개발기구)를 설립하고 대학-산업-지자체 등 지역산업과 지원기관간 네트워크를 조직하는 방향으로 정리될 전망이다.

    아직 구체적인 실행단계에 이르지 않은 상황에서 이에 대한 평가는 섣부른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박경 목원대 디지털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측 공청회 안(案)을 보면 지역산업정책의 자금과 권한을 지방에 넘기는 방안이 모색되지 않고 있으며 여전히 혁신센터 건립 등 시설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형식만 분권적 지역혁신체제 구축이지 내용에는 알맹이가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참여정부 시스템 개혁

    노무현 대통령이 2004년 6월14일 청와대 비서실 개편에 따른 임명장을 수여한 후 회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봉흠 전 정책실장, 김병준 정책실장, 윤성식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

    【중앙인사위원회】

    참여정부에서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바로 인사시스템이다. 참여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행자부 인사국과 중앙인사위로 이분화돼 있던 인사시스템을 일원화시키는 작업을 진행했다. 중앙인사위가 올해 3월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준비위를 거쳐 6월12일 별도의 독립기관으로 재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인사시스템은 공무원도 OK!

    현 정부의 인사시스템은 과거 정부와는 180도 다르다. 장·차관급 정무직의 경우 인사위에서 제공한 인재풀을 기초로 청와대 인사수석과 민정수석실의 평가와 검증작업을 거쳐 청와대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인사추천위원회에서 최종면접까지 마친 후에야 총리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재가하는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됐다.

    1~3급 실국장급 고위공무원은 중앙인사위가 각 부처에서 복수 이상 추천받아 심사를 하고, 그 결과를 장관이 제청하면 국무총리를 경유해 대통령이 최종 임면한다. 장관은 나머지 4급 이하의 인사권을 갖는 대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이 같은 시스템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인사위의 혁신과제는 ▲국장급 공무원 인사교류시스템 ▲다면평가제도 확대 ▲산하기관장 평가·임명기준 제도화 ▲삼고초려제 ▲인력풀제 등이다.

    국장급 공무원 인사교류시스템은 지난해 9월 대통령 지시사항으로 부처간 인사장벽과 부처이기주의를 허물고 고위직 공무원에게 폭넓은 경험과 시각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목적에서 시행됐다.

    인사교류 대상은 정부혁신위 소속 별도 기획단의 1차 선정작업과 인사위의 검토를 거쳐 올해 1월6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확정됐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결정된 인사교류 대상은 20개 부처 32개 직위다.

    다면평가제는 1998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돼오다가 참여정부 들어서 5급 이하에서 3급 이상 고위직의 승진 및 보직관리 등을 위한 평가제도로 확대됐다. 초창기에는 공무원 내부에서 반발이 적지 않았으나 어느 정도 정착되면서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시스템 정비는 임기 내내 진행중

    정부산하기관장 임명·평가기준 제도화작업은 소위 ‘낙하산 인사’라는 고질적인 폐단을 없애기 위해 마련한 시스템이다. 그러나 산하기관 가운데 재향군인회나 조합 등 사단법인의 경우는 내부 총회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관여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다.

    재단법인인 공단과 기업법인인 공사가 문제다. 이에 따라 중앙인사위는 이들 산하기관의 장(長)은 공개모집을 원칙으로 하는 한편 해당부처에 마련된 기관장추천위원회를 거쳐 임명되도록 제도화됐다.

    삼고초려제는 인터넷을 통해 능력 있는 인물을 추천하는 시스템으로 어느 누구라도 추천이 가능하다. 또 인력풀제는 능력과 실적에 근거하지 않고 학연과 지연에 근거한 인사권자의 주관적 판단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인재DB’구축 및 활용체계를 세운 것. 중앙인사위는 이를 위해 인재조사과를 별도로 신설해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정보를 취합하는 한편 실제로 중앙행정기관의 개방형 직위나 책임운영기관장, 정부산하기관장 임원 등을 추천할 때 활용하고 있다.

    중앙인사위 기획관리관실 김명식 국장은 “과거 정부의 인사제도혁신이 외과수술형 개혁이라면 참여정부는 한방치료”라면서 “현 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인사시스템 정비는 계속 ‘진행형’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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