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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戰수업·낙선운동·시국선언… 흔들리는 ‘교육 중립’

  • 글: 김현미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khmzip@donga.com

反戰수업·낙선운동·시국선언… 흔들리는 ‘교육 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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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툭하면 시국선언이요 걸핏하면 중징계다. 탄핵무효에서 파병반대까지 학교는 정치바람에 몸살을 앓는다. 교원단체와 교원노조도 더 이상 ‘정치색’을 감추지 않는다. 누더기가 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버릴까 고칠까.
反戰수업·낙선운동·시국선언… 흔들리는 ‘교육 중립’

한국교총이 개최한 ‘교육파탄정책 철폐 전국교육자대회’. 2001년 이슈는 ‘교원정년 환원’이었다.

7월1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라크전 참전 및 추가파병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교사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원영만 전교조 위원장은 “이라크전쟁은 미국의 국가적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패권주의에 기인한 것으로, 우리가 이 전쟁에 참가해야 할 어떤 합당한 이유도 찾기 어렵다”면서 “패권주의에 기대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일이 국익이나 동맹이라는 명분으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아울러 전교조는 이라크에 파견한 국군의 조속한 복귀도 촉구했다. 이 선언에 참가한 교사는 1886개교 1만7369명이었으며 명단은 전교조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시국선언은 공교롭게도 교육인적자원부가 전국 초중고교에 이라크 파병 관련 수업자료(교과서 보완 지도자료)를 배포한 다음날 발표돼 교육부와 전교조의 충돌은 불가피했다. 먼저 양측은 자료집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교육부는 “지난달 전교조가 만든 자료가 반미와 파병반대에 치우쳐 있어 보다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교육자료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만든 자료에는 이라크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함께 이라크 평화·재건사업 추진 배경, 한국군의 평화유지 활동 및 이라크 지원 방향 등이 담겨 있어 대체로 파병을 긍정하는 쪽이다. 이 자료가 배포되자 전교조는 “정부의 파병 찬성을 유도하기 위한 역편향의 의식화”라며 비난했다. 전교조가 ‘반전·평화 계기수업 자료’를 내놓았을 때와는 서로 입장이 바뀐 것.

앞서 전교조는 6월28일부터 일주일간 이라크 테러단체에 의해 살해된 김선일씨의 죽음을 애도하며 ‘반전(反戰)·평화 계기수업’을 실시한 바 있다. 이때는 논쟁의 초점이 반전이냐 반미(反美)냐에 맞춰졌다. 전교조는 “평화는 인류공통의 보편적 가치이고, 교육자는 이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책임이 있다”며 결코 ‘반미가 아니라는 점’과 ‘교육적 판단’에 무게를 실었다. 계기수업이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는 것을 애초에 차단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교육부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의뢰해 전교조의 ‘반전·평화 계기수업 자료’를 검토한 결과가 나오면서 정치적 공세가 거세졌다. 보고서는 자료집이 파병반대 혹은 반미 관점에서 구성돼 있고, 이성보다 감성에 호소하는 경향이 강해 학생들에게 편향된 시각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제 정치권이 논쟁에 끼여들었다. 한나라당이 “파병철회냐 찬성이냐를 떠나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정치수업을 반대한다”고 논평을 내보내자 민주노동당이 받아쳤다.



反戰수업·낙선운동·시국선언… 흔들리는 ‘교육 중립’

3월23일 전교조 집행부는 대통령 탄핵무효, 부패정치 청산 등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정치수업 반대는 교육과정에서 사회와 정치 관련 교과를 제외시키라는 것이다. 교사는 전문적인 판단에 따라 교재를 재구성하고, 학생은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수업내용을 재구성한다. 한나라당이 ‘교화’ ‘일방적 주입교육’이라고 하는 것은 전문적인 능력을 지닌 교사와 독자적 판단이 가능한 하나의 인격체인 학생을 무시하는 처사다.”

일부 언론은 교육부가 평가원의 분석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전교조 눈치보기’라며 비난의 화살을 교육부로 돌렸고, 평가원측은 관련 연구원이 개인적으로 교육부의 부탁을 받아 분석했을 뿐 평가원의 공식 의견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전교조는 ‘반전·평화수업에 대한 비방을 당장 중단하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국민의 생명보다 미국과의 동맹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반전·평화수업’이 ‘반미·파병반대수업’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전교조가 이번 계기수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평화와 생명의 소중함”이라며 강경발언을 계속했다.

각 당의 성명전이 펼쳐지고, 언론은 이를 중계하고, 서로 다른 주장의 사설과 칼럼이 쏟아지고, 교육계도 둘로 나뉘어 지지와 반대를 선언하는 가운데 전교조의 ‘반전·평화수업’은 결코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올해만 세 번째 시국선언

전교조의 시국선언은 올해 들어 벌써 세 번째다. 3월23일 2만여 명의 교사들이 서명한 시국선언문에서 ‘탄핵무효, 부패정치 청산, 진보적 개혁정치’를 촉구했고, 4월13일 2차 시국선언에는 ‘전교조와 공무원 노조에 대한 탄압 중지, 공무원의 정치활동 자유 보장’을 들고 나왔다. 여기에는 1만3000여명의 교사가 동참했다.

특히 2차 시국선언은, 원영만 위원장이 전교조 홈페이지에 띄운 ‘민주노동당 지지를 호소하는 글’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 위반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이 깊다. 전교조는 “선거를 빌미로 정부가 정상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하려는 비열한 의도”라고 규정하고 선관위와 교육부를 강력히 비난했다. 그 후 발표된 2차 시국선언은 아예 ‘공무원의 정치활동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1차 시국선언 때까지만 해도 탄핵무효 선언이 교원의 정치활동과 무관하다고 해명하는 데 치중한 것과 비교해 한 걸음 나아간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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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현미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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