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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논단

의문사위의 비전향장기수 민주화운동 인정의 문제점

악법철폐 기여했다고 ‘민주화 월계관’ 씌워줄 수는 없다

  • 글: 김종철 연세대 법대 교수·헌법학 jkim386@yonsei.ac.kr

의문사위의 비전향장기수 민주화운동 인정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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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기 의문사위도 손윤규, 최석기, 박융서 사건의 경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가하려는 뜻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민주화운동 관련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제1기 의문사위가 모든 비전향장기수의 민주화운동 관련성을 부인한 것은 아니다. 즉 김용성과 변형만 사건의 경우에는 민주화보상위와는 다른 결정을 내렸다. 이미 형기를 마쳐 국법위반에 대한 죄과를 치렀는 데도 행정처분에 의해 보안관찰 대상자가 된 사실을 고려한 것. 때문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가하려는 뜻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위헌적요소가 강한 사회안전법의 철폐를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민주화 관련성을 인정했던 것이다.

결국 비전향장기수의 민주화운동 관련성에 대해 크게 두 가지 견해가 존재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자유민주헌정의 회복과 신장에 기여하는 저항활동이 있다면 사상적 경향이나 전력은 불문하고 민주화운동과의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태도로서 제2기 의문사위의 견해이다. 둘째는 저항활동만으로는 부족하며 저항활동이 추구하는 목적이 대한민국의 정통성 및 존재를 부인하거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행위와 무관하여야 한다는 태도이다. 김용성과 변형만 사건이 그 요건을 충족하는지에 관해서는 사실판단에 차이가 있지만 별개요건의 인정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민주화보상위와 제1기 의문사위의 견해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민주화운동 관련성을 판단할 때 ‘자유민주헌정에 대한 존중’이라는 주관적 요소가 필요할까? 원론적으로 이 물음에 대한 답은 ‘필요하다’일 수밖에 없다. 민주화운동이란 가치중립적인 것이 아니라 특정한 가치를 지향하는 적극적 의미가 내포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국가공동체 형성의 근간으로 삼고 있으며 이 질서를 위협하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제재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화는 부분적이고 파편적인 개별적 활동만으로 판단할 수 없으며 자유민주주의라는 특정 가치의 실현과 연계된 총체적인 활동을 의미하는 것이어야 한다. 만일 의문사위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해할 의도가 명백한 데도 특정 행위가 자유민주헌정의 회복과 신장에 ‘결과적으로’ 기여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민주화운동 관련성을 인정했다면 그것은 ‘민주화’라는 개념에 내포된 총체적 가치지향성을 무시한 것이다. 민주주의의 적에게 민주화운동의 월계관을 씌워주는 ‘자가당착적’ 결과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의문사위의 궁색한 논리



자유민주헌정의 회복은 권위주의체제에 대한 모든 항거의 결과이겠지만 그에 대한 국가적 ‘승인(endorsement)’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존중을 전제로 한 항거에 선별적으로 인정돼야 한다. 즉 항거는 개인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부정하는 전체주의체제로 전환하려는 전략적 고려에 바탕을 둔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이런 원론적 요건을 회피하기 위해 의문사규명법에서 요구하는 의문사의 판정요건이 ‘민주화운동일 것’이 아니고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것’임을 강변하는 의문사위의 태도는 그 취지를 백분 이해한다 해도 지나치게 형식논리적이고 궁색하다. 국가기관이 특정행위를 민주화라는 가치지향적 개념과 연관된 것으로 ‘승인’하는 것은 민주화의 내용상 반민주적 의도를 가진 자들의 활동을 관용적으로 사실상 ‘허용(permission)’하는 것과는 엄연히 구별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배경이 된 유신체제에서의 민주화운동은 통치권력의 반민주적·반자유적 성격으로 인해 반체제운동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었다. 그에 따라 반유신체제운동도 자유민주헌정의 회복을 위한 반체제운동과 전체주의 실현 과정의 반체제운동으로 구별될 수 있지만 후자를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정당화할 수는 없다.

지금 보수적인 단체뿐만 아니라 일반국민도 이번 의문사위의 결정에 혼란을 느끼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가치충돌현상 때문이다. 민주화운동이라는 개념이 내포하는 상징성과 본질은 단순히 법률적 자구 해석으로 변질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번 의문사위의 결정에 대한 비판여론을 단순히 ‘색깔론의 재탕’이라며 감정적으로 치부하는 것은 경솔한 태도이다. 그보다는 민주화운동의 개념에 대한 헌법적 의미를 분명히 하면서 의문사위와 민주화보상위의 활동목적을 명확히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원론적 결론에 지나친 기대를 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사실 의문사 진상규명의 본질은 민주화운동과의 관련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권위주의체제의 부당한 공권력 남용이 국민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했던 과거에 대한 자기반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의문사위가 민주화운동을 폭넓게 해석하려는 것도, 일부 극우주의자가 단정하듯이 자유민주헌정에 대한 존중이라는 원론적 의미를 부정해서라기보다는 이런 원론적 요건을 현실에 적용하는 데 불합리와 한계가 있음을 의식한 것으로 새길 필요가 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의사라는 것은 매우 모호한 개념이다. 이러한 모호함은 국가권력이 자유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국민의 활동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위험성이 크다. 한 사람의 반체제자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무고한 열 사람의 민주운동가에게 씌워질 민주화운동의 월계관을 거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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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종철 연세대 법대 교수·헌법학 jkim386@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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