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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시스템 개혁

무용지물·기능중복·전문성 부족… 아직도 실험중

  • 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참여정부 시스템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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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여정부는 ‘시스템 정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권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지금까지 1년6개월 동안 줄곧 국정운영혁신을 위한 시스템 구축과 그에 따른 효율성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시스템은 번번이 고장을 일으켰다. 김선일씨 피랍피살사건, 문광부 차관 인사청탁사건, 올해 3월 발생한 폭설교통대란 등 사건의 연속이었다. 또 이라크 파병문제와 부안 원전 폐기장, 건설문제, 행정수도 이전 등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으면서 국민의 피로감은 극에 달했다. 어디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일까.
  • 국민 대다수에게는 낯설기만 한 ‘참여정부의 국정운영 시스템’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청와대가 올해 초 참여정부 출범 1년을 맞아 발표한 ‘주요 국정시스템 혁신과제’를 중심으로 집중 점검해봤다.
참여정부 시스템 개혁
“요즘 정말 파김치다. 몇 개월째 열심히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그런데 일을 하다보니 이런 궁금증이 생기더라. 이걸 누가 다하지?”

국무조정실 K사무관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털어놓은 푸념이다. 매일 정신없이 제도개선과 시스템구축을 위한 조정작업을 하는데 누가 이 많은 일을 실행할 수 있을지 엄두가 안 난다는 이야기다.

K사무관은 요즘 일주일에 3~4일씩 야근한다. 일주일 내내 야근한 적도 있다. 날마다 아침부터 퇴근시간까지 회의가 이어지고,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니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 보고서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회의 보고서, 혁신과제 검토보고서, 관련 부처 업무조정결과보고서 등 끝이 없다.

여기에 7월 초부터 국회 상임위가 열리면서 국회에 제출할 보고서와 국무총리 예상답변서,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요청하거나 질의한 내용에 대한 답변서까지 작성해야 했다. 국정혁신과제 추진 중심부처인 행정자치부는 물론 각 부처 혁신팀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K사무관은 잠시 후 정색을 하고 “국정시스템 구축작업은 필요한 일이다. 그동안 나태했던 공무원들이 이제야 제대로 일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일을 제대로 할 만한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상당수 공무원이 전문성도 부족하고 과거 타성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게 현실이다”고 털어놓았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천명한 참여정부의 기본구상은 크게 ‘3대 국정목표 실현’과 ‘4대 국정원리 구현’으로 요약된다. 3대 국정목표는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 사회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여는 것이고, 4대 국정원리는 ▲원칙과 신뢰 ▲공정과 투명 ▲대화와 타협 ▲분권과 자율이다.

시스템은 시대정신

노 대통령은 이 같은 참여정부의 기본구상을 현실화시키는 데 국정시스템의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참여정부의 ‘시스템 개혁전도사’로 불리는 전기정(全基汀) 전 청와대 참여혁신수석실 혁신기획비서관(현 상명대 교수)은 지난 3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3김처럼 강력한 카리스마로 통치하는 시대는 끝났다. 노 대통령 자신이 국회의원 한 사람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따라서 권위 또는 인적요인이 아닌 시스템을 통한 국가경영 외에 대안이 없다. 그것이 시대정신과도 맞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참여정부가 지난 1년6개월 동안 구축한 국정시스템은 어떤 것이고,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큰 틀에서 국정시스템은 국정개혁 혁신과제를 추진하기 위한 청와대와 정부간 ‘업무분장 프로세스’다.

현재 참여정부의 100대 국정혁신과제를 총괄하는 곳은 청와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위원장 윤성식·이하 혁신위)다. 혁신위는 혁신과제를 행정개혁, 인사개혁, 전자정부, 지방분권, 재정·세제개혁 등 5대 개혁분야로 나누고, 다시 각 분야별 중점과제와 세부추진사안으로 세분했다.

혁신위에는 이를 위해 개혁분야별로 5개 전문위원회를 설치하는 한편 각 부처별로 신설된 추진단(행정자치부-정부혁신지방분권추진단, 기획예산처-재정개혁추진단) 또는 업무혁신팀(재경부 등 각 부처)과 상호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구축했다. 그리고 이들 사이의 조정역할은 국무조정실에서 맡고 있다.

혁신위는 별도로 지난 5월초 혁신관리전문위원회를 신설했다. 혁신위 김경엽 혁신관리팀장은 “기존의 5개 전문위원회가 부처의 시스템 조정과 법률 재·개정 등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업무를 해왔다면 혁신관리전문위원회는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업무를 맡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청와대와 각 부처간 프로세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청와대와 각 부처별로 추진하고 있는 국정시스템 혁신과제이다. 비교하자면 실질적인 운영 ‘프로그램’인 셈이다.

청와대는 지난 2월 참여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참여정부 1년, 성과와 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각 전담부서별 ‘주요 국정시스템 혁신과제 추진현황’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제시한 국정시스템 혁신과제는 모두 25개. 김선일씨 피랍피살 사건 이후 비판이 집중된 국가위기관리시스템과 사회적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사회갈등조정시스템 등이 이 과제에 포함돼 있다. 청와대를 포함해 부처별로 중요한 국정시스템 혁신과제를 골라 그 내용과 문제점을 짚어봤다.

【청와대】

청와대가 제시한 국정시스템 혁신과제는 3개다. ▲토론 국무회의 운영 ▲전담수석제 폐지 및 부처자율성 확대를 위한 청와대 직제 개정 ▲견제와 균형의 보좌기능 확립 등으로 모두 완료된 상태다.

토론 국무회의는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시도한 시스템이다. 과거처럼 대통령의 일방적인 지시로 끝나는 회의가 아닌 주요 안건마다 자연스런 토론을 통해 방향과 결론이 내려지도록 한 것. 권위주의 탈피와 토론문화를 중시하는 노 대통령 특유의 회의 진행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정착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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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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